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하는 윤성빈 지난 1월 31일 오후 평창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스켈레톤 대표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윤성빈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답변하는 윤성빈 지난 1월 31일 오후 평창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스켈레톤 대표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윤성빈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스켈레톤 신성' 윤성빈(24·강원도청)이 동계올림픽 사상 첫 메달을 향한 여정에 돌입한다.

윤성빈은 오는 15일 오전부터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경기에 출전한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등 메달을 획득하며 매 대회마다 역사를 써온 윤성빈은 이미 지난달 말 "모든 준비는 끝났다"고 말하며 철저하면서도 자신감 가득한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

윤성빈은 연습주행에도 단 한 차례만 나오고 자신의 주행과 몸 컨디션, 심지어 숙소까지 모든 정보를 기밀에 부쳤다. 모든 일정을 마친 윤성빈은 이제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연습주행부터 보이는 금빛 조짐

윤성빈은 지난달 월드컵 7차 대회를 마친 뒤 귀국해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와 진천선수촌에서 최종 담금질에 들어갔다. 특히 윤성빈은 다른 어느 것보다 보안 유지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썰매 종목은 동계올림픽 종목 가운데 홈 이점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종목이기 때문에, 여러 번 많이 타본 선수들에게 당연히 유리하다. 이번 대회는 안방에서 열리는 것이라 윤성빈에게 유리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다른 외국 선수들의 표적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를 위해 윤성빈은 지난달 31일 이후 지난 13일에 있었던 공식 연습 3,4차 주행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평창 트랙에 서지 않았다. 윤성빈은 외국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입국하기 전 진행한 주행 경험을 토대로 각 코너별 코스 전략을 모두 세웠고 실전 주행까지 완벽하게 마쳤다. 또 숙소까지 평창 선수촌이 아닌 일반 콘도를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숨겨왔다.

지난 13일 진행된 두 차례의 공식 연습에서 윤성빈은 각각 50초81, 50초99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평창에서 열렸던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8차 대회에서는 50초69, 50초83이었는데 모두 이번 기록과 비슷하다. 주목할 것은 기록이 아닌 이날 윤성빈의 컨디션과 몸 상태였다. 윤성빈은 본래 스켈레톤 선수 가운데 가장 빠른 스타트 실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그러나 이날 스타는 각각 5초01과 5초06으로 20위권대였다. 이는 실전에서의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주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윤성빈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상태와 코스 공략법을 철저히 숨기며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윤성빈은 공식연습을 마친 후 "14일 연습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연습은 연습일 뿐이고 오늘은 결과를 얻으려 온 것이 아니라 원하는 느낌을 찾으러 왔다. 얼음의 상태가 너무 좋고 관리가 잘 돼 있어 경기에서 기록도 잘 나올 것 같다"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마의 9번 커브, 어떤 변수 줄까

윤성빈, 쾌속질주 지난해 3월 17일 오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7 BMW IBSF 봅슬레이 & 스켈레톤 월드컵' 남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윤성빈이 질주하고 있다.

▲ 윤성빈, 쾌속질주 지난해 3월 17일 오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7 BMW IBSF 봅슬레이 & 스켈레톤 월드컵' 남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윤성빈이 질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1일에 끝난 평창 동계올림픽 루지 남자싱글 경기에서는 대이변이 속출했다. 올림픽 3연패를 노리고 있던 '루지 황제' 펠릭스 로흐(독일)가 마지막 4차 주행에서 큰 실수를 범하며 3차 주행까지 1위를 하고도 5위로 추락한 것이다.

이미 많이 알려진 대로 평창 트랙 가운데 가장 까다로운 코스는 9번 구간이다. 펠릭스의 실수가 나온 것도 이 구간이다. 그는 다소 발을 끌면서 9번 커브를 빠져나왔고, 이 여파로 썰매가 미끄러지면서 결국 날이 옆으로 틀어진 채 10번, 11번 커브를 통과했다. 9번 커브가 마의 구간이라 불리는 이유는 주행을 조절하기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9번 커브에는 작은 굴곡들이 형성돼 있는데 이를 지나면 미세하게 좌우로 휘어져 있는 10~12번 커브가 기다리고 있다. 마치 직선주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휘어져 있는 곳인데, 9번에서 속도를 줄이게 되면 이 코너에서도 기록이 늦어지고, 속도를 줄이지 않을 경우 균형을 잃고 자칫 벽에 부딪힐 수 있다, 로흐는 결국 마의 구간을 극복하지 못하고 마지막에 무너지고 말았다.

홈트랙에서 열리는 만큼 윤성빈에게 상당히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펠릭스의 사례가 있듯이 마지막까지 방심은 금물이다.

그동안 윤성빈은 국제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한국 썰매의 역사를 새로 썼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월드컵 금메달을 획득한 것에 이어 세계선수권 메달까지 획득했다. 올 시즌에는 월드컵 5개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윤성빈이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면 이 역시 아시아 선수 최초다. 그가 가는 길에 곧 최초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 붙는다.

윤성빈은 14일 훈련 대신 휴식을 취하며 대회를 하루 앞두고 마지막 컨디션 조절에 들어갔다. 이제 실전만 남았다. 15일 오전 10시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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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스켈레톤 윤성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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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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