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 선수가 17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자 4위로 들어온 김아랑 선수가 축하하고 있다.

최민정 선수가 17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자 4위로 들어온 김아랑 선수가 축하하고 있다. ⓒ 이희훈


'쇼트트랙 맏언니' 김아랑(23, 한국체대)은 메달보다 더값진 활약을 했다. 내 결과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후배를 먼저 챙기고 팀 단합만을 생각하는 그의 모습은 금메달 이상의 가치를 하고 있다.

김아랑은 17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경기에서 4위에 올랐다. 함께 경기를 펼친 최민정(20 성남시청)은 압도적인 레이스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선수의 주종목인 1500m에서 4위를 한 것이 잘한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성적만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헌신과 개인의 노력 등이 담겨 있었다.

부진 털어낸 김아랑... 최고의 레이스

김아랑은 소치 동계올림픽 이후 두 시즌 동안 계속해서 국가대표 타이틀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시즌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면서 슬럼프를 겪었다. 한 시즌동안 대표자리를 반납했던 김아랑은 평창을 앞둔 올 시즌 다시 태극마크 자리를 꿰찼다. 그가 복귀하면서 심석희, 최민정과 함께 쓰리톱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예상외로 김아랑은 부진했다. 월드컵 1-4차 대회를 치르면서 개인전에서는 계속 넘어지거나 실격을 받는 등 좀처럼 치고 올라오지 못했다. 그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평창을 앞두고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김아랑은 이것을 평창에서 만회했다. 1500m 예선초반 강력한 우승후보 심석희가 불운으로 탈락하면서 그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그러나 그것을 환한 미소로 맞받아치며 결승까지 진출, 결승에서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역주로 4위에 올랐다. 메달은 없었지만 확실히 그가 되살아 났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앞서 월드컵 시리즈 계주경기에서는 심석희, 최민정에게 다소 의지하는 레이스를 펼쳤던 김아랑이지만, 이날 아직 건재하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면서 이후 있을 계주에서 키플레이어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생기게 했다.

언니의 다독임... 시선은 계주로

역주하는 김아랑 김아랑 선수가 17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준결승에서 역주하고 있다

▲ 역주하는 김아랑 김아랑 선수가 17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준결승에서 역주하고 있다 ⓒ 이희훈


김아랑은 현재 대표팀의 맏언니다. 소치에서는 중간다리 역할이었지만 평창에서는 맏언니로서 팀을 이끌고 있다. 계주에선 무엇보다 언니의 역할이 중요하다. 네 명의 선수가 완벽한 조직력과 호흡을 보여줘야만 메달 확득이 가능한 종목이기 때문이다.

김아랑은 13일 500m가 끝난 직후에도, 17일 1500m가 종료된 후에도 자신보다는 후배 생각 뿐이었다. 13일에는 "최민정과 한 방을 쓰고있는데 결과를 지켜보며 그가 돌아오길 기다렸다"고 말했고, 17일에는 "석희가 많이 힘들고 어렵겠지만 우리에겐 가장 중요한 계주가 남아있다"며 더욱 단단하게 각오를 다졌다.

쇼트트랙 여자계주는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쇼트트랙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7차례 대회에서 한국이 5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던 종목이다. 1994년부터 2006년까지는 4연패를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 소치에서는 2010 밴쿠버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5연패를 놓친 아픔을 씻어냈다. 맏언니인 김아랑에 입장에서 평창에서도 이 역사를 이어가고자 상당한 책임감과 부담감이 을 갖고 있을 것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김아랑은 활짝 웃었다. 당장 내 결과가 아쉽지만 후배를 찾아가 다독이고 축하해줬다. 김아랑이 보여준 환한 미소와 리더십은 여자 대표팀을 더욱 단단하게 묶어주고 있다.

이제 그의 노력이 오는 20일에 열리는 여자 계주 결승에서 발휘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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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김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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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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