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측위원회, 한반도기 흔들며 평창올림픽 성공 기원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일인 9일 오후 강원도 대관령면 개막식장 인근에서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통일응원단과 대학생 겨레하나 등 시민들이 한반도기를 평화올림픽을 외치고 있다.

▲ 6.15 남측위원회, 한반도기 흔들며 평창올림픽 성공 기원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일인 9일 오후 강원도 대관령면 개막식장 인근에서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통일응원단과 대학생 겨레하나 등 시민들이 한반도기를 평화올림픽을 외치고 있다. ⓒ 유성호


'판'이 벌어졌다.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대관령면.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수시간여 앞두고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흰 옷에 붉고 푸른 띠를 두른 '평창둔전평농악대'가 꽹과리와 장구를 치면서 거리를 행진하고, 다른 거리에서는 한반도기를 흔들면서 대학생 응원단이 율동을 선보였다.

대학생들은 귀에 익숙한 북측 노래 <반갑습니다>를 2030 버전으로 편곡해 "반갑구먼! 반갑구먼!"이라며 좌우로 악수하는 동작을 취하는가 하면 한반도기를 좌우로 흔들며 춤을 췄다. 길을 가던 시민들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을 높이 올려 흥이 넘치는 현장을 담았다.

평창올림픽 스타디움 인근에 도착한 성화봉송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일인 9일 오후 강원도 대관령면 개막식장 인근에서 성화봉송 주자가 시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다.

▲ 평창올림픽 스타디움 인근에 도착한 성화봉송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일인 9일 오후 강원도 대관령면 개막식장 인근에서 성화봉송 주자가 시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다. ⓒ 유성호


성화봉송 주자를 향한 환영도 뜨거웠다. 세계 각지에서 온 이들이 성화봉송 주자들이 지나갈 때마다 길가에 서서 손을 흔들면서 환호했다. 특히 영화배우 성룡이 성화봉송 주자로 나섰을 땐 내·외신 기자들과 시민들이 삽시간에 몰려 들었다. 컨테이너 대기실에서 몸을 녹이고 있던 경찰들도 "성룡이다! 성룡"이라며 고개를 창밖으로 내밀었다. 성룡은 "평창! 짜요!(평창! 파이팅!)"를 외쳤다.

성화주자로 깜짝 등장한 영화배우 성룡. ⓒ 이경태


관람객 입장이 시작된 지 1시간여 후에는 예술가들의 퍼포먼스가 시작됐다. 시민들은 차 위에 올라 불 붙은 막대를 휘두르고 힘차게 북을 두드리는 음악가, 고운 선을 뽐내는 무용가들을 쫓아 이동했다.

개막식장 인근 평창 송천에서 열리고 있는 2018 눈조각축제에 참석한 관람객들도 있었다. 이들은 '백설공주', '피노키오', '신데렐라' 등 동화 주인공들을 형상화한 눈조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가 하면, 행사장 곳곳에 마련된 홍보 부스 등을 돌며 구경했다.

아이들과 함께 온 김유경씨는 "서울에서는 이렇게 눈을 가지고 놀 수 있는 공간이 얼마 없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보니 엄마로서도 참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온 30대 남성은 행사장 내 '아이스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는 평창올림픽을 위해 2주일 정도 휴가를 내고 놀러왔다면서 "(눈조각축제는) 개막식 전까지 시간을 때울 겸 해서 왔다. 얼음과 맥주가 있는데 뭐가 더 필요한가. 아주 행복하다"며 웃었다.

올림픽 개막식 직전의 '축제'였다.

"흥겹게 판을 벌려준 대학생들, 손님들이 분위기 띄워주네"

한반도기 흔들며 북측 맞이하는 응원단  "우리는 하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일인 9일 오후 강원도 대관령면 개막식장 인근에서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통일응원단과 대학생 겨레하나 등 시민들이 한반도기를 평화올림픽을 외치고 있다.

▲ 한반도기 흔들며 북측 맞이하는 응원단 "우리는 하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일인 9일 오후 강원도 대관령면 개막식장 인근에서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통일응원단과 대학생 겨레하나 등 시민들이 한반도기를 평화올림픽을 외치고 있다. ⓒ 유성호


가장 눈에 띄었던 이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대학생 응원단이었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통일응원단의 일원으로 '평화행동&환영퍼포먼스'에 나섰다. 이들은 독도까지 그려진 한반도기 수십여 장을 줄에 걸어 개막식장으로 가는 길을 꾸몄다. 일부 응원단원들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한반도기를 나눠줬다.

