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주말드라마 <돈꽃>에서 장부천 역의 배우 장승조가 9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MBC주말드라마 <돈꽃>에서 장부천 역의 배우 장승조가 9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분명히 미운 짓만 골라 하는데 미워할 수만은 없고, '예쁜 짓이라곤 1도 하지 않는데' 자꾸 예쁜 구석을 찾게 되는 매력. 요즘 온라인에서는 이런 매력을 '애새끼미(美)'라고 부른다.

최근 종영한 MBC 토요드라마 <돈꽃>의 장부천이 바로 그런 매력을 가진 인물이다. 극 중 장부천은 엄마 정말란(이미숙 분)에게는 답답하고 철없는 아들이고, 할아버지 장국환 회장(이순재 분)에게는 못 미더운 장손이다. 강필주(장혁 분)이 가져야 할 모든 것을 대신 가졌으며, 아내 나모현(박세영 분)의 사랑과 믿음을 저버리고 불륜까지 저질렀다.

사실 극 중 모든 인물에게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끼치고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지만, 어쩐 일인지 그와 적대적인 관계에 놓인 인물들은 물론, 시청자까지도 장부천을 마냥 미워할 수 없었다. 분명 미운 짓만 골라 하는데 자꾸만 정이가고 마음이 쓰이는 장부천의 매력. 장부천은 '애새끼미'의 가장 정확한 용례였다.

지난 9일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배우 장승조는 '애새끼미'라는 말을 듣자마자 "그런 표현은 처음 들어봤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부천이가 가진 허당끼, 순수한 매력 때문이었을까요? 단순히 악하고 나쁜 아이는 아니잖아요. 분명히 한없이 미움받을 행동을 하는데, 캐릭터가 순수하고 진심이 담겨있으니 그런 점을 시청자분들이 예쁘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부천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컸던 것 같아요. 감독님도 부천이의 목표는 사랑받는 거라고 하셨거든요. 무슨 짓을 해도 미움받을 수 없는 캐릭터라고요.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게 캐릭터를 그려주셨고, 저도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던 것 같아요." 

브라운관으로 온 '뮤지컬 스타', 드디어 빛을 보다

 MBC주말드라마 <돈꽃>에서 장부천 역의 배우 장승조가 9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분명 미운 짓만 골라 하는데 자꾸만 정이가고 마음이 쓰이는 장부천의 매력. 장부천은 ‘애새끼미’의 가장 정확한 용례였다. ⓒ 이정민


2005년 뮤지컬 <청혼>으로 데뷔한 장승조는 <미스 사이공> <쓰릴미> <블랙메리포핀스> 등 여러 무대를 통해 탄탄한 팬덤은 물론, 연기력까지 인정받은 스타였다. 하지만 2014년 브라운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어 여전히 많은 TV 시청자들에게 낯선 얼굴이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돈꽃> 장부천을 만나 만개했다.

<돈꽃> 속 인물들은 모두 자신이 가진 일관된 욕망에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장부천(장승조 분)은 달랐다. 청아그룹을 차지하겠다는 욕망도, 모현(박세영 분)이를 향한 사랑도, 필주(장혁 분)나 말란(이미숙 분)을 대하는 마음이 모두 요동쳤다. <돈꽃>은 강필주의 복수를 다룬 드라마였지만, 그 복수를 위한 갈등의 지점마다 장부천의 변화, 혹은 변심이 자리했다. 그야말로 <돈꽃>의 키플레이어. 쉽지 않은 역할이었지만, 그동안 TV에서 다 보여주지 못했던 장승조의 연기력을 아낌없이 선보일 기회이기도 했다.

"김희원 감독님이 미팅 때부터 부천이는 다양하게 표현해야 한다, 그래서 어렵다고 하셨어요. 대본을 보니 한 장면 안에서 갑자기 화냈다가 낄낄거리기도 하고, 멀쩡히 잘 먹다가 1분도 안 돼서 눈물을 흘리고... 감정 변화가 다이내믹했죠. (웃음) 

부천이는 너무나 많은 가능성과 방향성을 가진 캐릭터라, 어느 방향으로 표현해야 가장 현명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감독님도 제 드라마 라인 구성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하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만큼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넓었고, 연기하는 재미도 컸죠. 결과적으로 부천이가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작가님과 감독님이 부천이 캐릭터를 잘 그려주셨고, 가운데서 버티고 있는 필주 형이나 말란 선배님 캐릭터가 만들어준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너무 감사드릴 뿐이죠." 

 MBC주말드라마 <돈꽃>에서 장부천 역의 배우 장승조가 9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돈꽃> 속 인물들은 모두 자신이 가진 일관된 욕망에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장부천(장승조 분)은 달랐다. ⓒ 이정민


복잡하게 얽힌 인물들 사이의 각기 다른 케미스트리는 <돈꽃>의 흥행 요소 중 하나. 그중 시청자들의 가장 높은 호응을 얻은 것은 강필주와 장부천 사이의 '브로맨스'였다. 강필주가 가졌어야 할 모든 것을 가진 장부천과 자신을 평생을 믿고 의지해온 친구 장부천을 복수의 도구로 사용한 강필주.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반드시 서로가 필요하지만, 결코 가까워질 수도 없는 둘 사이의 묘한 긴장감은 '애증의 브로맨스'라 불리며 시청자를 열광케 했다.

