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기자로 전직했던 전종환 아나운서가 지난해 MBC 노조의 파업 종료 후 다시 아나운서로 돌아왔다. 아나운서가 기자로 전직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다시 아나운서로 전직하는 경우는 드물다. 전 아나운서는 MBC 라디오 부분 개편으로 지난 5일부터 <그건 이렇습니다. 전종환입니다>를 맡은 데 이어 올림픽 기간에 경기 하이라이트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오랜만에 아나운서로 돌아온 느낌이 어떨지 궁금해 지난 12일 서울 상암 MBC 아나운서국에서 전 아나운서를 만났다.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전종환 MBC 아나운서

전종환 MBC 아나운서ⓒ 전종환 아나운서 제공


- MBC 라디오 <그건 이렇습니다. 전종환입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지 일주일이 지났어요. 6년만인데 어땠나요?
"아나운서로 오랜만에 방송을 하는 것이라서 떨리지 않을까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기자 일도 방송 일이긴 마찬가지잖아요. 다른 일을 한다기보다는 그냥 하던 일의 연속선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던 일을 이어 나간다는 느낌이 맞을 것 같아요."

- 첫 방송 전날 긴장되진 않았어요?
"긴장을 한 건 아닌데 새벽 6시 방송이다 보니 일어날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어요. 또 목소리가 잠기지는 않을까 걱정이었죠. 첫 방송이라 사소한 실수가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막상 들어가니까 예전에 라디오 2년 정도 진행한 경험도 있고 해서 하던 일 하는 거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 오전 6시 15분 방송이잖아요. 새벽인데 힘들지는 않으세요?
"제가 아이를 낳은 지 200일 정도거든요. 집에서 애를 보는 게 더 힘들기 때문에 새벽에 나오는 게 힘들지는 않아요(웃음). 근데 최근 평창 올림픽 하이라이트를 방송해요. 그게 밤 11시 반에서 1시 반 사이에 있어서 아침 라디오 방송 시간까지 4시간 밖에 없어요. 회사 숙직실에서 잠을 자고 라디오를 하는 흐름이 조금 힘들긴 하죠. 하지만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은 아직 안 들어요."

- <그건 이렇습니다. 전종환입니다>는 궁금증을 풀어주는 방송이에요. 일주일 진행한 것 중 아나운서님도 궁금했던 것이 있었어요?
"<그건 이렇습니다>는 시사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시사프로그램을 이해할 수 있는 정보들을 제공해주는 프로그램이거든요. 검사 조직이 논란이 되면 검사 조직은 어떤 조직인지 등으로 생활 정보+시사 이슈의 밑바탕이 되는 정보를 같이 소개해 주는 프로그램이에요. 때문에 검사 동일체 원칙 같은 것들이 어떻게 시작된 것이고 어떤 의미를 갖는 건지 얘기해요. 스트레이트 기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배경지식을 설명해 줘서 아침 출근하시는 분들에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좀 더 폭넓게 이해하게 해줘요. 아침에 출근하며 뭐 하나는 알게 됐다는 느낌을 주는 프로그램이라서 저 역시 진행하며 배우는 게 있고 이걸 오랫동안 하다 보면 저도 유식해지지 않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 일주일 동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있을까요?
"생활 정보 프로그램이다 보니 방송을 하다가 아내 얘기 나올 때가 있더라고요. 한 번은 물가가 오르는 게 부담스러운 데 뭐가 오르면 좋겠냐는 질문을 던졌어요. 그랬더니 경제가 오르면 좋겠다는 답이 많이 왔어요. 전 문득 제 용돈이 오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 시간에 아내는 자고 있거든요. 잘 거란 생각에 '지애야 듣고 있니?'라는 장난을 친 거죠. 사실 아내는 돈 마음대로 쓰라고 하는 데 제가 눈치 보여서 많이 못 쓰기는 해요. 그냥 해본 소립니다(웃음)."

- 준비는 어떻게 하시나요?
"기본적으로 회의를 하며 아이템 방향을 잡아요. 시간이 있을 때마다 회의에 참여하거든요, 어떤 얘기를 할지에 대한 주제가 정해지면 저도 전날 관련된 소재를 찾아 공부해요. 생방송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밤사이 일어났던 뉴스 같은 것도 보고 들어가야 해요. 속보 같은 게 있으면 출근길 청취자들에게 알려드려야 하기 때문에 뉴스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체크하는 편이에요."

 <그건 이렇습니다. 전종환입니다> 프로그램 소개 화면

<그건 이렇습니다. 전종환입니다> 프로그램 소개 화면ⓒ MBC


- 아나운서로 입사했지만 기자로 전직했다가 다시 아나운서로 돌아온 거잖아요. 기자로 갔다 아나운서로 돌아가는 경우 거의 없던 것 같은데.
"맞습니다. 아나운서국에서 보도국으로 간 선배가 몇 분 계세요. 그런데 돌아오신 분은 손석희 선배뿐이죠. 다른 분들은 거기서 MBC 생활을 마무리하셔서 제가 20여 년 만에 돌아온 케이스예요.

