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0시 15분(한국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RCDE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스파뇰과 FC 바르셀로나의 라 리가 경기. 1-1로 비겼다고 보도한 BBC 홈페이지 갈무리.

5일 오전 0시 15분(한국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RCDE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스파뇰과 FC 바르셀로나의 라 리가 경기. 1-1로 비겼다고 보도한 BBC 홈페이지 갈무리. ⓒ BBC 홈페이지


올 시즌 첫 리그 패배의 위기에 놓였던 바르셀로나가 구사일생했다. 폭우가 내리는 날씨 속 펼쳐진 에스파뇰과 더비 경기에서 피케의 동점골로 귀중한 승점 1점을 챙겼다. 허나 바르셀로나가 직면한 문제점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BBC 등 해외 언론들도 이 날 경기 결과를 보도했다.

5일 오전 0시 15분(한국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RCDE 스타디움에서 2017-2018 라리가 22라운드 RCD 에스파뇰과 FC 바르셀로나(아래 바르사)의 까탈루냐 더비 매치가 펼쳐졌다. 양 팀의 전력 차이와는 다르게 더비 매치다운 치열함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지난 스페인 국왕컵 8강 1차전에서 바르사를 1-0으로 꺾은 경험이 있는 에스파뇰 선수들은 두려움 없이 상대를 맞이했다. 경기 전부터 쏟아진 다량의 비도 에스파뇰에 호재였다. 무수한 짧은 패스로 상대를 허무는 바르사의 공격 스타일은 거대한 물웅덩이로 변해버린 그라운드에서 무용지물이었다.

예상치 못한 피치 환경에 바르사가 당황한 틈을 타 후반 20분 에스파뇰의 해결사 제라르드 모레노가 세르지오 가르시아의 크로스를 그대로 헤더로 받아 넣으면서 선제골을 터뜨렸다. 바르사에 리그 첫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운 순간 제라드르 피케가 팀을 구했다. 후반 37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리오넬 메시가 올려준 크로스를 머리로 돌려놓으며 골망을 갈랐다. 피케의 동점골 덕에 바르사는 리그 22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구단 역사상 단일시즌 리그 최다경기 무패 기록을 새로 썼다.

메시 의존증

에스파뇰전은 근래 들어 바르사가 소화한 경기 중에 가장 답답한 흐름 속에 진행됐다.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힐 만한 점은 바로 메시의 부재다. 이날 경기에서 메시는 이번 시즌 들어 처음으로 리그에서 교체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 바르사는 빡빡한 일정은 치러내고 있다.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국왕컵 경기 때문에 매주 꼬박 2경기씩을 소화하고 있다. 에스파뇰과 경기 3일 전에 발렌시아 CF와 국왕컵 4강 1차전 경기를 가졌고, 앞으로 4일 뒤에는 2차전 경기가 다가온다. 1차전에서 1-0 신승을 거둔 바르사 입장에서는 국왕컵 결승행을 확신할 수 없기에, '에이스' 메시에게 휴식을 부여해 발렌시아와 일전에 집중하겠다는 의중이 내포되어 있었다.

메시에게 쉴 기회를 제공한 의도는 좋았지만 메시의 부재로 에스파뇰전 바르사의 공격력은 눈에 띄게 무뎠다. 먼저 메시 대신 오랜만에 선발 기회를 잡은 파코 알카세르가 부진했다. 이날 오른쪽 측면을 주로 누빈 알카세르는 이렇다 할 공격 장면을 단 한 번도 창출하지 못했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가 본인에게 '어색한 옷'임을 감안해도 아쉬운 활약이었다.

알카세르를 제외한 다른 공격진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메시의 공백이 여실히 느껴졌다. 올 시즌 라리가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메시는 도움 부분에서도 선두에 위치 중이다. 경기당 5.8개의 드리블 성공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데이터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메시는 바르사 공격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메시는 중원까지 내려와 드리과 패스를 통해 공격의 시발을 알린다.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는 결정적인 찬스를 양산한다. 공격 찬스는 거의 대부분 메시의 발을 거친 후에야 발생할 정도다.

