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흥행 결쟁에 나선 4편의 영화

설날 흥행 결쟁에 나선 4편의 영화 ⓒ 월트디즈니,CJ E&M,청년필름,롯데엔터테인먼


설날 직전 개봉 영화들의 흥행 동력이 약하게 나타나면서, 올해 설날 영화들이 관객을 끌어들이기에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개봉해 크게 흥행했던 영화들과는 비교되는 모양새다.

특히 굳건한 흐름이던 '설날=한국영화' 공식이 깨진 데다, 연휴 기간 연일 관객이 늘어나며 상승 흐름을 보이던 기존 추세와는 달리 관객 증가에 한계가 나타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설날 극장가의 흥행은 <블랙팬서>의 독주와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의 분전으로 요약된다. 설날 연휴를 두고 경쟁한 <골든 슬럼버>와 <흥부>가 의미있는 흥행을 거두지 못하고 있어서다.

<블랙팬서> 겉모습은 독주, 속살은 하락세

 설날 흥행 1위를 차지한 <블랙 팬서>와 2위 <조선명탐정 : 흡혈괴마의 비밀>의 한 장면.

설날 흥행 1위를 차지한 <블랙 팬서>와 2위 <조선명탐정 : 흡혈괴마의 비밀>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청년필름


그렇다고 1위를 독주하는 <블랙팬서>의 흥행이 아주 눈에 띄는 정도도 아니다. <블랙팬서>는 개봉 이틀째인 15일 100만, 4일째인 17일 200만을 넘기며 순항하는 모습이나 속을 들여다보면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알차지가 못하다. 

<블랙팬서>는 연휴 전날 63만 관객으로 출발했다. 개봉일 관객으로만 따지면 초고속 흥행이 예상됐을 정도다. 그런데 연휴 시작인 15일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연휴가 시작되면서 관객이 늘어야 할 순간에 56만 관객으로 전일 대비 7만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개봉일 46.5%였던 좌석점유율도 38.8%로 크게 하락했다. 이날 100만을 넘겼지만 상위권 영화들이 모두 관객이 늘어난 상황이라 유쾌한 성적은 아니었다.

설날인 16일에도 이 흐름이 이어졌다. 관객이 늘기는커녕 오히려 1천 명 줄어드는 결과로 나타났다. 좌석점유율은 38.8%에서 38%로 낮아졌다. 첫날만 기세가 좋았지 갈수록 관객이 주는 특이한 현상이 이어졌다. 다행히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관객이 드는 명절 다음날인 17일에는 74만 명에 약간 못 미치는 관객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멈췄으나, 명절 연휴에 나타나는 흐름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상대적으로 연휴 전날인 14일 7만 관객이었던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이 다음날인 15일부터 17일까지 14만-23만-27만으로 늘려나간 것과 비교된다. 따라서 <블랙 팬서>의 초반 흥행세는 폭발적 흥행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2017년과 2016년을 비교해도 약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설날 흥행작이었던 <공조>는 설날 열흘 전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연휴 3일간 193만 관객이었다. 2016년 흥행작이었던 <검사외전>은 같은 기간 290만 관객이었다. 연휴 시작과 함께 개봉한 <블랙 팬서>의 3일간 186만 관객은 상대적으로 약한 흥행이다.

이 때문에 <블랙팬서>는 17일 전체 좌석 수가 전일 대비 5만이나 감소했다.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이 50%를 넘는 좌석점유율을 바탕으로 같은 날 전체 공급좌석이 전일보다 10만 늘어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예상외로 좌석이 들어차지 않으면서 <블랙팬서>의 상영은 줄었고, 설날 848개 스크린이던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은 17일 1027개의 스크린을 차지했다. 상영 횟수도 전일보다 600회 이상 늘어났다.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은 18일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림픽으로 인해 명절 관객들 안 움직여

 영화 <골든 슬럼버>와 <흥부>의 한 장면

영화 <골든 슬럼버>와 <흥부>의 한 장면 ⓒ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골든 슬럼버>는 강동원이 주연으로 나서 관심을 모았지만 치밀하지 못한 구성 등이 영향을 미친 듯, 연휴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개봉 이틀간 2위를 차지했다가 설날부터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에 밀려났다. 17일까지 81만 관객이 찾아 연휴기간 100만에 간신히 다다를 정도로 힘을 못 쓰고 있다.

<흥부>도 설날 연휴 개봉작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낮은 좌석점유율을 보이며 관객들의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17일까지 27만 관객을 동원하며 연휴 기간 30만을 간신히 넘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상 흥행이 끝난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주요 배급사들이 설날 경쟁에서 주전급이 아닌 2진급 영화를 내보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설날=한국영화'라는 기존 공식에 안주한 나머지 흥행성이 약한 영화들을 내놨다는 것이다. 또 설 연휴를 보고 내놓은 <골든 슬럼버>와 <흥부> 등 한국영화 두 편이 개봉 신작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한 주 전 개봉한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에 밀린 것은 배급전략이 치밀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영화 흥행 흐름을 분석하는 '흥행판'을 운영하고 있는 이하영 전 시네마서비스 배급이사는 "<골든 슬럼버>와 <흥부>는 설날 연휴에 배급할 영화들이 아니었다"며 "너무 안일한 배급이 빚어낸 흥행 실패"라고 진단했다. 이어 "<블랙 팬서>는 영화의 힘이 약하기보다는 설날에 맞는 영화는 아니다"라면서 "흥행이 더 떨어질 수 있었지만 10~20대 관객들이 몰리면서 그나마 선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상대적으로 설날 흥행에 맞춰진 영화는 <조선명탐정 : 흡혈괴마의 비밀> 정도였다는 것이다.

또한 이 전 이사는 전체적인 관객 수가 떨어진 원인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꼽았다. "원래 큰 영향이 없었는데, 국내에서 열리다 보니 관심이 커지면서 명절에만 극장을 찾는 관객층이 움직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가족 관객들이 극장을 많이 찾는 설날에 관객이 줄어든 것은 동계올림픽 이슈가 커지면서 중장년층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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