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플라자 입구

평창 올림픽 플라자 입구 ⓒ 김동현


불만이 가득했다. 대한민국 땅을 처음 밟아보는 외국인도, 현지에 살고 있는 시민들도 모두 아쉬움을 드러냈다. 평창 동계올림픽 셔틀버스 자체는 운영이 잘 되고 있었으나 노선이 문제였다. 도시와 도시간 이동을 하려면 최소 3번의 환승은 거쳐야 한다는 것이 결정적이다.

관중 셔틀버스 역에서 일하는 한 자원봉사자는 미국 여행객에게 "평창 올림픽 셔틀버스는 최악"이라는 평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객이 '강릉에서 경기를 본 후, 숙소인 평창까지 이동을 하는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며 불만을 표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강릉에서 평창까지 직접 셔틀버스를 타봤다. 오전 10시부터 펼쳐지는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선을 보기 위해, 강릉에서 오전 7시 30분에 출발하기로 결심했다.

[오전 7시 30분] 강릉역에서 휘닉스 스노 경기장까지

오전 시간, 강릉역은 붐비지 않았다. 역 앞을 지나 셔틀버스를 타는 곳까지는 도보로 3분이 걸렸다. 바람이 강하게 불었지만 참지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TS22번(배차시간 10분/강릉역 주차장-올림픽파크 남문1)을 타고 강릉올림픽파크로 떠났다.

강릉에서 평창으로 가려면 꼭 올림픽 파크를 거쳐야 한다. 그곳에서 평창행 셔틀이 정차하는 북강릉 주차장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북강릉 주차장으로 가는 노선이 두 개에 불과하다. 북강릉 주차장으로 가려면 TS26번(배차시간 30분/북강릉수송몰-올림픽파크-관동하키센터)과 TS20번(배차시간 5분/북강릉수송몰-올림픽파크 북문) 버스를 타야 하는데 노선이 상당히 불편하게 짜여 있다. 관동하키센터에서 경기를 본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강릉올림픽파크에서 버스를 탈 수 있는데,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TS22번은 올림픽 파크 남문에서 승객들을 내려주었다. 이후 난 북문까지 걸어야 했다. 북강릉 주차장으로 가는 셔틀이 북문에 정차하기 때문이다. 북문까지 가기 위해서는 올림픽 파크를 가로질러 가야 했다. 더욱 난처한 상황은 올림픽 파크 입구에서 벌어졌다. 이곳에 입장하려면 보안 검색을 거쳐야 하는데, 버스에서 먹으려 했던 간식들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후 올림픽 파크 입장 과정을 거쳐 15분 이상을 걸었다. 겨울이고 날씨도 추워 남문에서 북문까지의 거리는 만만치 않았다. 남문에서 북문으로 가는 길은 강릉 올림픽 파크의 시작과 끝이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아래 지도 사진에서 확인 가능).

 빨간 점에서 파란 점까지 걸어가야 했다

빨간 점에서 파란 점까지 걸어가야 했다 ⓒ 네이버 지도


오랜 시간을 걸어서 북문에 도착하자 많은 버스들이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북강릉주차장으로 가는 셔틀버스는 TS26(배차시간 30분/북강릉수송몰-올림픽파크-관동하키센터)이었는데, 난 약 5분(배차시간이 30분인데 5분 정도 기다렸으니 행운이었다고 봐도 되겠다)을 기다려 탑승했다. 3명을 태운 TS26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전되었다.

[오전 8시 20분] 북강릉주차장

운이 좋게도 북강릉주차장에서는 대관령주차장까지 가는 셔틀버스는 바로 갈아탈 수 있었다. 셔틀버스 번호는 TS31이었는데, 2분 정도 대기하고 탑승했다. 이 노선의 원래 배차 간격은 10분이라고 한다. 바람이 많이 부는 주차장에서 최대 10분까지 대기할 수도 있으니, 따뜻한 방한은 필수다.

대관령까지는 약 40분 정도 소요됐고 결국 오전 9시가 넘어서야 평창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이제 다시 TS30(배차시간 5분)을 타고 진부역까지 가야 한다. TS30은 '대관령수송몰승차장-평창올림픽플라자1-평창올림픽플라자앞교차로(미정차)-휘겔빌리지앞회전교차로(미정차)-호명교(미정차)-진부수송몰'을 오가는 셔틀이다.