이런 메시가 빠지자 바르사 공격진은 '선장 없는 배'처럼 표류했다. 플레이메이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분투했지만 촘촘한 에스파뇰의 두 줄 수비를 홀로 뚫어낼 수는 없었다. 후반전은 날씨로 인해 정상적인 경기 운영이 불가능했다고 하지만 전반전에는 그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전반전에 보여줬던 바르사의 밋밋한 공격력은 문제로 지적받아 마땅했다.

결국 꽉 막혔던 바르사 공격에 에너지를 불어 넣은 선수는 후반 13분 투입된 메시였다. 평소보다 공을 잡는 횟수는 적었지만, 공을 소유하면 여전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피케의 동점골도 메시의 정확한 크로스가 기반이 됐다. 매 시즌 반복되는 바르사의 '메시 의존증'은 아직 유효함이 증명됐다.

쿠티뉴 딜레마

바르사의 수장 에르네스토 발베르데는 메시의 부재를 메우기 위해 이날 경기에서 포메이션의 변화를 줬다. 평소 즐겨 활용하던 4-4-2 포메이션 대신 바르사의 전통적인 포메이션인 4-3-3을 선택했다. 메시가 빠진 만큼 좀 더 공격적인 선수를 다수 활용하고자 하는 방안이었다.

핵심은 필리페 쿠티뉴였다. 올겨울 거액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데려온 쿠티뉴가 에스파뇰을 흔들 마법사로서 선발 출장했다. 그러나 쿠티뉴의 활약은 기대 이하였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출장한 쿠티뉴는 경기 시작부터 활발히 공격 작업에 가담했지만 날카롭지 못했다.

의욕은 넘쳤지만 경기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한 쿠티뉴였다. 왼쪽 풀백의 루카 디뉴와 패스를 주고받으며 활로 모색했지만 호흡 측면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측면에 국한되지 않고 중원 지역까지 활약하는 넓은 활동폭도 인상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잦은 패스 미스가 더 눈에 띄었다.

또한 이적 전부터 제시된 이니에스타와 공존 문제도 이날 경기에서 또다시 대두됐다. 두 선수의 공존은 리그 21라운드 알라베스전에서 쉽지 않음이 증명됐다. 당시 경기에서 메시와 수아레스, 이니에스타에 더해서 쿠티뉴까지 수비 기여도가 낮은 선수가 다수 배치되자 바르사의 공수 균형은 흔들렸다.

메시-수아레스 조합과 이니에스타는 바르사의 확고한 주전 멤버다. 부상이란 변수를 제외하면 빅경기에서 세 선수는 무조건 선발 출장한다.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고려하면 웬만한 경기에서 쿠티뉴를 선발 출전시키고 싶은 바르사지만, 경기력 측면에서는 아직까지 물음표의 크기가 크다. 오랜 기다림 끝에 쿠티뉴를 품었지만 아직은 '딜레마'에 빠져있는 바르사다. 

물론 속단은 이르다. 쿠티뉴는 바르사 입성 후 아직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않았다. 동료들과 아직까지는 불협화음을 내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현상이다. 에스파뇰전 전반 21분에는 장기인 중거리 슈팅으로 상대 크로스바를 강타하는 장면도 만들었다.

쿠티뉴는 근본적으로는 이니에스타의 장기적인 대체자 자격으로 바르사에 입성했다. 바르사에서 쿠티뉴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기에 지금은 부적절하다. 그럼에도 이번 시즌 앞으로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바르사에 쿠티뉴 딜레마는 주요한 과제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올 시즌 바르사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원하고 있다. 성공을 위해서는 완벽함이 필요하다. 흐름은 긍정적이지만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에스파뇰전에서 확인한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바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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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까탈루냐 더비 메시 의존증 쿠티뉴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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