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개의 해'라는 2018년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가 눈 앞에 와 있다. 2월 15일(이하 한국 시각)부터 투수와 포수들은 야수들보다 먼저 소집되어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다. 내년 FA 시장에 대어들이 많아서 그 영향으로 이번 FA 시장이 유례없는 한파가 몰아쳤고, 그로 인하여 오승환의 계약이 늦어지긴 했으나 한국인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올 시즌 뛸 자리들을 잡았다.

올해 메이저리그 계약이 보장된 한국인 선수는 총 3명(류현진, 오승환, 추신수)이다. 지난 해 4명에서 김현수(현 LG 트윈스)가 FA 자격을 얻어 KBO리그로 돌아갔기 때문에 1명이 줄었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역시 올해까지 메이저리그 계약이 되어 있지만 취업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제한 선수 명단에 있기 때문에 번외로 분류한다.

팀 상황이나 성적에 따라 로스터 이동 가능성이 있는 스플릿 계약 선수는 1명으로 줄어들었다. 박병호(현 넥센 히어로즈)와 황재균(현 kt 위즈)이 KBO리그로 돌아감에 따라 최지만(밀워키 브루어스) 혼자 남게 된 탓이다. 박병호는 미네소타 트윈스와 남은 계약을 상호 합의 하에 해지하고 넥센과 연봉 계약했으며, 황재균은 1년 스플릿 계약이 만료되면서 kt와 FA 계약을 체결했다.

FA 앞둔 류현진, 올해 경기 내용에 따라 가치 달라져

 류현진이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 2017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홈 경기에 후반기 처음이자 26일 만의 선발 등판을 마친 뒤 인터뷰하고 있다.

류현진이 지난 2017년 7월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 2017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홈 경기에 후반기 처음이자 26일 만의 선발 등판을 마친 뒤 인터뷰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3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계약을 체결했던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2018년을 끝으로 다저스와 맺었던 6년 계약이 만료된다. 원래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조건에 따라 옵트 아웃을 행사할 수 있었으나 어깨 수술로 사실상 2년을 쉬면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그대로 6년 동안 다저스에서 뛰게 됐다.

지난해 다저스는 선수 자원이 넘쳐나면서 많은 선수들이 경기에 출전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지난 해부터 도입된 10일 부상자 명단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서 피로가 쌓이거나 가벼운 부상이 생긴 선수들을 무리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정규 시즌 승률 1위 및 내셔널리그 챔피언을 이뤄냈다.

이러한 로스터 운영은 어깨 부상에서 복귀 후 첫 풀 타임 시즌을 치렀던 류현진에게도 적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비록 규정 이닝을 채우지 못하고(126.2이닝) 승운도 없었지만(5승 9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3.77) 큰 부상 없이 한 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시즌을 마친 뒤 다저스는 고액 연봉 선수들에 대한 대대적인 교통 정리를 단행했다. 선발진에서는 브랜든 맥카시와 스캇 카즈미어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트레이드되면서 로테이션이 깔끔하게 꾸려졌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필두로 리치 힐, 류현진, 마에다 겐타, 알렉스 우드 5명이 고정되었고 이외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이 유사시 임시 선발 요원으로 대기한다.

일단 류현진은 부상 등의 이변이 없는 한 꾸준하게 선발 등판할 기회는 보장된 셈이다. 올 시즌을 마치면 FA 시장에 나와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성적이 꼭 필요한 시즌이다. 어깨가 건강하고 꾸준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선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2018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즌을 마친 뒤 맞이하게 될 FA 시장에는 꽤 많은 수준급 선발투수들이 나온다. 커쇼가 2년의 잔여 계약(6500만 달러) 대신 옵트 아웃을 행사하면 최대어가 되며, 댈러스 카이클(휴스턴 애스트로스), 개럿 리차즈(LA 에인절스), 지오 곤잘레스(워싱턴 내셔널스), 맷 하비(뉴욕 메츠) 등도 FA 시장에 나오게 된다.

커쇼가 있지만 여기까지 언급한 투수들만 나오면 특급 투수가 커쇼와 카이클 2명이라 류현진도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 있는 투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옵션이 실행되지 않는 경우까지 생각한다면 크리스 세일(보스턴 레드삭스),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콜 해멀스(텍사스 레인저스) 등의 특급 투수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에 류현진이 새로운 계약을 맺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오승환과 추신수, 팀 동료로 만나다

 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울라운드 한국 대 대만 경기. 오승환이 9회말 등판해 손에 송진가루를 묻히고 있다.

