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0일까지 이어졌던 지난 추석 연휴 탓인가. 유독 짧게 느껴지는 설 연휴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역시 영화다. 극장에서 가족들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 집 혹은 귀성길을 오가며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영화 각각 3편을 꼽아봤다.

마블 최초 흑인 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

 영화 <블랙팬서> 스틸컷

영화 <블랙팬서>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지난 2016년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는 어벤저스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시스템인 '슈퍼히어로 등록제'를 두고 어벤저스가 두 파로 나누어 싸운 바 있다. 당시 '슈퍼히어로 등록제'를 찬성하는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 편에 섰던 블랙팬서(채드윅 보스만 분)를 기억하는가.

<어벤저스> 시리즈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금속 물질 '비브라늄'을 다룬 바 있다. <캡틴 아메리카>에 나오는 캡틴의 방패도 비브라늄으로 만든 것이지 않았던가. 이 비브라늄을 세계 독점으로 추출하는 와칸다 국왕이 바로 영화 <블랙팬서>의 주인공이다. 아이언맨(토니 스타크)보다 더 많은 재산을 자랑하는 슈퍼히어로 블랙팬서의 솔로 영화가 14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블랙팬서>는 마블 최초 흑인 영웅의 솔로 무비에 재력, 천재적인 지능, 타고난 신체 능력과 완벽한 외모 모두를 겸비한 캐릭터가 주인공이라 개봉 전부터 마블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또한 <블랙팬서>를 촬영하면서 부산 광안대교, 마린시티, 자갈치 시장에서 대규모 로케이션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5일~6일 이틀간 대규모 내한행사를 진행해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프리카의 가상 국가 와칸다를 배경으로 한 만큼 화려한 비주얼에 <햄릿> <라이언킹>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인종차별 문제까지 다루면서 볼거리뿐만 아니라 작품성도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블랙팬서가 와칸다에만 존재하는 최강 희귀 금속 비브라늄과 왕좌를 노리는 숙적들의 음모가 전 세계적인 위협으로 번지자 세상을 구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전쟁에 나선다는 줄거리다.

마블의 새로운 영웅 블랙팬서의 첫 솔로 영화 <블랙팬서>는 설 연휴 직전인 14일, 발렌타인데이에 개봉했다.

조상 찾아 저승으로 삼만리 <코코>

 영화 <코코>의 한 장면. 사후 세계로 들어간 미겔(안소니 곤잘레스)은 사진에서나 보던 선조들을 모두 만나 그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영화 <코코>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뮤지션이 되고 싶지만, 음악 이야기만 나오면 학을 떼는 가족들의 거센 반대에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소년 미구엘. 미구엘은 자신의 고조 할아버지로 추정되는 멕시코의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의 기타에 손을 댔다가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가게 된다.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 만난 미구엘의 조상들 또한 음악을 열렬히 싫어하는 지라 곤욕스러운 상황에 처한 미구엘. 그는 의문의 사나이 헥터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음악가가 되겠다는 꿈을 다져나간다.

멕시코의 전통 행사인 '죽은 자의 날(망자의 날)'에서 모티브를 얻은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코코>(2018)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두터워지는 가족 간의 사랑을 담았다. 경쾌한 남미 음악을 배경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작품인만큼 설 명절 가족들과 함께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영화로 제격이다.

지난 1월 11일 개봉한 <코코>는 설 연휴를 앞두고 3백만 관객을 돌파하며 절찬 상영 중이다. <코코> 뒤에 이어지는 <겨울왕국> 스핀오프 단편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2017)도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에 적당한 매력적인 겨울 영화다.

명절 가사 노동에 맞선 며느리의 유쾌한 반란, <B급 며느리>

 며느리의 해방을 위해 F급 며느리를 자처하며 싸우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사진은 영화 'B급 며느리' 스틸컷).

영화 의 한 장면. ⓒ 영화연구소


"명절 때 시댁에 안 갔어요. 그래서 완벽한 명절을 보냈죠."

다큐멘터리 영화 <B급 며느리>(2017)에 등장하는 김진영씨는 명절에 시댁에 가길 거부한다. 시댁에서 열리는 온갖 경조사 참여를 거부하는 며느리 김진영씨 때문에 고부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아내와 어머니 간의 거듭된 싸움에 매일 등이 터져버린 선호빈 감독은 아내와 어머니의 갈등을 카메라로 담아 한 편의 영화로 만들기를 결심한다.

