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의 한 장면.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의 포스터. ⓒ 스마일이엔티


'1가구 1자녀' 법으로 엄격히 임신과 출산이 통제되는 세계. 영화 <월요일이 사라지 세상>은 '식량난에 처한 인류'라는 간단한 소재를 근 미래라는 시간 배경에 풀어놓은 SF 액션물이다. 

적절한 액션과 공상과학적 상상력이 혼재된 영화들 틈에서 이 영화가 던진 승부수는 곧 신선한 설정이었다. 산아제한법을 피해 정부 몰래 일곱 쌍둥이를 키워낸 한 가장은 아이들에게 요일을 딴 이름을 지어주며 절대 다른 요일엔 나가지 말라고 신신당부 한다.

긴장감으로 승부

이 아이들이 지켜야 할 원칙은 단순하다. 절대 자신의 이름을 딴 요일 외에는 나가지 말 것, 그리고 자신이 보낸 일상을 자매들과 철저하게 공유할 것 등이다. 이는 통해 아이들은 집에서는 저마다 다른 개성을 지닌 단독자로, 외부에선 '카렌 셋맨'이라는 하나의 인물로 살게 된다. 감시자들을 피해 일곱 쌍둥이가 잡혀가지 않고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중요한 원칙들이다.

쌍둥이지만 일곱 자매들은 저마다 성격과 개성이 다르다. 먼데이(월요일)부터 선데이(일요일)까지 아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하루의 자유와 단 한 사람의 존재로 살아야 하는 인생에 대해 저마다 다른 생각을 품고 갈등하기도 한다.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의 한 장면.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의 한 장면. ⓒ 스마일이엔티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의 한 장면.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의 한 장면. ⓒ 스마일이엔티


영화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들이 잡혀갈지 모르는 긴장감을 동력 삼았다. 성인이 된 후 이들은 가장 의젓한 월요일을 중심으로 나름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그러다 갑자기 사라진 월요일의 행방을 찾기 위해 하나둘 외부로 나서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사건이 전개된다.

통제와 감시,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음모를 이겨내고 이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서로에 대한 애틋함과 시민들을 통제하며 더 큰 권력을 쥐려는 일부 세력에 대한 적대감을 함께 지닌 이 자매들의 활약이 꽤 흥미롭다.

이 일곱 쌍둥이를 단 한 명의 배우 누미 라파스가 맡았다. <프로메테우스>에서 엘리자베스 쇼 박사 역을 맡으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배우는 성격과 개성이 모두 다른 일곱 자매의 특성을 잘 표현해냈다. 참고로 한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자매들은 누미 라파스와 그의 얼굴을 본 뜬 마스크를 쓴 대역들이 소화했다. 조명과 카메라 구도의 합이 맞아 떨어져야 감쪽같을 텐데 영화 속에서 클로즈업으로 처리하는 걸 보면서 제작진의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오락성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의 한 장면.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의 한 장면. ⓒ 스마일이엔티


아마도 이 영화의 매력에 빠지는 관객의 팔 할은 소재의 힘 덕분일 것이다. '할리우드 블랙리스트', 이른바 영화화 되지 않았지만 할리우드 제작자들 사이에서 호평 받은 시나리오 리스트에 오랜 시간 들어 있기도 했고, 16년의 기획 기간을 거친 만큼 구성 또한 제법 탄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매트릭스>나 <제5원소> 류의 SF물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철학적 고민이나 장르적 쾌감은 덜하다. 이미 이 영화 제작진이 밝힌 대로 "오락성에 충실한 영화"다. 설 연휴를 지나며 명절 증후군에 빠져 있다면 제대로 낚여보자. '월요일이 사라진 세상'이라니 얼마나 기발한가.

한편으로 기시감이 느껴진다. 왠지 '하나만 낳아 잘살자'며 애국, 호국 정신을 강조한 독재시대를 우리나라가 먼저 지나서일까? 할리우드가 그리려 한 이 우울한 근 미래가 사실 한국의 근 과거는 아니었을런지.

한 줄 평 : 제목만큼 충분히 신선한 설정, 그걸로도 매력적이다
평점 : ★★★☆(3.5/5)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 관련 정보

연출: 토미 위르콜라
원제: What Happened to Minday
출연: 루미 라파스, 윌렘 대포, 글렌 클로즈
수입: 퍼스트런
배급: 스마일이엔티
제공: 아이엠비씨
러닝타임: 123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18년 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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