지난 2017년 3월 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울라운드 한국 대 대만 경기. 오승환이 9회말 등판해 손에 송진가루를 묻히고 있다. ⓒ 연합뉴스


오승환은 FA 계약을 마침에 따라 추신수와 함께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게 됐다. 2018년에는 275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성적에 따라 2019년 450만 달러의 옵션이 있다. 추신수가 1982년 7월 13일생, 오승환이 7월 15일생으로 두 선수는 경기 일정에 따라 생일 파티를 함께 치를 수도 있는 동갑내기 친구 사이다.

오승환은 2016년 강력한 퍼포먼스로 부진했던 트레버 로젠탈 대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무리투수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7년 오승환이 다소 부진하고 로젠탈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으면서 카디널스는 사실상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가동해야 했다.

그래도 오승환은 FA 시장에서 나름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팀이 여럿 있었고, 그 결과 레인저스와 계약할 수 있었다. 레인저스 불펜이 지난 해 붕괴 수준이 되면서 팀 성적이 하위권에 머물렀고, 그 불안한 뒷문을 오승환이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오승환이 마무리투수를 맡게 되면 왼손 불펜 요원인 제이크 디크먼과 알렉스 클로디오 등은 셋업맨 또는 왼손 타자 스페셜리스트로 활용된다. 오른손 불펜 요원 중 굳이 경쟁 상대가 있다면, 2017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에서 구원투수로 활약했던 마이크 마이너가 있다.

추신수는 올해가 레인저스와의 7년 계약 중 5번째 시즌이다. 출루와 타격 능력에 있어서 여전히 레인저스 타선에서 생산적인 타자이기 때문에 일단 주전 타순에는 포함되겠지만, 우익수와 지명타자 출전 비율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추신수 본인은 외야수 출전을 선호하지만 2016년 너무 자주 부상을 당했던 여파로 이전에 비해 수비 능력이 하향세에 접어들고 있다.

일단 추신수는 2017년 우익수로 76경기, 지명타자로 65경기를 출전했다. 텍사스 주 지역 매체 <댈러스 모닝 뉴스>에 의하면 추신수가 지명타자로 100경기, 나머지 경기를 외야수로 출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 추신수는 팀에 보탬이 되는 전력인 것은 확실하지만 최근 몇 년의 타격에 있어서 테이블 세터와 장타력 전문 타자 사이에서 애매한 성적을 내고 있다. 2017년만 봐도 22홈런으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고, 77볼넷 7사구 96득점을 기록할 정도로 득점 생산력은 좋지만 타점에 있어서 78타점으로 다소 애매했다. 홈런과 대비해서 장타율이 다소 낮은 것도 그렇고 다른 팀들의 지명타자 활용을 감안하면 지명타자 치고 타격이 강하지는 않은 성적이다.

결국 오승환과 추신수는 올해 활약으로 인하여 향후 선수 커리어에 있어서 팀내 역할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선수 생활에 신인 시절, 전성기, 안정기, 은퇴 시즌 등이 나뉘듯이 두 선수의 선수 커리어에 있어서 또 한 번의 전환기가 찾아올 타이밍이다.

스프링 캠프에서 기회 노리는 최지만

마이너리그 FA 시장에 나왔던 최지만은 밀워키 브루어스와 계약하고 스프링 캠프에 초청선수로 참가한다.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합류할 경우 연봉 85만 달러를 받으며, 200타석을 채울 경우 20만 달러 추가, 이후 100타석마다 10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외야 수비도 병행한 적이 있지만 최지만은 1루수로서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브루어스 트리플A 1루수로 있었던 게릿 쿠퍼가 후반기에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되는 바람에 최지만은 양키스 백업에서 밀려나 마이너리그로 가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었다. 일단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에 실패하면 트리플A 주전 1루수까지는 보장된다.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 경쟁에 있어서는 다소 험난하다. 주전 1루수는 NC 다이노스에서 뛰면서 MVP 이력까지 갖춘 에릭 테임즈가 버티고 있고, 백업 1루수 자원도 헤수스 아귈라가 있다. 시즌 중 이들이 슬럼프에 빠질 때를 대비하여 자리를 비집고 들어갈 기회를 노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지만으로서는 사실상 올해가 메이저리그 도전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1991년생이라 병역 문제를 언제까지 더 미룰 수가 없는 상황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국내 복귀를 할 경우 KBO리그 지명은 이학주의 경우처럼 2년을 기다려야 한다. 다만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인해 군 면제 판정을 받은 이학주가 독립리그에서 운동하며 2018년 8월 신인 지명을 기다리는 것과 달리 최지만은 정상적으로 병역을 이행해야 한다.