대학생 오아무개(23, 남)씨는 참여 이유를 묻는 질문에 "부산의 '대학생 겨레하나' 소속으로 참여했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드는 데 이바지 했으면 한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지나가신 분들에게 한반도기를 나눠드리는데 웃으면서 받아주시고 (우리가) 춤을 추는 것보고 박수도 춰주시고 한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역시 응원단의 일원인 김선경 청년민중당 부대표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과 북이 오랫만에 화해 국면을 맞았다. (개막식을 맞아) 시민들이 많이 오시는데 이번 올림픽이 잘 성사돼 통일로 가는 과정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후 2시부터 와서 퍼포먼스 중인데 관람객 반응은 매우 좋았다. '태극기나 들어라'고 욕하는 우익단체 분들도 계셨지만. (그 분들에 대해선)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제 냉전시대에 갇힌 사고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올림픽 정신에 입각해 전 세계가 축하하는 축제의 장인데 우리 안에서도 분열이 아니라, 화합과 단결의 기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의 말대로 평창을 찾은 시민들은 대학생들의 퍼포먼스에 엄지 손가락을 세우며 칭찬했다. 서울에서 가족들과 함께 온 박형수(40, 남)씨는 "가족들에게 잊지 못할 순간이 되리라 생각해 왔다"면서 "대학생들이 발랄하게 춤을 추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북한이 문제가 있는 곳이라 하더라도 오늘만큼은 그런 것을 잊는 게 좋을 것 같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이런 것을 더 좋게 보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자신을 지역 주민이라고 밝힌 안아무개(60, 남)씨는 "지역에서도 여러 준비를 했는데 이렇게 타지에서 온 손님들이 오히려 흥겹게 판을 벌려줘서 고맙다"라며 "(대학생 응원단이) 올림픽 분위기를 띄워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러니저러니 해도 오늘은 우리나라한테 중요한 날 아니냐"면서 "시끄럽게 훼방 놓는 것들보다, 이렇게 응원해주는 게 더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극우 성향의 반북집회·전쟁반대 선전전도 벌어져

보수단체 "평창올림픽 거부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일인 9일 오후 강원도 대관령면 개막식장 인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여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보수단체 "평창올림픽 거부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일인 9일 오후 강원도 대관령면 개막식장 인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여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보수단체 "평양올림픽 아웃"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일인 9일 오후 강원도 대관령면 개막식장 인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여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보수단체 "평양올림픽 아웃"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일인 9일 오후 강원도 대관령면 개막식장 인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여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한편, 축제 분위기와 걸맞지 않은 집회도 개막식 전에 벌어졌다. 개막식 입장권 매표소가 있는 횡계로터리 인근에선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드는 우익단체 회원 30여 명 정도가 북과 꽹과리를 치면서 시위를 벌였다. "문재인 아웃", "평양올림픽 아웃"이란 손피켓을 든 이들도 있었다.

인근 상인들은 한숨을 쉬었다. 지나가는 관람객들에게 풍선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던 스포츠웨어 전문상점이 대표적이었다. 풍선을 나눠주고 있던 한 직원은 기자와 만나 "올림픽 개막식 당일에 맞춰 준비한 행사인데 아쉽게 됐다"라며 "(집회하는 것 자체를)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보기 불편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들 맞은 편에서는 '전태일노동대학' 회원 15여 명이 '전쟁반대'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Warmonger Trump! Leave Earth!!(전쟁광 트럼프! 지구를 떠나라!!)", '전쟁반대'라고 적힌 피켓만 세운 채 침묵을 지켰다.

회원 방아무개(68, 여)씨는 "올림픽 개막식에 맞춰 평창을 찾는 많은 이들에게 반전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 왔다"라며 "별다른 말을 하지 않더라도 이 피켓을 본다면 사람들은 우리가 뭐를 얘기하고 있는지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맞은 편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우익단체 회원들에 대해선 "그 사람들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 하는 것이겠지만 우리나라가 한발 앞으로 나가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평창올림픽 평화올림픽 대학생응원단 눈조각축제 성화봉송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