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조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내정자와 임명권자인 서병수 부산시장

이상조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내정자와 임명권자인 서병수 부산시장 ⓒ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BIFF


"서병수 시장이 부산의 영화산업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부산영화제나 부산영상위원회의 활동을 엉망으로 만들겠다고 작정하지 않는 한, 결코 할 수 없는 인사가 이뤄진 거다. 부산영화제 이용관 이사장 선임된 것에 대해 몽니를 부리는 거다."

지난 7일 오후 부산시가 부산영상위원회 신임 운영위원장 내정자를 발표하자 부산지역의 한 영화계 인사가 내놓은 탄식이다. 서병수 시장의 부산시는 이날 최윤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후임자를 발표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최 위원장의 해임을 확정했다. 최 위원장이 최근 부산영화제 이사회에서 이용관 이사장 선임에 적극 나선 데 대한 보복이라는 비판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으로 내정한 인사는 지역 방송인 출신의 이상조 씨다. 영화계에서는 비교적 낯선, 부산 지역에서만 주로 알려진 인사다. 이력에 따르면 부산고와 부산대 사회복지학과 출신으로 부산MBC PD, KNN 제작·경영국장을 거쳐, 부산영상위원회 사무처장,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장, 영화의전당 이사를 역임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상조 내정자가 부산영상위 사무처장을 역임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 조직의 통합 조정과 지역의 영화·영상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지역의 관련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킬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과의 소통, 대외적인 역량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 해촉에 대해서도 부산시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보복성 인사는 절대 아니고 임기 만료에 따라 자연스럽게 물러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전 사무처장으로서 전임 위원장의 잔여 임기를 급하게 승계하다 보니 기관장으로서 업무 능력 등에 아쉬움이 있어 연임 방침을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

부산영화제에 재 뿌리겠다는 건가

 지난해 12월 개관한 부산영상산업센터

지난해 12월 개관한 부산영상산업센터 ⓒ 부산영상위원회


이상조 내정자 관련, 부산독립영화협회의 한 관계자는 "서울은커녕 지역에서도 영화계와 교류나 소통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는 문외한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 "사무처장 경력과 대외적인 역량에 대해서도 일시적으로 잠시 머물렀던 수준인데, 역량을 평가할만한 수준이 안 된다"며 "최윤 위원장의 업무능력을 거론한 부산시가 정작 근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최악의 인사"라고 규정하며 "서병수 시장이 부산영화제처럼 부산영상위의 위상과 역할을 훼손시키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지역 영화인 연대모임인 '영화네트워크 부산' 소속의 한 영화인은 "서 시장이 부산영화제 재 뿌리기와 부산영상위원회를 망쳐놓기 위한 인사를 했다"며 "부산영상위원회를 지방선거에 활용하겠다는 의도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상조씨는 지난 시장선거 때 서 시장을 도왔던 사람"이라며 "<다이빙벨> 사태로 이용관 이사장이 쫓겨났을 때 지역 영화인들 사이에서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노리는 부산시 쪽 인물 중 하나로 평가된 인물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지역 영화계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이용관 이사장을 견제하겠다는 뜻이 있어 보인다"며 "부산영화제에 제동을 걸고 싶은 서 시장의 뜻이 부산영상위원장 선임을 통해 드러난 것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영화단체들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

 지난해 10월 열린 부산아시아영화학교 국제영화비즈니스아카데미 첫 졸업식.

지난해 10월 열린 부산아시아영화학교 국제영화비즈니스아카데미 첫 졸업식. ⓒ 부산영상위원회


부산 영화계가 크게 반발하면서 지역 영화산업의 표류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산영상위원회는 1999년 부산영화제의 성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기구다.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부산영화제와의 협력해 왔고, 아시아의 대표적 영상기구로 성장했다. 전문성 있는 영화인들이 운영위원장으로 애쓴 덕분이었다.

그런데 이번 선임으로 전망이 불투명하게 됐다. 지난해 부산영상위가 개교한 부산아시아영화학교 쪽도 흔들리는 분위기가 나온다.

강의를 맡고 있는 한 영화인은 영상위 신임 운영위원장 내정자가 발표된 직후 "올해 강의를 맡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내부에서는 다 그만두고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등 절망스러운 분위기가 크다"고 전했다.

부산지역 영화단체들의 연대모임인 영화네트워크 부산과 부산참여연대는 10일 성명을 내고 "부산국제영화제가 천신만고 끝에 이사장을 선임하고 그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서병수 시장은 또 다시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에 대한 비민주적인 인사권 전횡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서병수 부산시장이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처럼 다시 문화농단의 소용돌이로 몰아가고 있다"며 "영화계와 문화 예술계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고 영화인들과 부산시민을 기만하고 무시하는 처사"라고 맹비난했다. 

부산독립영화협회와 부산영화감독협의회 부산평론영화평론가협회 등은 12일 부산시청에서 항의기자회견과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은 "차기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내정자로 지목된 이상조 영화의 전당 이사는 부산은 물론 서울의 영화산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경험과 전문성이 전혀 없는, 말 그대로 서병수 부산시장의 급작스런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했다.

한편, 부산영상위원회는 13일 정기총회를 열어 신임 위원장 선임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부산영상위원회 이상조 서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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