다만 최지만의 경우 이대은(현 경찰청)처럼 국가대표로 기여한 이력이 없기 때문에 2년의 유예기간 동안 경찰청이나 상무 피닉스에 지원할 수도 없다. 2018년에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이 있긴 하지만 과거 약물 복용 적발 이력이 있어서 대표팀 선발 가능성도 희박하다.

정영일(현 SK 와이번스)의 경우처럼 일단 해외리그 팀과의 관계가 끝나고 2년을 기다려서 신인 지명을 받고 경찰청이나 상무에 입대하는 방법도 있다. 이 점까지 감안하고 시간을 계산할 경우 올해가 사실상 메이저리그 도전의 마지막 해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올해로 계약 만료되는 강정호, 비자 없어 못 뛰는 신세

강정호는 2018년을 끝으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기본 4년 계약이 만료된다. 그러나 음주운전 누적 3회로 집행유예의 형사 처벌을 받은 상황이라 선수 생활을 위해 필요한 취업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고, 이 때문에 2017년을 통째로 날렸다.

제한 선수 명단에 있기 때문에 강정호는 부상 선수와는 다르게 2017년 연봉을 지급받지 못했다. 올해 역시 제한 선수 명단에만 있을 경우 2018년 연봉을 받을 수 없다. 2019년에는 팀 옵션이 걸려 있긴 하지만, 취업 비자도 안 나오는 마당에 팀에서 옵션을 실행할 이유가 전혀 없다.

최악의 경우는 파이어리츠 측에서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시나리오다. 사실 시즌 중 남은 계약을 해지하든, 올 가을에 계약이 만료되든 취업 비자가 발급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변함이 없기에 큰 차이는 없다. 더군다나 파이어리츠는 에이스 게릿 콜(휴스턴 애스트로스), 간판 외야수 앤드류 매커친(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고액 연봉 선수들을 내보내며 리빌딩에 들어가고 있어서 경기에 나가지도 못하는 강정호 역시 그 정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해외에서의 선수 활동이 제한된 강정호로서는 일단 원 소속 팀인 넥센 히어로즈로 복귀하는 방법이 최선의 방법일 것으로 보이지만, 넥센에서도 굳이 강정호가 당장 필요할 정도로 급한 상황은 아니다. 이장석 대표가 구속된 마당에 구단 상황도 좋지 않고, FA로 나오는 선수들도 붙잡지 않을 정도로 재정도 넉넉하지 않다. 강정호가 할 수 있는 거포의 역할도 박병호가 복귀하면서 이미 그 자리는 채워졌다.

굳이 넥센 구단의 상황이 아니더라도 강정호의 KBO리그 복귀를 내심 반기지도 않는 분위기다. 강정호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 금메달 이력으로 일정 기간 경기력향상 연구연금을 받고 있었는데, 집행유예가 확정된 이후 잔여 연금 지급이 환수됐다.

사실상 체육계에서도 강정호에 대한 각종 예우를 박탈한 상황에서 데리고 있을 경우 구단 이미지에 독이 될 것이 뻔한데, 강정호에게 손길을 먼저 내미는 구단은 사실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음주운전 적발 선수들에게 잔여 시즌 출전 금지의 중징계까지 내리는 상황이라 강정호도 KBO리그에 돌아올 경우 일단 중징계부터 받고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제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예년보다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남은 선수들은 모두 각자의 생존을 위해 또다시 정글 속으로 들어가 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사실상 스프링 캠프 참가가 확정된 4명의 선수가 각자 어떠한 모습으로 정규 시즌을 시작하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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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메이저리그야구 스프링캠프 류현진FA준비 코리안메이저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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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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