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와, 빨리!"
"아, 가고 있어!"

두꺼운 패딩과 털모자, 장갑으로 무장한 가족이 종종 걸음으로 언덕을 올라가고 있었다.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앞서 걷던 아빠가 뒤를 돌아 손짓하자, 역시 다른 자녀의 손을 잡고 뒤에서 걷던 엄마가 속도를 높인다. 하지만 모두의 표정은 밝았다. 활짝 웃으며 뛰어 올라가는 이들의 얼굴에는 어떤 기대감이 공통으로 서려 있었다.

북측 응원단을 기다리며 10일 오후 7시 40분께, 강원도 강릉 가톨릭관동대 사거리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응원하기 위해 북측 응원단을 실은 버스가 이동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시민이 사거리에 모여들어 이들을 기다렸다. 버스가 지나간 건 수 초에 불과했지만, 그 수 초 동안 쏟아진 환호성은 수없이 많았다.

▲ 북측 응원단을 기다리며 10일 오후 7시 40분께, 강원도 강릉 가톨릭관동대 사거리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응원하기 위해 북측 응원단을 실은 버스가 이동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시민이 사거리에 모여들어 이들을 기다렸다. 버스가 지나간 건 수 초에 불과했지만, 그 수 초 동안 쏟아진 환호성은 수없이 많았다. ⓒ 곽우신


"하나가 됐으니, 당연히 더 잘하지 않겠어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첫 경기가 열리는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 앞. 근처 대학교에 재학 중인 20대 여성은 바람에 날리는 머리칼을 정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춥지만 단일팀을 위해서, 통일을 위해서 여기까지 왔다"라면서 "직접 보면서 응원하고 싶어서 친구들과 함께 왔다"고 덧붙였다.

보수단체 집회 예고됐지만... 한반도기 흔들며 시민들 운집

아이스하키 경기장이 위치한 가톨릭관동대학교 캠퍼스 인근은 단일팀 첫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몰려든 시민으로 술렁였다. 애초 보수 단체의 단일팀 반대 집회가 예고되면서, 북측 응원단과 선수단을 향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삼엄한 경비와 통제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반대 집회 인원은 보이지 않았고, 경기장 주변 분위기도 부드러웠다. 강하게 부는 바람과 체감온도 –4.3℃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시민들 표정은 밝았다.

서울에서 친구와 둘이 함께 온 고등학생 이다영씨는 "오늘이 아니면 평생 못 볼 것 같아서 어제 예매해서 여기까지 왔다"며 "이름 등 단일팀 논란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구성된 것 자체는 좋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아이스하키이지만, 멋진 모습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서울에서 어린 아들과 함께 온 30대 이윤경씨는 "한국에서 이렇게 올림픽을 유치하고, 단일팀의 경기를 볼 수 있는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라면서 "처음에는 아쉬운 점도 많이 있었지만, 이렇게 된 것 잘해서 좋은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측 응원단을 기다리며 10일 오후 7시 40분께, 강원도 강릉 가톨릭관동대 사거리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응원하기 위해 북측 응원단을 실은 버스가 이동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시민이 사거리에 모여들어 이들을 기다렸다. 버스가 지나간 건 수 초에 불과했지만, 그 수 초 동안 쏟아진 환호성은 수없이 많았다.

▲ 북측 응원단을 기다리며 10일 오후 7시 40분께, 강원도 강릉 가톨릭관동대 사거리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응원하기 위해 북측 응원단을 실은 버스가 이동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시민이 사거리에 모여들어 이들을 기다렸다. 버스가 지나간 건 수 초에 불과했지만, 그 수 초 동안 쏟아진 환호성은 수없이 많았다. ⓒ 곽우신


"와, 손 흔들어준다!"
"오! 눈 마주쳤어!"

아이스하키 경기장에서부터 약 300m 떨어진 가톨릭관동대학교 사거리에서는 또다른 진풍경이 펼쳐졌다. 오후 7시 40분께, 북측 응원단을 태운 버스가 가톨릭관동대학교 사거리를 지나자 양 옆을 가득 메우고 있던 시민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버스 안의 북측 응원단도 이에 화답하듯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오후 7시쯤부터 모여든 시민들은 "우리는 하나다", "이겨라 코리아" 등을 외치고 '반갑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북측 응원단을 기다렸다. 단 몇 초 동안이라도 응원단과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기 위해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인도는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가득 찼다.

서울에서 온 50대 남자 김삼정씨는 "단일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이처럼 많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왔다"라면서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통일의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걸 생각하면 별로 춥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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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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