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 2위 리버풀과는 2점, 3위 첼시와는 1점의 승점 차이를 두고 5위에 안착해있던 토트넘은 2월 강행군의 경기 일정을 잘 버텨내고 있었다. 맨유와는 2-0 승리, 리버풀과는 2-2 무승부를 기록한 뒤, FA컵 일정에서는 부상에서 복귀한 선수들을 로테이션을 돌리면서 1-1 무승부로 재경기 일정을 치르게 됐다.

이번 경기를 치른 후에는 유벤투스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토리노에서 열리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과 아스널을 상대로 잡을 승점까지 고려해야했던 토트넘이었다.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있는 아스널은 반면, 이겨야할 경기에서 이기지 못하고 승점을 제대로 쌓지 못해 6위로 아스널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토트넘에 승리를 거둔다면 승점을 단 1점차로 줄일 수 있는 기회였다.

이번 시즌 두 팀의 맞대결은 먼저 아스널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졌다. 양팀의 팽팽한 공방전 끝에 현재는 맨유로 이적한 알렉시스 산체스와 시코드란 무스타피의 골로 아스널은 2-0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양 팀의 맞대결에서는 토트넘이 1승 1무로 우세했다. 여기에 아스널은 1월 이적시장에서 미키타리안과 오바메양을 영입하며 전 경기 상대인 에버튼을 5-1로 찍어누르는 성과를 얻었기 때문에 양 팀의 경기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평소와는 다른 아스널의 '텐백' 전략

EPL 토트넘, 아스널에 1-0 승리 10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과 토트넘의 27라운드 경기. 손흥민은 70분을 뛰었으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다.

지난달 14일 에버턴과 경기에서 시즌 11호 골(리그 8호)을 기록한 이후 EPL에서는 4경기째 침묵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을 합치면 6경기째 무득점이다.

10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과 토트넘의 27라운드 경기. 손흥민은 70분을 뛰었으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다. 지난달 14일 에버턴과 경기에서 시즌 11호 골(리그 8호)을 기록한 이후 EPL에서는 4경기째 침묵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을 합치면 6경기째 무득점이다. ⓒ 연합뉴스


경기의 라인업은 토트넘과 아스널이 각각 4-2-3-1과 4-3-2-1을 채택했다. 토트넘은 휘고 요리스 골키퍼를 수문장에, 키어런 트리피어, 다빈손 산체스, 얀 베르통언, 벤 데이비스를 백4로 두었다. 미드필드에는 뎀벨레와 다이어가 볼란치를, 에릭센, 알리, 손흥민의 2선라인을 두고 최전방은 해리케인이 책임지도록 했다. 반면 아스널은 페트르 체흐 골키퍼와 함께 베예린, 무스타피, 코시엘니, 몬레알의 백4와 윌셔, 자카, 엘네니의 중원, 미키타리안과 외질의 2선과 함께 톱에는 오바메양을 두어 경기를 시작하도록 했다.

경기를 시작함과 동시에 아스널은 자신들의 평소 팀컬러와는 맞지 않는 텐백 전략을 쓰기 시작했다. 두 줄 수비로 공간을 완전히 차단한 것이었다. 평소 높은 수비라인과 더불어 빠른 속도로 패스하며 공격을 전개했던 벵거볼 전략의 아스널식 경기운영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토트넘 역시 수비라인을 낮추고 2선과 1선에서 강하게 압박한 후 숏카운터를 진행하는 전술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양팀 모두가 자신의 팀컬러를 살릴 수 없는 플레이를 가져갔다.

토트넘의 전반적인 경기 양상에서 가장 크게 지켜봐야 할 모습은 바로, 에릭센과 트리피어의 움직임이었다. 각각 오른쪽 윙어와 풀백으로 출전한 에릭센과 트리피어는 서로 변칙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며 아스널 수비에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에릭센은 프리롤에 가까운 움직임을 선보이며 좌우를 활보했다. 전경기에 걸쳐 플레이메이커 에릭센을 아스널 수비수들이 가로막는 상황에서 제대로 패스를 전개할 수는 없었지만, 이따금 번뜩이는 패스로 아스널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계속해서 중앙과 좌우를 움직이는 에릭센의 빈공간은 키어런 트리피어가 커버했다. 왕성한 활동량과 크로스능력으로 거의 오른쪽을 혼자서 책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활약을 했다. 특히나, 전반전에 좌측을 주로 사용하며 경기를 풀어나가려 했던 토트넘이 몰려있는 아스널의 수비진을 분산시키기 위하여 트리피어에게 길게 공을 전달하는 모습 역시 자주 연출됐다.

