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 지네딘 지단 감독의 판단은 역시 정확했다. 상대 팀이 어설픈 선수 교체로 밸런스가 흔들리는 것을 제대로 읽어낸 것이다. 왼쪽 측면에 아센시오를 넣어 결코 쉽지 않은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별들의 잔치라 불리는 챔피언스리그 16강 최고의 경기에서 기막힌 뒤집기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지단 감독이 이끌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가 한국 시각으로 15일 오전 4시 45분 마드리드에 있는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벌어진 2017-2018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파리 생 제르맹(프랑스)과의 홈 경기에서 경기 끝무렵 2골을 몰아넣으며 3-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부러워할 PSG의 역습

한창 진행 중인 스페니시 프리메라 리가에서 레알 마드리드 CF는 라이벌 FC 바르셀로나의 선두 질주를 바라보기만 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 경기 덜 치른 상태에서 현재 4위 레알 마드리드는 1위 FC 바르셀로나에 승점 17점 차이로 벌어져 있다. 남은 15경기를 두고 따라잡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이유로 지네딘 지단 감독 자리도 가시방석이라 말할 수 있었다.

더구나 최근 열린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8강 일정에서 레가네스(라 리가 현재 순위 12위)에게 패하는 바람에 믿을 것은 챔피언스리그 하나만 남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16강 대진표가 가장 까다로운 상대 중 하나인 파리 생 제르맹이었다. 조별리그에서 손흥민이 뛰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에게 1무 1패(2득점 4실점)로 밀려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테니까. 이러한 이유로 이번 챔피언스리그 성적에 따라 지네딘 지단 감독의 운명이 갈라질 수 있다는 소식도 나올 정도였다.

전반전에 그 불안감이 현실로 나타났다. 33분에 파리 생 제르맹이 먼저 골을 터뜨린 것이다. 킬리안 음바페가 오른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얼리 크로스를 레알 마드리드 골문 앞으로 보냈다. 이 공을 에딘손 카바니가 동료 네이마르에게 절묘하게 흘려주었을 때 수비수 나초 페르난데스가 가까스로 걷어냈다. 하지만 위험 지역에서 공을 향해 달려들고 있는 선수는 아드리앙 라비오밖에 없었다. 그는 정확한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먼저 골문을 열어버렸다.

파리 생 제르맹의 이러한 공격 패턴을 바라보는 부러운 시선이 느껴졌다. 바로 상대 팀 간판 골잡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시선이었다. 많은 축구팬들이 부러워하던 BBC(가레스 베일-카림 벤제마-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라인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었다. 가레스 베일은 그 순간 벤치에 있었기에 부러운 마음이 더 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파리 생 제르맹의 '네이마르-에딘손 카바니-킬리안 음바페' 공격 라인이 날카롭다는 뜻이기도 했다. 카바니가 상대 수비수 한 명을 끌고 다니며 바람잡이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기에 양쪽에서 네이마르와 음바페가 신나게 흔들어대는 드리블과 얼리 크로스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패턴인 것이다. 상대적으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혼자서 공격을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도 축구는 뜻밖의 구석에서 일이 풀리는 경우도 있다. 레알 마드리드가 이대로 전반전을 끝냈다면 크게 휘둘릴 흐름이었는데 전반 종료 직전에 귀중한 동점골이 만들어졌다. 44분, 카림 벤제마의 왼발 슛이 파리 생 제르맹 골키퍼 아레올라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지만 곧바로 코너킥을 짧게 처리한 판단이 좋았다. 공을 받은 토니 크로스가 상대 선수들의 집중력이 흐려진 틈을 타 과감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한 것이다. 이 순간 파리 생 제르맹 미드필더 로 셀소가 어설프게 달라붙어 손을 써서 토니 크로스를 넘어뜨린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온 지안루카 로키 주심은 어김없이 11미터 지점을 손끝으로 가리켰다. 페널티킥이다.

이 절호의 동점 기회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놓칠 리 없었다. 그의 오른발 킥은 여느 때보다 빠르게 골문 왼쪽 구석으로 날아들었다. 챔피언스리그 8경기 연속 득점 기록을 세우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 덕분에 전반전을 끝내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라커룸으로 향하는 발길이 그렇게 무겁지는 않았다.