"작가님이 처음부터 브로맨스에 자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초반 부천이의 마음은 브로맨스라기보다는 어릴 때부터 함께 살면서 쌓인 우정, 그 시간들에 대한 믿음 같은 거였죠. 그 시간을 보여주어야 하니 친밀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야 했고, 제가 편하게 대할 수 있게 필주 형도 많이 맞춰주셨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대본에 '넌 내 거잖아', '난 네 거야'라는 대사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조금 더해볼까 싶어서 더 나간 부분도 있었어요. 필주가 눈깔사탕을 줄 때 '까주세요'라고 말하는 부분이나, 필주의 볼을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부분이 그랬죠. 사실 연기할 때 상대 배우의 얼굴을 건드린다는 건 되게 예민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필주 형이 잘 받아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만약 부천이가 늘 어둡기만 했다면 연기하면서도 힘들었을 텐데, 필주와 연기할 땐 재미있었어요. 시청자분들도 재미있게 봐주시니 더 힘도 났고요. (웃음)"  

서른여덟, 장승조의 2018년

 MBC주말드라마 <돈꽃>에서 장부천 역의 배우 장승조가 9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승조의 2017년이 무한한 기쁨을 준 해였다면, 2018년은 그 기쁨으로 인한 여러 변화가 예고된 해다. ⓒ 이정민


장승조의 2017년은 '특별한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돈꽃>으로 좋은 평가도 받았고, 좋은 선배들과의 호흡을 통해 배우로서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 2017 MBC 연기대상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는데, 뮤지컬 <미스 사이공>으로 받은 앙상블상 외에는 배우로서 받은 첫 상이라 더 남달랐다.

"<돈꽃>으로 이렇게까지 사랑받게 될 줄은 몰랐다"는 장승조.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기쁨도 있었다. 바로 아내 린아(그룹 천상지희 출신 뮤지컬 배우)가 결혼 3년 만에 임신해 겹경사를 맞이한 것. 장승조에게 2017년이 무한한 기쁨을 주었다면, 2018년은 그 기쁨으로 인한 여러 변화가 예고된 해다. 

"9월에 아기가 태어나요. 아직 아빠가 된다는 게 실감이 잘 안 나는데, 병원에 가면 초음파로 보이잖아요. 그땐 정말... (웃음) 당분간은 아내가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 곁에서 잘 도와주고, 일적인 부분도 더 잘 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아이 이야기에 활짝 웃던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건 처음 하는 이야기"라며 말을 꺼냈다.

"결혼하고 제가 매달 돈을 가져다주기 시작한 게 지난해부터였어요. 공연만 할 때는 오히려 수입이 안정적이었는데, 제가 드라마로 무대를 옮기면서 집에 돈을 가지고 가지 못했거든요. 아내가 생활까지 책임졌던 거죠. 그래서 저는 돈을 벌어 집에 가지고 가는, 가장으로서 가장 당연할 수도 있는 일이 축복이라는 걸 알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이 축복이 이어졌으면 해요. 아이도 생겼고, 아내도 당분간 일할 수 없잖아요. 지금까지 아내가 저를 케어해 줬으니, 이제부터는 제가 보답하고 싶어요. 한참 부족하겠지만요." 

 MBC주말드라마 <돈꽃>에서 장부천 역의 배우 장승조가 9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승조는 오는 9월이면 아빠가 된다. 아이가 자라 배우라는 걸 인지하게 될 무렵. 그즈음 장승조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길 바라는지 물었다. ⓒ 이정민


곧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가 자라 7~8살 정도가 되면 아빠의 직업이 배우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아이가 아빠가 배우라는 걸 인지하게 됐을 때, 그때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지 물었다.

"아... 그때까지 제가 배우 일을 열심히 하고 있어야 할 텐데... (웃음)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차기작이 정해지지 않아서 그런지, 인터뷰하고 있는 지금도 어리둥절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매번 거대한 산을 타는 기분이 들어요. '높다 높다' 하면서도 어떻게든 정상에 올라가고 싶어서 끌어주고 밀어주고. 그렇게 올라간 정상에서 또 내려오기도 하고. 다시 또 산을 오르고. 그렇게 묵묵히 걸어가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인터뷰하면서 꿈이 뭐냐고 질문을 받았을 때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했었어요. 그땐 결혼도 하기 전이었는데... 하하하. 좋은 아버지가 된다는 건, 좋은 남편이고, 좋은 배우고, 좋은 동료고, 좋은 친구여야 하잖아요. 좋은 아버지는 이 모든 게 포함되어야 가능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곧 아버지가 될 테니, 이제 정말 최선을 다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MBC주말드라마 <돈꽃>에서 장부천 역의 배우 장승조가 9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MBC주말드라마 <돈꽃>에서 장부천 역의 배우 장승조가 9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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