왜 돌아왔냐면 저희 파업할 때 가장 큰 화두는 재건이었잖아요. 파업이 끝나고 나서 제가 경험했던 MBC를 어떻게 재건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아나운서국은 사람들이 많이 떠났잖아요. 아나운서국 몇몇 선후배들이 예전 MBC(아나운서국)의 문화와 모습을 아는 사람들이 같이 힘을 모아 다시 새롭게 조직 문화를 만들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고 저 역시 파업 기간 동안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던 중 한 아나운서 선배가 술자리에서 '보도국에는 네가 없어도 되지만 아나운서국에는 네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말이 마음에 많이 남았습니다. 제가 어디에 더 필요하고 어딜 가서 힘을 쏟는 게 MBC 재건에 도움이 될지에 대한 고민을 했어요."

- 느낌은 어때요?
"떠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다시 돌아올 가능성에 대해 생각도 안 해서 보도국으로 간 다음 아나운서국에 놀러 오지도 않았어요. 그렇게 발길을 끊고 살았던 터라 6년 동안 변한 게 충격적으로 다가왔어요. 조직 안에서 소통 자체가 금기시되어 있고 너무 많은 선후배가 떠나서 필요한 연차나 필요한 자리마다 구멍이 숭숭 난 상황이었어요. 예전엔 정말 쟁쟁한 선후배가 많아서 어떤 방송 제안이 들어와도 그에 맞는 인물이 있었는데 숫자로 보나 역량으로 보나 예전 전성기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다고 생각하거든요. 다시 선후배 힘을 합쳐서 하나씩 만드는 과정이고 시간이 많이 걸릴 거라고 봐요. 시청자들의 사랑은 너무 먼 얘기고 저희끼리라도 즐겁고 재밌게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려고 씨앗을 뿌린다고 생각합니다."

- 아나운서들이 떠난 거, 보도국에 있지만 알았을 텐데 어떠셨어요?
"마음이 아팠죠. 한명 한명이 다 경쟁력이 있는 선후배고 추억도 많던 사람들인데 방송을 못 하게 한 거잖아요. 기자는 출입처 배정 문제나 기사를 가지고 왜곡시키고 부당한 지시를 할 수 있죠. 그래도 저는 일을 했는데, 동료들이 일이 없는 채로 몇 년 동안 고통 받다가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았고 늘 마음이 아팠어요. 물론 저도 파업 끝나고 초반에는 드라미아와 아카데미를 다녀왔지만, 다시 돌아와 기자로 일했거든요."

- 만약 보도국이 아니라 아나운서국이었다면 못 버텼을까요?
"모르겠어요. 제 삶이 어느 방향으로 갔을지 다 끝난 뒤 함부로 말하는 것은 조심스러워요. 예를 들어 못 버텼을 것 같다거나 어떻게 했을 거라고 말하는 것조차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지점 같아서 가정법으로 말하기엔 부담스러워요."

- 기자 생활은 어땠나요?
"제가 2011년 10월에 가서 2017년 12월에 돌아왔어요. 2005년 말에 입사해 MBC에서 13년을 살았는데 절반은 보도국에 있었고 절반은 아나운서국에 있었어요. 보도국 생활 하던 시절은 MBC 보도국이 망가져있던 시간과 정확히 겹쳐요. 아주 피폐한 생활을 했었죠.

처음에는 기자 일을 배우고 제가 하고 싶은 기사를 냈을 때 즐거움이 컸어요. 3년 정도 그런 즐거움 속에 살다가 점점 월급쟁이 세월을 보낸 거예요. 그런 게 너무 아쉽죠. 정상적인 조직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면 좋았겠다는 마음이 있죠.

그래도 인복이 있는 편이라서 좋은 기자 선후배들을 많이 만났어요. 선후배와 깊게 사귀었고 같이 일하며 많이 혼나기도 하고 많이 배우기도 했죠.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보도국 생활을 경험해 보고 싶을 만큼 선후배들과 즐겁게 일했던 기억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정도예요. 물론 뒤에 2년 정도는 생각하기도 싫은 시간이지만 앞에 즐겁게 일한 시기는 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기자 경험이 아나운서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도움 되는 게 있죠. 아나운서는 말을 하는 거고 기자는 글을 쓰잖아요. 물론 글을 쓴 다음 전달하긴 하죠. 6년 동안 글 쓰는 훈련을 받은 셈인데 제 논리를 빠르게 정리시켜 나가는 과정이었어요. 두 가지를 다 훈련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도움 되지 않을까 해요."

- 아나운서 전종환과 기자 전종환 중 무엇이 더 좋나요?
"자기 분열적인데 제 안에 두 개의 자아가 있는 것 같아요. 아나운서를 할 때 나오는 제 성격과 제 자아가 있는 거 같고 기자를 할 때 나오는 제 성격과 자아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뭐가 더 좋다고는 선택하기 힘들죠."

-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아나운서국의 건전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 대한 소망이 있어요. 그리고 시사 방송도 하게 되면 하고 싶어요. 특별히 가리는 건 없어요. 회사에서 요구하는 프로그램을 충실히 하고 그것에 맞게 저를 변화시키는 것이잖아요. 시사 프로그램 진행하고픈 마음은 있지만, 뭐가 주어지든 직원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디시 시작하는 느낌이에요. 신입사원으로 다시 일하는 것 같아서 저뿐만 아니라 저희 아나운서국 조직원들도 시청자들에게 나아지는 모습,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는 마음입니다. 긴 호흡으로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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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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