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A.I. 포스터

영화 A.I. 포스터 ⓒ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인간과 인공지능 중 누가 더 인간다울까. 당연히 인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평소엔 평범하거나 착하다가도(또는 그렇게 보이던) 특정 욕심이 발동되는 순간 윤리, 도덕 등은 내팽개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욕심은 각양각색이지만, 행하는 모습은 거의 비슷하다. 눈에 뵈는 게 없다. 눈에 뵈는 게 없어진 사람들은 누군가를 죽이고, 동물을 학대하고, 집단을 만들어 마녀사냥까지 아무렇지 않게 한다. 물론 극단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실제 벌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가 제목과 같은 질문을 하게 된 이유는 영화 < A.I. > 때문이다.

어느 미래, 빙하가 녹아 온 나라가 물에 잠겼다. 이 때 인류는 과학의 발전으로 로봇을 적극 활용하여 살아간다. 하지만 아직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이라는 풀지 못한 숙제가 남아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비 박사(월리엄 허트)는 시제품으로 감정이 있는 로봇 데이비드(할리 조엘 오스먼트)를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그 후 데이비드는 하비 박사의 회사 직원인 헨리 스윈턴(샘 로바즈)에게 입양된다. 데이비드는 특히 엄마인 모니카(프란시스 오코너)의 사랑을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몇몇 사건들로 인해 버림받는다. 이에 데이비드는 엄마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어른을 위한 동화'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로봇

 영화 < A.I. >에서 데이비드로 분한 할리 조엘 오스먼트

영화 < A.I. >에서 데이비드로 분한 할리 조엘 오스먼트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주)


< A.I. >는 어른을 위한 동화다. 동화적 분위기 속에 인간을 향한 비판적 메시지가 담겨있다.  다만 이 동화 속 악당은 괴물이나 귀신같은 것이 아닌 인간이고, 주인공을 비롯한 착한 역할은 로봇이다. 그럼으로써 인간의 본성 중 악한 부분을 조명한다.

'엄마=모니카'라고 입력된 데이비드의 관심사는 영화 내내 오직 엄마에게 향해있다. 그런 그는 인간이 되고 싶다.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다. 그래서 친아들인 마틴(제이크 토마스)의 도발에 걸려 음식을 먹었다가 고장이 나고, 소중한 모니카의 머리카락에 가위질까지 한다. 그 엄마에게 버림받을 때마저도 그는 적개심을 보이는 것이 아닌 "진짜가 아니어서 죄송해요. 제발 날 버리지 마세요"라며 울부짖는다.

한 마디로 순수함과 맹목적인 사랑을 보인다. 어느 정도로 맹목적이냐면, 그는 우연히 자신을 똑 닮은 로봇들을 보고 충격(자신이 로봇이라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 빠져 '엄마'를 말하며 바다에 뛰어든다. 이 상황을 한 문장으로 줄여보면 "고도로 프로그래밍된 로봇이 자해를 한다"이다. 문장 자체가 어색할 만큼 이질감이 느껴지면서도 그만큼 그의 진심 또한 드러난다.

그의 여정에 도움을 주는 이 또한 로봇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로봇에게서 온기가 전해온다. 귀여운 외모와는 상반되는 성숙한 면모를 보이며 항상 그를 챙기는 테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도망 중에 우연히 얽혀 그를 돕는 지골로 조(주 드로), 로봇 학살 축제인 플래시 페어에서 만난 로봇들. 그들은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항상 누군가를 돕고, 순종한다. 그리고 그 대상은 대부분 인간이다. 이는 인간을 돕는다는 명령이 입력돼서 그렇다 쳐도, 같은 로봇인 데이비드에게 보이는 따뜻한 행동들에선 설명 불가의 온정이 느껴진다.

반면, 영화 속 인간들에게선 인정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그를 입양하자고 모니카를 설득했다가 다시 버리자고 꾀는 헨리. 마틴과 친구들 또한 로봇을 대함에 있어 무자비한 모습을 보인다. 이 비인간적의 끝은 로봇 대학살의 현장인 플래쉬 페어다. 그들은 로봇을 사냥한다. 그 후 그냥 부수는 것이 아닌 사지절단, 염산, 프로펠러에 집어넣기 등 온갖 악취미적 방법으로 학살한다. 그리고 이를 축제처럼 환호하며 즐긴다. 처형대에 선 데이비드를 건드리지 말라며 돌팔매질을 하는 이유도 인간과 똑 닮아서, 진짜 인간 같아서다. 역시 인간우월주의자들답다.

따뜻한 정서적 울림이 있는 작품, 우리에게 인공지능이란

 영화 < A.I. >에서 모니카가 데이비드에게 자신을 엄마라고 입력하는 장면이다.

영화 < A.I. >에서 모니카가 데이비드에게 자신을 엄마라고 입력하는 장면이다.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주)


위 대목들에서 로봇을 동물과 겹쳐보자. 비단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게 된다. 헨리에게선 고속도로 등에서 손쉽게 애완동물을 버리는 매몰찬 주인들이 떠오른다. 마틴의 친구들은 어떤가. 데이비드에게 칼을 갖다 대다 마틴과 데이비드가 위험에 처하지만, 그들은 추궁 받지 않는다. 얼마 전, 웃으며 동네 고양이에게 장난감 총을 쏴대던 한 아이를 봤다. 놀라웠던 점은 아이의 아버지도 같이 웃으며 옆에 서있었다. 오히려 잘 쏴보라고 독려했다. 단편적인 모습으로 그들의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이 행동만큼은 잘못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동물을 예로 들었을 뿐, 사실 이 보다 심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 A.I. >는 따뜻하고 정서적인 울림이 강한 작품이다. 이는 영화 곳곳에 설치된 동화적 장치의 힘이다. 먼저 '주인공인 어린 로봇이 엄마의 사랑을 얻기 위해 인간이 되려는 모험을 떠나고, 인간이 되려면 요정을 찾아가야 한다는 말을 믿고 무작정 파란 요정을 찾아 나선다.'라는 스토리 자체가 가장 큰 동화적 장치다.

이외에도 모니카가 데이비드에게 자신을 엄마라고 입력하는 장면. 신성함이 깃든 새 생명이 태어나는 모습처럼 따스한 햇빛 배경을 이용하여 신비롭고 따스하게 묘사했다. 그리고 데이비드로 분한 할리 조엘 오스먼트. 그가 따뜻한 분위기와 차가운 메시지를 오갈 수 있는 오작교역할을 잘 해냈다.

현재 시시각각 급속도로 발전하는 중인 인공지능. 미래에 우리는 그들에게 거의 모든 면에서 턱없이 모자랄 것이다. 벌써 바둑마저 패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인공지능에게 인간다움, 윤리, 도덕 등마저 진다면, 우리가 설 자리는 어디에 있을까.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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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를 꿈꾸는 일반인 / go9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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