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창동계올림픽이 한창이다. 개막식을 시작으로 '한국적인 것' 혹은 '세계적인 것'을 다양한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그 중 한국의 전통 음악이 빠질 수 없다. 이렇듯 우리의 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여러 공연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며 23일 오후 8시 서울 국립국악원에서 <윤이상, 그 뿌리를 만나다>란 이름의 공연이 열린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음악을 만든 윤이상 선생의 음악의 뿌리가 된 우리 전통음악을 새로운 형태로 들을 수 있는 기회다. 이 공연을 앞둔 1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회의장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작곡가 윤이상, 동·서양 음악의 중개자

윤이상, 그 뿌리를 만나다 1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회의장에서 <윤이상, 그 뿌리를 만나다> 공연 관련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손혜리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 김희선 국립국악원 학예실장, 성시연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이영 피리 연주자(국립국악원 지도위원)가 참석했다.

▲ 윤이상, 그 뿌리를 만나다 1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회의장에서 <윤이상, 그 뿌리를 만나다> 공연 관련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손혜리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 김희선 국립국악원 학예실장, 성시연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이영 피리 연주자(국립국악원 지도위원)가 참석했다. ⓒ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서양의 한 음은 마치 연필로 긋는 일정한 두께의 선과 같은 반면, 동양에서의 한 음은 직선적이 아닌, 마치 두껍다가도 얇아지기도 하는 붓의 필치와도 같은 유연한 움직임의 조형을 갖고 있습니다. 서양 철학에서의 음 혹은 음향은 사람에 의해 생산되는 존재입니다. 반면 동양에서는 사람이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음향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동양의 음악가들은 이 울림을 취하여 자신의 음악으로 조형해 나가는 사람들입니다." (윤이상)

작곡가 윤이상은 100곡이 넘는 작품을 유럽에서 작곡해 동양적인 것을 세계적인 것으로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주관하는 <윤이상, 그 뿌리를 만나다> 공연에서는 윤이상의 작품 중 '예악'과 '무악'이 연주된다. 그밖에도 종묘제례악과 수제천, 춘앵전 등 그의 음악의 뿌리가 된 전통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손혜리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은 "저희는 윤이상 선생님의 음악만 조명하는 게 아니고 그 음악의 깊은 뿌리가 되는 전통 음악을 조명한다"며 "준비를 하다보니까 진짜 어려운 일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김희선 국립국악원 국악연구 실장은 "서양음악의 관점에서 전통음악의 가치를 조명하는 일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성시연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지난해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했다"며 "해외 기자들과 인터뷰할 때 한국의 전통음악에 대해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단 걸 알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설명하고 보여줄 만한 소스가 많지 않아 안타까움을 느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세계적인 작곡가의 고향에 대해, 그 음악의 뿌리에 대해 더 신경써야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평창동계올림픽과 맞물려서 이렇게 좋은 시기에 좋은 취지로 공연이 펼쳐지게 돼 기쁘다. 동서양의 악기들로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겠다.

외국에서 오래 사신 윤이상 선생님의 기본적인 전통적 가치관과 뿌리를 만날 수 있는 작품들로 준비됐다. 공연에서 주목할 점은 인터미션을 갖지 않고 물 흐르듯이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된다는 점이다. 지휘자로서 연주자로서 환호 받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번 공연만큼은 물 같은 흐름을 통해 작곡가가, 한국의 음악이, 한국의 정신이 박수 받는 무대가 되길 바란다." (성시연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국내 최초 동·서양 악단의 교차 연주

윤이상, 그 뿌리를 만나다 1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회의장에서 <윤이상, 그 뿌리를 만나다> 공연 관련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손혜리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 김희선 국립국악원 학예실장, 성시연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이영 피리 연주자(국립국악원 지도위원)가 참석했다.

▲ 윤이상, 그 뿌리를 만나다 성시연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번 공연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동서양 악단의 교차 연주다. 우리 전통음악을 보여 줄 국립국악원, 윤이상의 현대음악을 연주할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호흡이 기대된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영 피리 연주자(국립국악원 지도위원)는 "10여 년 전부터 전통음악의 창조적 계승에 관심이 많이 생겨 새로운 음악을 추구해왔다"면서 그런 취지에서 오보에 독주를 위한 '피리(Piri)'와 피리독주곡 '상령산'을 연주하는 이번 공연의 의미를 높이 샀다. 그는 "오보에는 튜닝할 때 기준이 되는 소리일 만큼 음이 안 바뀌는 악기라서 '저 악기가 전통음악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그런데 막상 보니 오보에가 상당히 그런 음악을 잘 표현하더라"며 놀라움을 전했다.

아무래도 외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만큼, 성시연 지휘자에게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윤이상 음악의 가치"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성시연 지휘자는 "윤이상 선생님이 우리 전통음악과 서양의 음악을 연결시켜서 새로운 분야를 창조했다"며 "이는 당시 독일에서 음악적으로 새로운 기법이고 아이디어라고 인정받았다"고 답했다.

"제가 윤이상 선생님의 작품을 봤을 때 마음속에 와 닿는 느낌이 (다른 음악과 비교해) 상당히 다른 것을 느낀다. 붓으로 그린 선 같은 느낌도 들고, 한국 사람으로서 느낄 수 있는 한국적인 흐름이라든지 방향성이라든지 그런 것이 다른 (서양)음악과는 다른 묘한 매력이 있다. 그 속에서 작곡가와 만나고 깊게 교감하는 걸 느낀다.

윤이상 선생의 곡은 전환기를 맞았다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에 상당한 애정이 생겼고, 더 연주하고 싶단 생각이 든다. 선생님의 음악뿐 아니라 쓰신 책이나 인터뷰를 보면서 선생님의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에 상당한 감동을 받았다. 할 수 있는 한 외국에서 윤이상 선생님의 곡을 공연하고 싶다" (성시연 지휘자)

윤이상, 그 뿌리를 만나다 1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회의장에서 <윤이상, 그 뿌리를 만나다> 공연 관련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손혜리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 김희선 국립국악원 학예실장, 성시연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이영 피리 연주자(국립국악원 지도위원)가 참석했다.

▲ 윤이상, 그 뿌리를 만나다 <윤이상, 그 뿌리를 만나다> 공연은 오는 2월 23일 금요일 오후 8시 서울 국립국악원에서 열린다. ⓒ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윤이상 성시연 평창올림픽 종묘제례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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