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도 길지도 않은, 딱 나흘의 설 연휴. 혼자 보낼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 확보된다면 그간 미뤄뒀던 영화, 드라마, 예능을 '정주행'하며 여유를 갖는 것을 추천한다.

노트북과 각종 OTT 서비스(넷플릭스, 왓챠플레이, 티빙 등), 그리고 두 다리 쭉 뻗을 수 있는 푹신한 침대면 충분하다. 설 연휴의 여유를 가득 채워줄 예능-드라마 시리즈 네 편을 소개한다. 

한국 캐릭터쇼의 진수...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슬기로운 감빵 생활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 생활> 중 한 장면 ⓒ tvN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출한 신원호 사단은 지난 18일 종영한 <슬기로운 감빵생활(아래 슬빵)>을 통해 자신들의 주특기를 다시 한번 증명해냈다. 전작보다 고도로 섬세하게 직조된 캐릭터쇼를 선보인 것이다. 슈퍼스타 야구선수가 불의의 사건에 휘말려 '감빵'에서 보내는 1년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끊임없이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며 교도소라는 제한적인 배경의 한계를 넘어선다. 이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을 넘어설 수 있겠느냐'는 대중의 의구심을 단번에 잠재웠다.

브라운관에서는 거의 무명에 가까운 배우들이 주조연급에 캐스팅됐다는 점이 <슬빵> 정주행의 진입장벽일 수는 있다. 주요 배역 중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배우는 정경호(준호 역), 정웅인(팽부장 역), 정수정(지호 역) 정도이고, 박해수(제혁 역), 이규형(한양 역), 박호산(문래동 카이스트 역) 등 주로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던 브라운관 신인들이 대거 기용됐다.

하지만 신선한 마스크의 배우들을 기용한 것은 <슬빵>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주요한 요소가 됐다. 인물들의 독특한 성격이 이야기의 굵직한 흐름과 통통튀는 각종 에피소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예능보다 더 재밌고 여타 드라마보다 더 몰입도가 뛰어난 <슬빵> 16부작을 정주행하다 보면, 한 회 한 회를 아껴서 보고 싶을 만큼 점점 보는 것이 아까워질 것이다.

웹예능에도 찾아온 '힐링', SM X 미스틱 <눈덩이 프로젝트>

웹드라마의 인기를 웹예능이 이어받아, 작년 한 해 다양한 콘텐츠들이 제작되었다. tvN의 야심 찬 시도였던 <신서유기>를 시작으로 김종국-하하의 <빅피처>, 셀럽파이브 열풍을 이끈 송은이-김숙의 <비보티비> 등이 대표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Mnet 예능 <눈덩이 프로젝트>

Mnet 예능 <눈덩이 프로젝트> ⓒ Mnet


엔터테인먼트 업계 역시 소속 연예인들을 내세운 웹예능 제작에 돌입했다. 그중에서도 SM-미스틱엔터테인먼트가 손을 잡고 제작한 <눈덩이 프로젝트>는 지친 마음에 '힐링'을 건네줄 수 있는 '착한 예능'이다.

프로듀서 윤종신을 중심으로 각각 SM-미스틱의 아티스트가 만나 음악 작업을 해나간다는 콘셉트로, 첫 프로젝트에는 그룹 NCT127의 멤버 마크와 가수 박재정이, 두 번째 프로젝트에는 그룹 레드벨벳과 가수 장재인, 자이언트핑크가 호흡을 맞췄다.

특히 마크와 박재정이 꾸려나간 첫 프로젝트는, 아이돌과 발라드 가수의 호흡이라는 점에서 무공해 웃음 포인트들을 만들어냈다. 마크의 열렬한 팬인 박재정의 제안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가수 헨리·조정치·하림 등 많은 음악 멘토들을 만나며 동료로서, 그리고 음악인으로서 서로 가까워지는 모습을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프로그램의 중심축을 담당한 윤종신의 예능감이 더해져 '웃음'과 '힐링', 그리고 '귀 호강'의 3요소를 모두 잡아냈다. 총 72부작이지만 한 회당 5~7분 정도로 짧게 구성되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정주행하기 좋은 프로그램이다.

