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 영화감독이 '미투' 캠페인에 동참하는 취지로 자신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이렇게 사건을 알리게 되면 또 다른 미투 캠페인이 일어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나 말고 없다고도 확신할 수 없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한 여성 영화감독이 '미투' 캠페인에 동참하는 취지로 자신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그는 "이렇게 사건을 알리게 되면 또 다른 미투 캠페인이 일어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나 말고 없다고도 확신할 수 없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 오마이스타


한 여성 영화감독이 '미투' 캠페인에 동참하는 취지로 자신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지난 1일 여성 영화감독 A씨는 개인 SNS를 통해 "2015년 봄 같은 동료이자 여자 감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또 이를 문제제기하는 과정에서 한국영화아카데미 측 교수로부터 고소 취하 등의 요구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감독 A씨는 개인 SNS에 "가해자가 재판을 수십 번 연기한 탓에 재판은 2년을 끌었고 작년 12월 대법원 선고가 내려졌다"면서 "재판 기간 동안 가해자는 본인이 만든 영화와 관련한 홍보 활동 및 각종 대외 행사에 모두 참석했다. 가해자의 행보는 나에게 놀라움을 넘어 인간이란 종에 대한 씁쓸함마저 들게 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 "진심 어린 반성 대신 나를 레즈비언으로 몰고 나의 작품을 성적 호기심과 연관시키고 내 남자 친구와의 관계를 위장한 관계처럼 몰아가기 바쁜 가해자를 보며 자신의 명성이나 경력 때문에 그 쉬운 사과 한 마디 못하는 인간을 한때 친한 언니라고 친구라고 불렀던 내가 밉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해당 폭로를 한 감독 A씨는 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2015년에 있었던 일인데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다"며 "가해자에게 반성의 기미가 있었다면 미투 캠페인에 동참하지 않았을 텐데 며칠 전만 하더라도 공식 석상에 나온 가해자의 모습을 보면서 속상했고 알릴 필요가 있겠다 싶더라"며 '미투 캠페인'에 동참하게 된 경위를 털어놓았다.

이어 "이렇게 사건을 알리게 되면 또 다른 미투 캠페인이 일어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나 말고 없다고도 확신할 수 없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사건 개요는 이렇다. 지난 2015년 4월 술자리가 끝나고 A씨가 만취한 틈을 타 여성 감독 B씨는 A씨의 신체 부위 일부를 만지면서 유사성행위를 했다. 이후 잠에서 깨고 그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B씨를 준유사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달 10일, 대법원은 준유사강간 혐의를 인정해  영화감독 B씨에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명령을 선고하며 유죄 확정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재판 결과에 대해 A씨는 "남자였으면 실형이 나왔을 것 같은데 동성이라 집행유예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B씨가 변호사를 통해 합의를 원한다면서 사과문을 보냈는데 그 사과문이 굉장히 겉핥기식이라 사과라 볼 수 없었다"면서 "그런 식의 사과는 받을 필요가 없어 합의하지 않았고 이후 B씨와 연락한 바는 전혀 없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피해 감독과 가해 감독이 함께 소속돼 있던 한국영화아카데미 측 한 교수는 가해자인 B씨와의 친분으로 A씨에 '여자들끼리 이런 일 일어난 게 대수냐' '가해자를 불러줄 테니 한 대 패고 끝내면 안 되겠냐' '술 마시고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않느냐' '너랑은 말이 안 통하니 남자친구를 데려오라'면서 고소를 취하할 것을 종용했다고 한다. 해당 교수는 재판 과정에서 B씨 측 증인으로 섰다. A씨는 "이 일을 중재해야 할 교수가 가해자 쪽에 증인으로 나온 걸 보면서 많이 상처 받았다"며 "최근까지 가해자를 학교에서 계속 마주쳐야 했고 그래서 이 일을 공개적으로 알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교수는 <오마이뉴스>에 "뭐라고 답변드릴 수 있는 게 없다"며 "나중에 정리가 되면 알려드리겠다"고 전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관계자 측은 해당 성폭행 건에 대해 2일 오후 <오마이뉴스>에 "내부에서 인지는 하고 있다"며 "우리도 충격을 받았고 내부에서 추후 논의를 해 정리해서 이야기를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가해 감독 B씨에게 수차례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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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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