지네딘 지단 감독, 신의 한 수

후반전 시작 후 49분에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부러워할만한 파리 생 제르맹의 공격 패턴이 또 한 번 빛났다. 네이마르가 왼쪽 측면에서 공을 몰다가 반대쪽에 있는 음바페를 겨냥해서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주었다. 이 순간 역시 에딘손 카바니는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들을 달고 움직이면서 공간을 열어준 것이다. 음바페의 오른발 슛이 레알 마드리드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의 선방에 막히기는 했지만 홈 팀은 여전히 흔들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잘 나가던 파리 생 제르맹 공격 흐름에 뜻밖의 변화가 생겼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66분에 에딘손 카바니를 빼고 오른쪽 풀백 토마스 뫼니에를 들여보낸 것이다. 상대가 프랑스 리그 앙 하위권 팀도 아니고 레알 마드리드였는데, 그리고 이기고 있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이 선택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다. 카바니가 빠지면 네이마르와 음바페에게 상대 수비가 더 몰릴 것은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은 토마스 뫼니에를 오른쪽 풀백으로 쓰면서 그 자리에 있던 베테랑 다니 아우베스를 위로 올렸다. 4-3-3 포메이션에서 쓰리 톱 중 한 역할을 맡길 수는 없기에 4-4-2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준 것이다. 이 변화를 지네딘 지단 감독이 모를 리 없었다. 그래서 2분 뒤에 카림 벤제마 대신 가레스 베일을 들여보냈고 79분에는 한꺼번에 두 선수를 들여보내며 역전승 시나리오를 펼쳐놓은 것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카세미루 대신 루카스 바스케스를, 이스코 대신 아센시오를 들여보냈다. 이 판단은 거짓말처럼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딱 4분 뒤에 역전 결승골을 뽑아낸 것이다. 보다 높은 위치에서 압박을 가해 공 소유권을 잡은 뒤 곧바로 역습을 펼쳐 승부를 걸겠다는 뜻이 적중한 셈이다.

83분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역전 결승골이 나왔다. 높은 위치에서 압박에 성공해 빼낸 공을 모드리치가 몰다가 왼쪽에 자리잡은 교체 선수 아센시오에게 보냈다. 그의 얼리 크로스는 역시 날카로웠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파리 생 제르맹 골키퍼 아레올라는 몸을 날렸지만 잡아내지 못하고 손으로 쳐낼 수밖에 없었다. 이 순간 운 좋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허벅지에 공이 맞고 들어간 것이다.

지단 감독의 신의 한 수 '아센시오'는 3분 뒤에도 왼쪽 측면에서 마르셀루와 2:1 패스를 주고받으며 완벽한 도움을 또 하나 만들어냈다. 86분, 아센시오의 짧고도 정확한 얼리 크로스를 받은 마르셀루가 과감한 왼발 슛으로 역전승을 확인하는 쐐기골까지 터뜨린 것이다.

명장의 탁월한 안목이 상대 팀의 작은 변화도 간과하지 않고 맞춤형 전술을 펼치게 한 것이다. 전반전에 내준 1골이 다음 달 7일 파리에서 열리는 2차전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지만 2골 차 승리의 기쁨은 감출 수 없었다. 미끄러지며 골 뒤풀이를 펼치는 마르셀루가 지네딘 지단 감독의 품에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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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7-2018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결과(15일 오전 4시 45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마드리드)

★ 레알 마드리드 CF 3-1 파리 생 제르맹 [득점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5분,PK), 크리스티아누 호날두(83분), 마르셀루(86분,도움-아센시오) / 아드리앙 라비오(33분)]

◎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
FW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68분↔가레스 베일), 이스코(79분↔아센시오)
MF : 카세미루(79분↔루카스 바스케스), 토니 크로스, 루카 모드리치
DF : 마르셀루, 세르히오 나바스, 라파엘 바란, 나초
GK : 케일러 나바스

◎ 파리 생 제르맹 선수들
FW : 네이마르, 에딘손 카바니(66분↔토마스 뫼니에), 킬리안 음바페
MF : 아드리앙 라비오, 지오반니 로 셀소(85분↔율리안 드락슬러), 마르코 베라티
DF : 유리 베르치체, 프레스넬 킴펨베, 마르퀴뇨스, 다니 아우베스
GK : 알폰세 아레올라

◇ 16강 2차전 일정
☆ 파리 생 제르맹 - 레알 마드리드 CF (3월 7일 오전 4시 45분, 파르크 데 프랭스, 파리)

◇ 16강 1차전 결과 및 남은 일정표(왼쪽이 홈 팀)
2월 14일(수)
유벤투스 2-2 토트넘 홋스퍼 / FC 바젤 0-4 맨체스터 시티

2월 15일(목)
레알 마드리드 3-1 파리 생 제르맹 / FC 포르투 0-5 리버풀 FC

2월 21일(수)
바이에른 뮌헨 - 베식타스 / 첼시 FC - FC 바르셀로나

2월 22일(목)
샤흐타르 도네츠크 - AS로마 / 세비야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 지네딘 지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챔피언스리그 아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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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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