<어서와~>와 같이 보면 더 좋은 예능,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지난해 7월 첫 방송을 시작한 MBC every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매회 숱한 화제를 모으며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그중에서도 독일, 멕시코, 영국 편 등은 시청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안기며 지난해 가장 '핫한' 예능으로 떠올랐다.

외국인예능의 새 장을 열었다 평가받는 <어서와~> 이전에 있었던 가장 유의미한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아래 내친집)>를 들 수 있다. <비정상회담> 멤버들이 주축이 된 여행 예능인 <내친집>은 외국인 친구의 나라와 그가 사는 집을 직접 찾아가 다양한 문화를 체험한다는 콘셉트의 방송이다. 방영 당시 3~4%대의 꾸준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두터운 팬층을 모은 바 있다.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 JTBC


<내친집>은 유명한 관광지나 대도시만이 아닌, 친구의 가족이 살고 있는 특별한 도시를 찾아간다는 점에서 여타 여행 예능과 차별화를 두었다. 실제 가정집을 방문해 그 나라의 문화를 깊숙하게 느끼고 진실하게 전달해 호평을 받았다. 비정상회담 멤버들의 검증된 '케미'와 맏형 노릇을 하는 유세윤의 능숙함 역시 프로그램을 재밌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총 62회로 지난 2016년 종영한 <내친집>은 거의 모든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지만, 그중에서도 중국·네팔·독일·태국 편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올여름 휴가를 미리 계획하고 있다면, 연휴 동안 <내친집>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묵직한 의미가 담긴 작품을 원한다면... JTBC <송곳>

연휴라고 해서 기분 좋아지는 가벼운 작품들만 볼 필요는 없다. 지난해에도 SBS <피고인> tvN <비밀의 숲> KBS <마녀의 법정> OCN <구해줘> 등 무거운 주제나 사회적 의미를 담은 작품들이 선을 보인 바 있다.

이들을 압도할 만큼의 작품성을 뽐낸 드라마 중 하나는 바로 JTBC <송곳>이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지난 2015년 방영돼 2% 정도의 높지 않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해 아쉬움을 남겼다. 작품성과 배우들의 연기력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기에, 이번 연휴 <송곳>을 다시 소환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송곳

JTBC 드라마 <송곳> ⓒ JTBC


대형마트에서 벌어진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소재를 흥미로우면서도 엄중하게 다뤘다. 2006년 까르푸 노조의 부당해고 사건을 바탕으로, 배우 지현우와 안내상이 투톱 주연을 맡아 필모그래피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다.

원작에 등장하는 명대사들을 드라마에서도 완벽하게 연출했고, 웹툰의 팬들과 드라마 시청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최상의 결과를 낳았다. <송곳>은 총 12부작 연출되었기 때문에 나흘의 연휴 동안 '정주행'하기에도 충분할 것이다.

흥행실패에 가려졌던 한국영화 되돌아보는 것도 추천

시리즈물을 모두 정주행하기엔 체력소모가 걱정된다면, 영화 한두 편을 여유롭게 관람하면서 연휴를 보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왕이면 지난해 크게 주목을 받은 작품들보다는, 낮은 흥행 스코어에 가려져 놓칠 뻔했던 작품들을 점검해 보는 것이 어떨까.

지난해 칸 영화제를 찾았던 <불한당>(감독 변성현)과 <악녀>(감독 정병길)가 극장가 흥행엔 실패했지만, 두 작품은 한국 누아르와 여성 원톱 액션 분야에서 각각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며 재평가받았다. 특히 <불한당>은 '불한당원'이라는 일종의 문화 현상까지 낳으며 여전히 열기를 내뿜고 있다.

 영화<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스틸 이미지

영화<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스틸 이미지 ⓒ CJ엔터테인먼트


그 외에도 이병헌 주연의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 '박카스 할머니' 이야기를 다룬 <죽여주는 여자>(감독 이재용), 김하늘 주연의 <여교사>(감독 김태용), 금속활자 발명의 비밀을 파헤치는 다큐멘터리 <직지코드>(감독 우광훈) 역시 크게 흥행하지 못했지만, 긴 연휴를 꽉 채워줄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닌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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