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스모닝뉴스는 18일(한국 시각) 텍사스 레인저스와 오승환의 계약이 최종 불발됐다고 보도했다.

댈러스모닝뉴스는 18일(한국 시각) 텍사스 레인저스와 오승환의 계약이 최종 불발됐다고 보도했다. ⓒ 댈러스모닝뉴스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 입단이 성사 단계에 이르렀던 오승환의 계약이 최종적으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져 팬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18일(한국 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텍사스와 오승환의 계약이 불발됐다고 보도했다.


국내 팬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텍사스의 계약이 무산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오승환의 건강 문제라는 보도 때문이다. 텍사스 지역 언론 댈러스 모닝뉴스 등은 구단 자체 메디컬테스트 결과 MRI(자기공영영상) 검사에서 오승환의 팔에 '당혹스러운 문제'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텍사스 구단은 이 보도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적인 언급은 없는 상태다.

메디컬테스트에서 좌절된 오승환

2016년 메이저리그 입성 후 두 시즌 간 세인트루이스에서 활약했던 오승환은 이번 겨울 다시 FA 자격을 얻었다. 2월 초 텍사스와 1+1년 최대 925만 달러(한화 약 100억 원)의 조건에 도장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첫해 275만 달러의 연봉을 보장받고 텍사스가 두 번째 해 계약 옵션을 행사하면 450만 달러로 연봉이 인상되며 각 시즌마다 최대 100만 달러의 보너스 옵션이 추가되는 조건이었다.


텍사스는 오승환을 차기 시즌 유력한 마무리 투수 후보로 활용하겠다는 구상까지 갖고 있었다. 또한 팀 내에 이미 동갑내기 한국인 메이저리거 추신수가 있어서 적응이 유리하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오승환으로서 텍사스행은 여러모로 최상의 조건에 가까웠다.


하지만 정작 텍사스는 한동안 오승환과의 계약 사실을 공식 발표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결국 그 이유는 메디컬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통상적으로 프로 구단과 계약을 앞두고 메디컬테스트는 의례적인 절차다. 메디컬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계약이 무산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으며, 다시 말하면 선수의 몸상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단순히 특정 구단과의 계약 불발을 넘어 선수의 앞으로의 주가와 평판에 있어서까지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선수와 궁합 안 맞는 텍사스

텍사스는 이번 해프닝으로 역시 '한국인 선수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징크스를 재확인했다. 텍사스는 2001년 겨울 박찬호를 자유계약으로 영입하며 5년 6500만 달러(한화 약 700억 원)의 당시로서는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켰으나 정작 박찬호는 허리부상에 시달리며 텍사스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결국 트레이드 됐다.

2013년에는 추신수를 7년 1억3천만 달러(한화 약 1400억 원)의 거액을 주고 영입했지만 역시 잦은 부상에 허덕이며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텍사스 지역 언론들은 추신수의 활약이 몸값에 비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텍사스는 이번 겨울 오승환을 영입하며 뒷문을 보강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번에도 선수의 부상 문제로 물거품이 됐다.


이로서 오승환의 향후 진로는 미궁 속에 빠지게 됐다. 메이저리그 잔류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계약 성사를 앞두고 구단 메디컬테스트에서 탈락한 선수가 다시 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오더라도 높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대안으로 거론되던 일본 프로야구 복귀도 마찬가지다. 설사 관심을 보이는 구단이 있다고 할지라도 몸값 하락과 불리해진 계약조건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복귀 가능성도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승환은 해외진출 당시 포스팅 형식으로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로 이적한 바 있다. 만일 KBO리그로 돌아온다면 원소속팀인 삼성으로만 복귀가 가능하다. 삼성이 최근 몇 년간 하향세를 겪고 있는 상황인 데다, 오승환도 어느 선수 생활 후반기에 접어들었음을 감안하면 국내로 돌아와 친정팀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도 의미가 있다. 지금으로서는 오승환에게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그런데 오승환은 지난 2015년 불법 해외 원정도박으로 72경기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동안은 오승환이 해외무대에서 활약해 유명무실한 처벌이 되었지만 국내로 복귀한다면 이 징계안이 다시 자동으로 적용된다, 결국 오승환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더라도 시즌의 절반을 통째로 날리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팬들의 곱지않은 시선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몸 상태에 따라 기존의 이대호-김현수 같은 '해외유턴파'들 만큼의 특급 대우는 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2012년 류현진의 LA 다저스 입단 이후 한동안 계속되었던 'KBO리그 출신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붐'이 이제 막을 내린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나마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 오승환마저 메이저리그 잔류가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제 다음 시즌을 앞두고 남은 한국인 메이저리거는 류현진과 추신수뿐이다.

아예 포스팅 단계에서 좌절한 김광현-양현종-손아섭을 비롯하여 이대호-황재균-김현수-박병호-윤석민 등 2013년 이후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던 수많은 KBO리그 출신들 중 지금까지 빅리그에서 살아남은 선수는 이제 한 명도 없다. 강정호 역시 음주운전 등 경기외적인 사건사고로 메이저리그 복귀의 꿈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올겨울 KBO리그에서는 FA나 포스팅을 통하여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는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최근 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한국 야구와 메이저리그간에 여전히 높은 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일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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