TS30 셔틀을 타고 20여 분 정도 흐른 뒤에야 진부역에 도착했다. 그때가 오전 9시 30분쯤이었다. 대기 시간 5분을 기다려 드디어 마지막 환승을 거친다. TS6(배차시간 30분/진부수송몰-휘닉스스노경기장)으로 갈아타고 약 25분 이상을 달려 휘닉스 스노 경기장을 마주했다. 이미 스노보드 경기는 시작됐고, 보안검색대 너머에서는 팬들의 환호성과 중계석의 중계가 들려왔다.

보안 검색대 앞에는 엄청 많은 사람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기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대기줄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난 약 25분이 지난 뒤에야 검색대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이어 이날 두 번째 보안검색을 마치고 검표소에서 코드를 보인 후 입장했다.

강릉에서 평창까지 가는 과정을 나름대로 조리 있게 풀어보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글이 쉽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환승 과정이 너무 많다. 번거롭기도 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았다. 만약 TS26와 TS31, TS6의 대기시간이 길었다면, 시간은 더욱 오래 걸렸을 것이다.

또 버스의 번호가 매우 다양해서 외우기가 쉽지 않다. 이 글에선 총 다섯 개의 버스가 등장했는데, 평창에는 이외에도 수많은 버스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 번호들이 살갑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데, 외국인들이 겪는 불편함은 배가 될 것이다.

셔틀버스의 장점은 단 하나 '무료', 여유가 된다면...

 이미 경기가 시작되었는데도 많은 대기줄

이미 경기가 시작되었는데도 많은 대기줄 ⓒ 김동현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느낀 장점은 단 하나였다. 무료로 탑승이 가능하다는 것. 그러나 이 하나를 위해서 시간 등 다른 것들을 포기하자니 아쉬움이 크다. 물론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관광객들에게는 괜찮은 교통수단이다. 원하는 목적지까지 쉽게 이동이 가능하고 배차 간격도 짧아 유용하다. 그러나 장거리를 이동해야 한다면 추천하지 않고 싶다.

직접 경험한 바, 여유가 된다면 차라리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난 아침 일찍 나서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했으나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 했다. 게다가 목적지까지의 과정이 순탄치 않다. 셔틀버스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는 이 두 가지만으로도 충분하다. 특히 셔틀버스는 시간 많지 않은 관광객들을 초조하게 만들 것이다. 다른 장점은 찾기 어려웠다.

강릉과 평창을 잇는 교통수단은 셔틀버스를 제외하고도 두 가지 더 있다. 첫째는 시외버스다. 강릉고속터미널과 횡계버스터미널은 시외버스를 타고 30분이면 이동이 가능하다. 터미널에 도착한 후 약 35분만 셔틀버스를 타고 움직이면 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다. 시외버스를 타면 시간 대비 이득을 볼 수 있다. 가격도 성인 2500원, 학생 2000원으로 비싸지 않은 편이다.

둘째는 KTX다. 가격은 (정가 기준) 8400원으로 다소 비싸지만, 단 17분이면 강릉역에서 진부역까지 간다. 셔틀버스로 2시간이나 걸렸던 거리를 17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엄청나다. 진부역에 도착하면 TS6(배차시간 30분/진부수송몰-휘닉스스노경기장)번 셔틀을 타고 25분 정도만 이동하면 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다. 시간이 매우 촉박하거나,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타보길 권한다.

관광객들이 만족하지 못 하고 대안을 찾는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셔틀버스 역시 운영 취지 자체는 좋았지만 노선에 아쉬움이 크다. 다음 올림픽과 국제 대회들은 이번 실수를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다.

만약 셔틀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라면 반드시 다양한 경로의 '직행'을 운영해야 한다. 관중들의 수요를 미리 파악해 주요 시설들을 잇는 노선 역시 필수다. 한 도시 내의 주요 시설은 많아도 두 노선 안에 모두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복잡하지 않고 관광객들의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만약 또 다시 국제대회를 치를 일이 생긴다면, 평창 올림픽에서의 실수를 거듭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교통 문제를 극복하길 바란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평창올림픽 셔틀버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