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몰도바의 경기. 전반전 한국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27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몰도바의 경기. 전반전 한국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신욱이 또 터졌다. 김신욱은 터키 전지훈련 중에 치른 마지막 평가전에서도 선제 결승골을 작렬하며 존재감을 드높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3일 오후 11시 30분(아래 한국시각)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라트비아와 맞대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신태용호는 터키에서 치러진 3차례 평가전을 무패(2승 1무)로 마무리했다.

신태용 감독은 최정예 멤버를 내세웠다. 김신욱과 이근호가 전방에 포진했고, 이재성과 정우영, 이찬동, 이승기가 중원을 구성했다. 장현수가 빠진 중앙 수비에는 김민재와 정승현이 나섰고, 좌우측 풀백으론 김진수와 고요한이 출전했다.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진격의 거인' 김신욱, 터키 전훈 최고의 성과

90분 내내 압도적인 분위기였다. 라트비아는 5-4-1 전형으로 나서 수비에만 집중했다. 대표팀이 볼을 소유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김진수와 고요한은 큰 부담 없이 공격에 가담했다. 김신욱을 노린 크로스를 여러 차례 올렸다. 이재성은 짧고 빠른 패스와 드리블로 수비를 흔들었다. 이근호도 넓은 활동폭을 자랑하며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가장 돋보인 이는 '진격의 스트라이커' 김신욱이었다. 전반 33분, 이승기의 코너킥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자신이 달라졌단 것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가만히 서서 크로스를 받아내지 않았다. 크로스 시점에 맞춰 수비를 따돌린 뒤 빈 곳으로 움직였다. 수비의 방해가 없었던 만큼 볼의 속도는 살리되 방향만 바꿔놓는 절묘한 헤더에 성공했다.

김신욱은 지난해 12월 '2017 EAFF E-1 챔피언십'을 포함해 A매치 4경기 연속골에 성공했다. 최근 6경기에서 7골을 몰아쳤다. 무서운 상승세다.

반전이다. 터키 전지훈련은 마지막 기회일 수 있었다. 김신욱은 스트라이커였지만, 결정력에 의문이 따랐다. 2014년 1월 코스타리카와 평가전 이후 무려 3년 11개월 동안 득점이 없었다. 높이는 위력적이었지만, 압박과 속도, 연계 플레이 등의 약점이 도드라졌다. 그가 투입되면 단조로워지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기회도 적었다. 김신욱은 교체 카드로만 활용됐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단 한 차례도 선발 출전하지 못했다. 홈에서 치러진 카타르,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역전승에 앞장섰지만, 선발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지난해 10월과 11월에 치러진 A매치에선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10월은 해외파만 소집)

김신욱은 'E-1 챔피언십'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선발로 나설 기회가 주어지자 그간의 설움을 완전히 털어냈다. 1차전 중국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했고, 마지막 일본전에선 멀티골을 폭발시키며 우승에 앞장섰다. 가공할만한 높이가 여전했고, 단점도 상당 부분 보완된 모습이었다. 특히,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이 예리해지면서 신태용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터키 전지훈련에서 쐐기를 박았다. 대표팀이 치른 3경기에서 모두 득점했다. 자메이카전에선 멀티골을 폭발시켰다. 손흥민의 전방 파트너로 우위를 점했던 이근호와 경쟁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석현준과 지동원 등 유럽파가 합류하더라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다.

김신욱은 라트비아전 선제 결승골에 만족하지 않았다. '스트라이커'답게 득점에 굶주린 모습을 유지했다. 프리킥 키커로 나서 강력한 슈팅을 시도했고, 홍철의 크로스를 정확한 헤더로 연결해 추가골을 노렸다. 단조로운 공격이 이어지더라도 어떻게든 득점을 만들어내려는 의지가 돋보였다.

'6경기 7골' 김신욱, '진격의 거인' 뒤에 가려진 신태용호 문제점

대표팀은 김신욱의 선제 결승골을 지켜내며 승리를 따냈다.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전을 포함하면 A매치 8경기(5승 3무) 연속 무패다. 하지만, 터키 전지훈련 성과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3경기에서 김신욱만 득점에 성공했다. 우리와 맞붙은 몰도바와 자메이카, 라트비아는 수준이 높다 할 수 없었다.

상대 수비 조직력과 개인 기량 모두 뛰어나지 않았다. 김신욱 외에 득점한 선수가 없었다는 것은 큰 문제다. 유럽파가 합류한 대표팀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는 이근호, 이재성 등은 침묵했다. 움직임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 이재성은 지난 시즌 'K리그 1 MVP'의 위엄을 뽐냈다. 모든 패스를 원터치로 처리하는 등 움직임에 여유가 넘쳤다.

그러나 공격 포인트는 없었다. 수비를 따돌리고, 좋은 공간을 선점해도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골대를 때렸고,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골문을 크게 벗어난 슈팅도 상당했다. 네덜란드와 이탈리아를 따돌리고 월드컵에 올라온 스웨덴, 북중미 최강자 멕시코, 디펜딩 챔피언 독일과 상대하려면 결정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중원은 3경기 내내 밋밋했다. 자메이카전에선 간격 조율에 실패하며 실점의 원인이 됐다. 3경기 내내 오랜 시간을 볼을 소유했지만, 날카로운 패스나 슈팅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우영과 이찬동, 손준호 등 선수만 바뀔 뿐, 개성이 없었다. 상대 압박이 덜한 공간에서 볼을 돌리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월드컵 본선에선 그것조차 어렵다. 압박을 이겨내고, 기회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기성용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때론 그를 대체해야 한다.  

풀백도 보완이 필요하다.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확실히 나아지긴 했다. 공격력이 없는 풀백은 대표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안다. 오버래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대표팀 공격을 주도한다. 다만, 크로스 정확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김신욱의 머리를 정확히 노린 크로스도 있었지만, 수비에 걸린 것이 훨씬 많았다. 드리블과 패스를 활용해 박스 안쪽으로 파고드는 움직임도 필요하다. 직접 득점을 노리고, 과감한 중거리 슈팅도 있어야 한다.

수비 개선은 시급하다. 믿었던 김민재마저 라트비아전에서 실수를 범했다. 상대가 FIFA 랭킹 131위의 약체가 아니었다면, 실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이전 경기에 나섰던 '선배' 김영권과 장현수도 안정감을 보이지 못했다. 실수가 반복됐고, 실점하는 데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우리는 에밀 포르스베리, 치차리토, 르로이 사네, 메수트 외질 등을 막아야 한다. 실수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신태용호는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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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욱 신태용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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