감독 스스로 '에밀레 다큐'로 지칭되는 <B급 며느리>는 아내와 어머니간 벌어지는 고부갈등을 통해 가부장제의 모순을 고찰하고자 하는 용감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어쩌면 자신의 치부로 보일 수도 있는 가족 문제를 과감히 카메라로 포착한 선호빈 감독은 명절마다 며느리들에게 가해지는 노동 착취에 대해서 다양한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명절이라는 이름 하에 며느리들의 노동 착취를 당연시 여겨지는 풍토가 정당한 것일까? 이에 맞서 'B급 며느리'를 자청하고 나선 김진영씨의 유쾌한 반란을 담은 <B급 며느리>는 설 연휴를 앞두고 개봉관을 대폭 확대해 영화에 대한 며느리들의 뜨거운 인기를 입증한 바 있다.

설날에는 역시 <조선 명탐정> 시리즈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관련 사진.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관련 사진. ⓒ 쇼박스


설날 명절 대표 프랜차이즈 영화 <조선 명탐정>이 잊지 않고 돌아왔다. 2011년 설 연휴에 맞춰 개봉한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을 시작으로 후속작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2014)역시 2015년 설 명절에 개봉했고, 지난 8일 개봉한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2017) 역시 설 연휴에 맞춰 관객들을 찾았다.

명탐정으로 분한 김명민과 오달수의 찰떡 호흡이 돋보이는 <조선 명탐정> 시리즈는 미스터리한 사건 해결에 나서는 명탐정 콤비의 좌충우돌 모험담을 유쾌하게 다룬 코미디 영화다. 시리즈 3탄인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에서는 한지민, 이연희에 이어 김지원이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의문의 여인으로 등장해 극의 활력소를 이끈다.

극장에서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을 관람하기 이전에 복습 차원에서 지난 시리즈를 미리 훑어보는 것도 영화 보는 재미를 배가시키는 데 도움이 될 듯 하다.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영화 <겨울왕국>의 한 장면

영화 <겨울왕국>의 한 장면 ⓒ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주)


겨울이 오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겨울왕국>(2014)은 애니메이션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자타공인 최고의 애니메이션 영화다.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도 사랑받은 애니메이션 영화인만큼 <겨울왕국> 개봉 이후에도 <겨울왕국 열기>(2015), <겨울왕국:오로라를 찾아서>(2016),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 등 다양한 <겨울왕국> 스핀오프 버전 영화들이 연이어 탄생하였다.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는 지난 1월 11일 개봉한 <코코>와 함께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너무나도 유명한 애니메이션 영화인지라 두말할 필요 없는 <겨울왕국>은 엘사와 안나 두 자매의 감동적인 화해와 얼어버린 왕국의 저주를 풀기 위해 자매가 함께 발벗고 나서는 환상적인 모험을 다룬다.

극 중 엘사가 부르는 'Let It Go'는 아직도 한국인들의 노래방 애창곡 순위권에 들어간다는 후문이다.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겨울왕국>은 IPTV, 각종 VOD 사이트에서 만날 수 있다.

겨울이 오면 재개봉 하는 그 영화 <러브레터>

 영화 <러브레터>(1995) 한 장면

영화 <러브레터>(1995) 한 장면 ⓒ 조이앤시네마


1999년 한국에 정식 공개된 바 있는 <러브레터>(1995)는 유독 재개봉을 많이 하는 영화로 꼽힌다. 그만큼 <러브레터>를 잊지 않고 찾는 관객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2013년에 이어 2016년 재개봉을 추진한 <러브레터>는 2017년 12월 13일에도 재개봉을 이어나가며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식지 않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약혼자를 잃은 히로코가 죽은 약혼자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여성 이츠키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를 담은 <러브레터>는 멜로의 고전으로 꼽히는 영화 중 하나다. 극중 홋카이도 오타루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설경 덕분에 유독 겨울 하면 생각나는 영화이기도 하다.

명절에 가족, 친지들을 한꺼번에 만나 자칫 지칠 수 있는 설날 연휴. 설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로맨스 <러브레터>를 보며 차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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