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정욱(왼쪽부터) JYP 대표, 방시혁 빅히트 대표, 노종원 SK텔레콤 유니콘랩스장, 김영민 SM 총괄사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사옥에서 음악 플랫폼 사업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정욱(왼쪽부터) JYP 대표, 방시혁 빅히트 대표, 노종원 SK텔레콤 유니콘랩스장, 김영민 SM 총괄사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사옥에서 음악 플랫폼 사업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SK텔레콤


지난 1월 31일 국내 굴지의 음악 기획사인 SM, JYP, 빅히트 등 3사와 역시 대표적인 모바일 업체 SK텔레콤이 새로운 음악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진행했다. 이날 각사의 협의하에 진행되는 사업 내용은 대충 아래와 같다.

- 올해 안에 신규 음악서비스 플랫폼을 런칭한다.
- 2월 1일부터 이들 3개 기획사의 음원 B2B 유통은 SKT, SM이 주요 주주인 아이리버가 담당한다.


이와 함께 신규 음악 서비스에는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등 미래 영상 기술을 활용해 '보는 음악 콘텐츠' 개발을 추진함과 동시에 음원 저작권 보호와 거래 기록 투명화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도 적극 도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들 4개 대형 업체들의 합작은 2018년 한국 대중 음악 산업의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카카오, 네이버, SKT등 대기업들의 잇단 음악 시장 참여

 네이버의 AI 스피커 '프렌즈'.  네이버는 지난해 YG에 1000억원을 투자하면서  음악 시장에 새롭게 뛰어들었다.

네이버의 AI 스피커 '프렌즈'. 네이버는 지난해 YG에 1000억원을 투자하면서 음악 시장에 새롭게 뛰어들었다.ⓒ 네이버


지난 2016년 카카오는 국내 최대 음원 서비스(멜론) 업체인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지분 76.4%를 무려 1조8743억 원에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음악 사업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애초 로엔은 SK텔레콤의 소유였던 기업이지만 공정거래법의 지분 규제로 인해 지난 2013년 2659억 원에 한 사모펀드로 매각됐다. 세금 절약 등을 위한 목적도 포함되었던 당시의 결정은 증권-투자 업계 분석에 따르면 SKT의 패착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불과 3년 만에 무려 1조2000억 원의 차익을 남기며 로엔 매각에 성공한 사모펀드와 달리, SKT는 푼돈을 아끼려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잃어버린 격이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음원 시장의 확대로 인해 로엔은 이제 시장을 지배하는 절대 강자의 자리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카카오톡 기반으로 게임, 금융, 쇼핑 등 사업을 다변화하는 카카오의 움직임은 모바일 시장의 강자인 SKT로선 위협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뒤늦게 음악시장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낀 SKT는 지난해 mp3 플레이어 제조사로 유명한 아이리버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새롭게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손 잡은 업체가 역시 아이리버의 대주주로 참여한 SM C&C다. 그리고 올해 SM의 업계 경쟁사이면서도 우호적인 입장의 JYP, 빅히트를 끌어들이면서 기존 멜론 독주 체제로 움직이던 음원 사업에 새롭게 발을 내딛게 되었다.

또다른 대기업이자 국내 최대 공룡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는 지난해 YG에 무려 1000억 원을 투자하면서 역시 음악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YG의 자회사를 통해 네이버 뮤직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면서 인공지능(AI) 스피커 등 신기술을 접목시키는 등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신기술의 대거 도입... 체계적인 산업 재편으로 이어질까?

 SK텔레콤이 새롭게 구상중인 음악 사업 구성도.  신기술 도입을 통한 음악 플랫폼을 올해 중 선보일 예정이다.

SK텔레콤이 새롭게 구상중인 음악 사업 구성도. 신기술 도입을 통한 음악 플랫폼을 올해 중 선보일 예정이다.ⓒ SK텔레콤


대기업과 유명 기획사들의 합작 과정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것이 바로 블록체인, AI 등으로 대표되는 신기술이다.

블록체인이란?
온라인 금융 거래 정보를 블록으로 연결하여 피투피(P2P) 네트워크 분산 환경에서 중앙 관리 서버가 아닌 참여자(피어, peer)들의 개인 디지털 장비에 분산·저장시켜 공동으로 관리하는 방식.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현재 가상화폐 붐으로 인해 기사에서 자주 언급되는 블록체인 관련 기술이 음악 산업에도  새롭게 등장할 조짐이다. 특히  P2P방식의 거래과정이 기록으로 남게 되는 블록체인 특성상 음원 유통 과정에 이 기술을 적용시켜 거래 내역(음원 판매 내역)을 투명화, 각종 저작권 비용 및 음원 사용료 정산을 지금보다 더 명확히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또한 지금과 같은 음악인-기획사-유통사-음원서비스 업체-저작권 협회 등 복잡한 음원 유통의 간소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에 음원을 만드는 기획사 입장에선 절감되는 수수료 만큼의 추가 이익을 챙길 수 있게 된다. 즉, SM-JYP 등 음원을 생산하는 기획사들 입장에선 로엔, 지니뮤직, CJ E&M 등 기존 유통사를 배제하고 직접 유통에 뛰어들 수 있는 구조로 바뀐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다.

여기에 가상현실(VR)과 AI 기술을 접목 시켜 듣는 음악을 뛰어 넘는 보는 음악, 그리고 이용자들의 취향, 선호도를 자동적으로 분석하는 맞춤형 서비스로의 진일보한 개편 역시 도모하고 있다. 물론 여기엔 SKT, 카카오 계열사들의 서비스 (쇼핑, 게임, 기타 각종 서비스)를 연결시켜 부가적인 매출 증대를 노리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

이렇듯 주요 업체들의 시도가 적극적으로 진행된다면 이 과정에서 지금의 단순 합작 수준을 넘어 대규모 기업 인수 합병 등 업계 전반의 시장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밋빛 미래?  부익부 빈익빈 심화도 우려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  SKT는 최근 SM, JYP, 빅히트 등 국내 유명 음악 기획사와 손잡고 신규 음악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 SKT는 최근 SM, JYP, 빅히트 등 국내 유명 음악 기획사와 손잡고 신규 음악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SK텔레콤


주요 대형업체들이 기술, 대자본, 콘텐츠의 결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건 우리 음악 산업의 체계적인 발전 측면에선 긍정적인 요소다. 반면, '자칫 이러한 플랫폼 변화에 참여하지 않은 중소 기획사 및 음악인들을 고사시킬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가뜩이나 로엔, CJ를 중심으로 한 수직계열화가 점점 심화되는 상황에선 SKT-SM-JYP-빅히트 연합, 네이버-YG 연합은 또 다른 수직계열화 업체의 추가 등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유통 과정 및 정산의 투명화가 가능해져 영세 창작인 및 음악 사업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곤 하지만, 신인 육성 및 홍보-프로모션 등에 쓰이는 막대한 비용 투자는 블록체인 등 신기술 적용으로 절감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여전히 대기업에게만 유리한 구조로 재편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어찌되었건 간에 한국 음악산업이 2018년 대변혁의 기로에 놓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과연 이러한 변화가 어떤 결과물을 낳을지는 여전히 예측불허다. 음악을 즐기는 소비자들에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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