영화 <게이트>의 한 장면.

영화 <게이트>의 포스터.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초반부터 '그 사람'의 모습을 본뜬 게 분명한 배우 등장에 관객석 일부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제목 자체가 <게이트>다. 주어만 빠졌지, 배우들 모양새나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 일부에서 최순실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영화 <게이트>에 출연한 배우와 연출자의 생각은 어떨까.

19일 시사회에 참석한 신재호 감독은 영화에 대해 "처음 기획할 땐 비리를 저지르는 갑들의 금고를 터는 이야기"라고 운을 뗐다. 직접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를 차용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신 감독은 "지난해까지 사회적으로 어지러운 사건들이 터지면서 영화가 오히려 뉴스보다 더 시시해 보이는 현상이 있었다"며 "아마 모든 영화인들이 그래서 고민이 많았을 텐데 (개인적으론) 만평 느낌이 드는 블랙코미디를 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답했다.

부패한 시국을 상징?

 영화 <게이트>의 한 장면.

영화 <게이트>의 한 장면.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신재호 감독의 말에서 알 수 있듯 <게이트>는 기본적으로 케이퍼 무비(범죄 영화)의 형식을 띤다. 기존에 나온 한국 케이퍼 무비와 다른 점이 있다면 풍자와 현실 비판보단 이야기 자체가 주는 코믹함에 집중했다는 것. 영화는 취업난에 빠진 소은(정려원)과 열혈 검사였지만 불의의 사고로 기억을 잃어 동네 바보가 된 규철(임창정)을 중심으로 이들이 우연히 거물급 VIP의 금고를 털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영화의 특이점은 <치외법권>으로 만난 신재호 감독과 배우 임창정이 재회했다는 것, 여기에 임창정이 제작자로 나섰다는 사실에 있다. 임창정은 "감독님의 처음 시나리오는 지금과는 다른 느낌의 케이퍼 무비였는데 모니터를 부탁해 몇몇 조언을 한 게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좀 노골적으로 큰 사건이 담긴 게 몇 개 있었다. 근데 그걸 다 담기엔 무리도 있을 거 같았고, 신재호 감독이 다신 영화를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그땐 들어서(웃음). 제 생각을 전하고 영화에 대해 서로 이런저런 얘길 했다. 그때까지도 이 작품을 제가 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만나서 자주 얘기하다가 (다른 배우들이) 캐스팅 되는 걸 봤다. 그러다 나중에 제안을 하시더라. 감독님이 원하고 마침 저도 시간이 있어서 그래서 참여했다.

최순실 이야기를 담아서 혹시 제가 부담을 느끼지 않았냐고 질문 주셨는데 (영화에 등장한 인물이) 혹시 최순실로 보이셨나? 여러 나쁜 사람들의 비리로 모인 거대 비자금을 훔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최순실로) 보였다면 부정하진 않겠지만 노골적으로 그걸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임창정) 

이 말에 정려원이 힘을 보탰다. <게이트>로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게 된 정려원은 "2016년 말에 친구들과 여행 가서 새해 소망을 쓰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영화 한 편과 드라마 한 편을 하고 싶다고 쓴 적이 있다"며 "구체적으로 대 선배들이 많이 나오셔서 제가 배울 수 있는, 또 무겁지 않고 유쾌한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썼었는데 <게이트>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딱 이거다 싶었다"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이어 정려원은 "VIP들의 비리로 시끄러운 시국이었는데 거기서 상상력을 발휘한 영화였다"며 "이 영화에서 막 무언가를 찾으려 하지 마시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코미디에 승부를 걸다

 영화 <게이트>의 한 장면.

영화 <게이트>의 한 장면.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배우들도 강조했듯 <게이트>는 여러 층위의 코미디가 섞은 작품이다. 임창정이 특유의 호흡으로 잔 개그를 보인다면 극중 대부업체 사장이자, VIP의 시중 노릇을 하는 민욱 역의 정상훈은 일인극에 가까운 개그 연기를 선보인다. "나름 스스로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며 재치 있게 자신의 연기를 평한 정상훈은 "영화에서 악역은 처음인데 돈을 빌려줬으면 반드시 받아야 하고 만약 상대가 안 준다면 때려서라도 받는 게 인지상정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역할에 몰입했다"고 밝혔다.

임창정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사실 시나리오 상으론 제가 끼어들 공간이 없는 캐릭터였다"며 "나름 과장해서 하려고 노력했는데 영화를 보니 이제 정상훈의 시대가 온 것 같더라. 참 잘 해낸 것 같다"고 동료 배우를 격려했다.

극중 소은의 아빠이자 20년 간 도둑으로 살아온 장춘 역의 이경영 역시 "현장에 가면 마치 두 영화를 찍고 있는 것 같았다"며 "한 사람은 짐 캐리(임창정), 다른 한 사람은 주성치(정상훈)의 느낌이었다"고 추어올렸다.

"기존 케이퍼 무비들이 많이 있었는데 사회가 뒤숭숭해지면서 취업도, 장사도 안 된다고 하는 분들이 많아지신 것 같아 유쾌한 상상을 해봤다. 나쁘게 돈을 모은 사람들을 터는 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한 영화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많이 나오기에 제 딴엔 변두리 '어벤저스' 느낌이 나길 원했다." (신재호 감독)

영화 <게이트>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게이트 최순실 임창정 정려원 정상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