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쇼 ‘오늘의 게스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 데이비드 레터맨 쇼’ 홍보 이미지

▲ 토크쇼 ‘오늘의 게스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 데이비드 레터맨 쇼’ 홍보 이미지 ⓒ 넷플릭스


배우 조지 클루니가 넷플릭스 토크쇼 <오늘의 게스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데이비드 레터맨 쇼>(My Next Guest Needs No Introduction with David Letterman)에 출연했다. 전직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에 이어, 레터맨의 두 번째 게스트로 참여한 것이다.

레터맨은 미국 CBS 장수 토크쇼 <레이트 쇼 위드 데이비드 레터맨>(Late Show with David Letterman)을 22년 간 진행했던 방송인이며, 지난 2015년 5월 은퇴를 했다가 최근 넷플릭스가 시작한 이 토크쇼를 통해 활동을 재개한 인물이다.

1994년 시작된 NBC 인기 드라마 < ER >에 출연하면서 스타덤에 오른 클루니는 이후 영화로 활동무대를 넓혔고 영화 <황혼에서 새벽까지> <오션스 일레븐> <시리아나> <인 디 에어> <그래비티> 등에 출연했다.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그는 영화감독으로도 유명하다. 영화 <컨페션> <굿 나잇 앤 굿 럭> 등을 연출했으며, 2013년에는 직접 제작한 영화 <아르고>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자신의 지난 삶 회고하는 조지 클루니의 모습

토크쇼 ‘오늘의 게스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 데이비드 레터맨 쇼’  토크쇼 한 장면

▲ 토크쇼 ‘오늘의 게스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 데이비드 레터맨 쇼’ 토크쇼 한 장면 ⓒ RadicalMedia


최근 클루니는 늦은 나이에 쌍둥이를 얻어 처음으로 아버지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고 한다. 이 토크쇼는 쌍둥이가 생긴 뒤로 집에서 나올 기회만 엿보게 됐다는 그의 농담을 시작으로, 미국 중서부지방에서 보낸 유년기부터 청년기 그리고 지금 배우자인 '아말'을 만나게 된 사연까지 자신의 지난 삶을 진솔하게 회고하는 그의 모습을 담아냈다.

그 과정에서 유명한 팝스타였던 로즈마리 클루니와 CBS 인기 드라마 < NCIS 로스앤젤레스>에 출연했던 배우 미구엘 페레가 그의 가까운 친척이었다는 사실이 언급됐으며, 한때 신시내티 레즈의 프로야구 선수가 되기를 꿈꿨던 그가 고교시절 그 팀의 공개 선발 테스트에 두 번이나 참가했다 낙방했던 일화가 공개되기도 했다.

진행자 레터맨은 이번 토크쇼를 통해 사회활동가로서 클루니의 면모를 조명하기로 단단히 작정을 했던 모양이다. 레터맨이 관련 질문을 중점적으로 던지고 대답을 끌어낸 덕분에 시청자들은, 클루니가 수단 다르푸르에서 벌어졌던 대량학살 사태를 고발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분쟁지역에 몸소 잠입했던 일, 국제사회가 개입을 망설이자 그 대량학살 책임자들의 '돈줄'을 직접 추적해서 자산 동결을 압박했던 일 등을 당사자로부터 들을 수 있게 됐다. 

이 외에도 레터맨은 클루니와 그의 부모님 후원으로 미국으로 건너 온 한 이라크 난민 청년의 사연, IS가 벌인 소수민족 대량학살 사건을 법정 위에 올림으로써 국제사회가 이를 단죄하고 기록으로 남길 수 있도록 한, 그의 배우자이자 인권변호사인 아말의 행적 등을 소개하면서, 클루니의 사회활동이 단지 개인적인 관심사가 아니라 클루니 집안의 가풍에서 비롯된 것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클루니는 어려서부터 나눔의 가치를 경험했다고 한다. 매년 크리스마스 때면 그의 부모님은 가정형편 때문에 명절을 제대로 보내기 힘든 이웃 한 가정을 지정했고, 그래서 크리스마스 아침마다 어린 클루니는 가족과 함께 선물을 사들고 그 집을 방문해서 파티를 준비해야 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사회활동과 관련하여 클루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건이 되니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선하다고 봐요. 대부분 주어진 상황에서 할 도리를 다 합니다. 저는 가톨릭 신자로서 신념이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전 복권에 당첨됐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행운은 나눠야 한다고 믿습니다."

여기서 복권에 당첨됐다는 건, 자신의 성공적인 경력과 그 과정에서 얻은 부를 가리키는 말이다. 한동안 미국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로 통했고, 배우와 감독 그리고 제작자로서 재능을 인정받고 있으며 활발한 사회활동을 통해 국제적인 명성까지 얻은, 그야말로 완벽해 보이는 남자가 겸손의 미덕까지 갖춘 것이다.

그래서일까? 미국 사회에서도 클루니가 앞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호사가들의 관심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토크쇼 말미에 출마 의향을 묻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고, 레터맨도 그 자리에 가면 오히려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진다며 만류하기는 했지만, 알 수 없는 게 사람 속이요 세상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개인적으로 클루니가 미국 대통령 자리에도 어울릴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역시 필자는 그가 지금처럼 쇼 비즈니스에 종사하면서 동시에 영향력 있는 사회활동가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더 강하다.

이번 토크쇼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유년기 경험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그런 유년기 경험의 상당 부분이 가정환경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에서는 이런 시각과 관련하여, 문화자본과 부의 세습, 그에 따른 '계급'의 고착화 등의 문제가 주로 언급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클루니 가족의 예처럼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을 만한 정신적인 유산을 만드는 일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찾아보면 의외로 물질적인 토대와 상관없이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오늘의 게스트 알 만한 사람은 다 조지 클루니 데이비드 레터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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