미키타리안과 외질을 모두 프리롤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특히나 미키타리안은 수
비상황이나 윙백 나초몬레알이 오버래핑을 나갔을 때 수비를 커버하는 움직임까지 보여주면서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했다. 중앙과 좌우에 이어 뒤편까지 계속해서 움직였던 미키타리안이였지만, 볼터치 횟수는 37회, 패스 횟수는 26회를 기록하는 저조한 활약을 펼쳤다. 특히 주목할 점은 키패스 횟수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이는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메수트 외질이 볼터치 횟수 64회, 패스 횟수 51회, 키패스 횟수 2회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반 30분경, 양 팀 모두 정체되어있는 경기를 선보이는 상황에서 아스널의 3선이 점점 전진하기 시작했다. 이전, 아스널이 4-5-1 형식으로 수비를 하던 상황에서는 윌셔와 엘네니, 자카가 거의 페널티 에어리어 근방에서 머물며 수비에 전념했지만 점차적으로 중앙선 부근까지 올라가며 토트넘의 중원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후반전이 시작하기 전까지 경기에서 아스널의 윙백과 중원이 중앙선을 넘는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텐백에서 공을 탈취한 후 외질, 미키타리안, 오바메양이 이따금 보여주는 카운터에서는 위협적인 장면이 몇 번 연출되기도 했다. 특히나, 아스널이 전반전에 제대로 공격을 전개하지 못했던 부분에서는 손흥민을 비롯한 토트넘의 좌측 위주의 공격전개 때문에 수비에 갇혀있던 엑토르 베예린이 폭발적으로 오버래핑을 진행하지 못했던 점이 크기도 하다.

아스널이 점차적으로 라인을 올린데에 반해 토트넘은 중앙수비수 두 명을 넓게 벌리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산체스와 베르통언이 넓게 벌린 이 공간은 다이어가 직접적으로 커버했고, 무사 뎀벨레가 왕성한 활동량으로 계속해서 중원싸움을 이겨냈다. 또한, 수비 뿐만 아니라 2선 역시 간격을 점차적으로 벌려가면서 아스널 수비진을 뚫어낼 기회를 엿보았다.

이렇게 전반전이 끝나가면서 양 팀은 자신의 팀컬러를 살리지 못했던 플레이를 펼친 동시에, 정체된 경기운영을 보여주었다. 이따금 시도된 슈팅들도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후반전 이후, 팀컬러 보여주는 플레이 시작

해리 케인의 골장면 아스날의 수비위치가 상당히 좋지 못했다. 동시에, 해리 케인의 영리한 침투가 빛을 발했다.

▲ 해리 케인의 골장면 아스날의 수비위치가 상당히 좋지 못했다. 동시에, 해리 케인의 영리한 침투가 빛을 발했다. ⓒ 스포티비 캡쳐


후반전이 시작되면서 아스널이 점차적으로 라인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양 팀 모두 자신의 팀컬러를 나타내는 플레이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아스널의 2선부터 진행되는 압박의 강도가 점점 세지는 동시에 중앙으로 밀집하기 시작했다. 토트넘은 양 윙백의 오버래핑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적극적인 경기운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기운영에 이윽고 골이 터졌다. 벤 데이비스가 왼쪽에서 크게 올려준 얼리크로스를 케인이 영리하게 헤더로 밀어 넣은 것이었다. 특히나 케인이 뒤쪽에서부터 빠르게 잘라 들어가는 타이밍에 얼리크로스로 완벽하게 골을 성공시켰을 때 아스널의 수비진은 제대로 정비되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게 1-0으로 토트넘이 선두를 잡게 됐다.

득점 이후에는 서로의 플레이 스타일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아스널이 수비라인을 전반에 비해 상당히 높게 올리면서 공을 가져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비해서 공격이 진전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63분에는 벵거가 교체선수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미키타리안과 라카제트를, 엘네니와 이워비를 교체한 벵거는 더욱 공격적인 경기를 위해 그라니트 자카를 홀딩 미드필더 자리에 두고 윌셔와 이워비를 중앙에 두었다. 오바메양은 왼쪽 윙어자리에 두면서 안쪽으로 파고 들어가는 움직임을 가져가도록 했다.

68분경에는 손흥민과 에릭 라멜라가 교체됐다. 이로 인해 에릭센은 왼쪽으로, 라멜라는 오른쪽으로 스위칭하게 되면서 전방으로 들어가는 패스의 질과 카운터의 정확성이 더욱 커지게 됐다.

토트넘이 85분에 델레 알리를 빼고 빅토르 완야마를 투입하며 텐백을 구사하자 86분에는 아스널이 자카를 빼고 웰백을 투입하며 극단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아스널이 종료까지 계속해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골운은 따르지 않았고, 1-0으로 경기가 종료되며 토트넘이 경기의 승자가 됐다.

페트르 체흐 돋보여

이번 경기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한 선수라고 한다면 단연 페트르 체흐이다. 토트넘의 전형적인 숏카운터와 10개의 코너킥을 단 1개의 실점으로 막아냈다. 아스널과 토트넘의 슈팅 숫자도 6대 18이지만, 1-0으로 경기를 끝마칠 수 있던 것은 체흐의 선방 덕분이었다. 이 같은 활약으로 체흐는 후스코어드닷컴 기준으로 평점 8.2점을 받는 기염을 토해냈다.

다이어와 뎀벨레는 이번 경기 숨은 주인공들이다. 뎀벨레가 볼을 소유하면서도 중원을 휘젓는 드리블을 선보이며 공간을 커버하는 동시에 다이어가 페널티 에어리어부터 중앙선까지 크게 오가며 중앙을 걸어 잠궜기 때문에 토트넘이 경기를 지배할 수 있었다. 토트넘의 양 윙백들도 마찬가지로, 왕성한 활동량과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승점 3점을 챙기는데 일조했다.

아스널은 전체적으로 효율적이지 못했다. 전반전에는 텐백으로 자신들의 골문을 잠가놓음과 동시에 자신만의 공격전개 역시 진행되지 못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후반전에는 벵거볼 전술을 사용하기 위해서 라인을 과감하게 올렸음에도 토트넘의 볼 탈취와 함께 진행되는 빠른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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