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6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2017년 12월 26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MBC


지난해 12월 8일 최승호 신임 MBC 사장은 재정비 시간을 갖기 위해 MBC 간판 뉴스인 <뉴스데스크>를 중단시켰다. 그리고 2012년 170일 파업이 있기 전까지 <뉴스투데이> 앵커였던 박성호 기자와 손정은 아나운서를 앵커로 내세워, 성탄절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26일부터 <뉴스데스크>를 다시 시작했다.

새로운 사장 체제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뉴스인 만큼 사람들은 기대감을 가지고 <뉴스데스크>를 시청했다. 박성호 앵커는 지난날 MBC 뉴스에 대한 사과와 반성으로 시작을 알렸다. 그런데 조급함 때문이었을까. 첫날부터 오보를 하는 등 일주일 동안 두 번이나 사과를 해야 했다. 시간이 지나고 안정을 찾으면서 지난 28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비자금 의혹 관련 단독 기사를 내보내 '역시 MBC'란 소리를 들었다.

앵커로 보낸 한 달이 어땠는지 궁금해 지난 1월 29일 서울 상암 MBC 사옥 보도국에서 박성호, 손정은 앵커를 만나 <뉴스데스크>를 한 달 진행한 소회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박성호, 손정은 앵커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아직 주말에도 쉬어본 적 없어요"

 박성호(오른쪽), 손정은(왼쪽) 앵커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성호(오른쪽), 손정은(왼쪽) 앵커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영광


- MBC의 간판뉴스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은 지 한 달이 지났어요. 어떻게 보냈어요?
박성호 앵커(이하 박): "<뉴스데스크> 정상화한다고 이런저런 준비하느라 정신없어서 한 달이 6개월 같았어요.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해서 편집회의 참석하고 뉴스 진행한 뒤 퇴근하니까 회사에서 하루 12시간을 보내요. 아침 출근길에는 조간신문 읽고 라디오 듣고 퇴근 후에도 타사 뉴스 모니터까지 하고 자다 보니, 눈 뜨고 눈 감을 때까지 뉴스만 보고 있어요. 그리고 후배 기자들이 취재 보도에 필요한 가이드북을 만들어 달라는 데 그런 걸 제대로 쓰려면 휴일을 활용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아직 주말에도 쉬어본 적이 없어요."

손정은 앵커(이하 손): "한 달은 정신없었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하는 첫 주보다는 뉴스 준비과정이나 뉴스 스튜디오가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적응 중이에요. 저도 여러 가지 이슈를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그날그날 뉴스를 따라가는 공부가 있는데 하루를 다 써도 모자라요. 하루종일 뉴스 보면서 시간을 다 보내는 것 같아요. 주말에는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이에요. 그래서 자는 시간 빼고는 몸과 마음이 많이 바빠요."

- 5년의 공백이 있었잖아요. 앵커 제의가 왔을 때 잘할 수 있을지 고민했을 것 같은데.
: "맞아요. 저는 엄밀히 따지면 5년 11개월 만에 마이크를 잡았어요. 거의 6년 만이죠. 오랜 시간 해왔던 일이지만 손 놓았던 시간도 길어서 공백을 채워야 했어요. 그러니 자투리 시간까지 다 쏟아부어야 하죠. 좀 속도가 느릴지 몰라도 꾸준히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봐요. 공백 6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뉴스의 이력을 역으로 추적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밤에 과거 기사나 자료를 찾아 읽다 보면 새벽 2시를 넘기기 일쑤예요. 앵커 멘트 쓸 때는 취재기자나 담당 부서 부장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해요."

: "저도 방송을 5년 반 이상 쉰 거잖아요. 아직도 적응이 다 안 됐어요. 제가 진행한 뉴스를 다시 보면 어떨 때는 한숨이 나올 정도예요. 좋은 점수를 줄 만한 날은 아직 하루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예전에 한 프로그램을 맡은 지 1년 정도 지났을 때 모든 것에 익숙해지더라고요. 저 스스로 너무 조급하고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마음 비우려고 노력해요."

- 첫 방송할 때 기분이 어땠나요?
: "시청자들은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저는 속으로 긴장을 많이 했어요. 그동안의 뉴스에 대해 사과하며 첫 방송을 시작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마음이 많이 무거웠어요. 그러면서도 '새롭게 시작하는 MBC 뉴스를 어떻게 봐주실까'라는 기대감으로 뉴스를 진행한 것 같아요."

: "솔직히 저는 별로 특별한 게 없었어요. 그냥 담담했고 다만 상황이 엊그제까지 회사 출입도 못 하다가 뉴스를 진행한다니 드라마틱하다는 느낌이었어요. 생각해 보니 제가 기자 초년 시절에 엄기영, 신경민 앵커 성대모사를 좀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분들이 하던 자리를 제가 하게 됐으니 좀 신기하기도 했어요."

- 두 분은 5년 전 <뉴스투데이>에서 같이 앵커를 맡으셨는데 재회하니 어떤가요?
: "박성호 선배가 워낙 저를 배려해주고 많이 가르쳐 줘요. 보면 다른 사람을 잘 가르치는 능력이 있어요. 그래서 해직 기간에 고려대에서 강의했을 때 학생들이 열광했던 것 같아요. 제가 몇 번 특강을 하러 가서 느꼈어요. 돌아와서 앵커를 하는 것만으로도 사실 힘들 텐데, 그 와중에 다른 부서 후배들에게 매뉴얼이나 보도지침 가이드까지 다 만들어서 가르쳐 줘요. 후배들에게 하는 것처럼 저에게도 가르침을 주거든요. 저는 최고의 파트너를 만난 거죠. 많은 가르침을 받으려고 해요."

: "(손정은 아나운서가) 이렇게 말하면 전 뭐라고 해야 하죠?(웃음) 옆에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저도 손정은씨에게 가르침을 많이 받아요. 그래서 좋아요. 제가 예전에 아침 뉴스할 때는 앵커로서 햇병아리였기 때문에 엄청 다듬을 게 많았는데 그때 손정은씨에게 과외를 집중적으로 받았어요. 그래서 허심탄회하게 호흡을 맞추는 사이가 됐고 6년 만에 또 코치를 받고 있어요. 저희끼리는 뉴스 끝나고 서로의 멘트에 대해 편하게 지적하고 조언해요. 그런 부분에서 고맙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인 것 같아요."

"수많은 뉴스와 경쟁해도 우위에 올라설 수 있다는 확신"

 박성호 앵커

박성호 앵커는 "취재부서 데스크를 맡아 후배들과 일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이영광


- 박 앵커는 리포트 하고 싶지는 않으세요?
: "당연히 하고 싶죠. 그렇지만 해직 전에도 리포터를 끝내고 앵커를 하던 상황이라 다시 리포트할 기회가 돌아오지 않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래서 복직하면 취재부서 데스크나 부장을 맡아서 후배들과 함께 일하는 걸 꿈꿨는데 그게 어려워져서 아쉬워요."

-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JTBC <뉴스룸>이 시청자들에게 인정받고 있어요. 많은 시청자들이 보고요. 동시간대라서 부담도 클 것 같아요.
: "(부담감이) 있죠. 그런 것도 저희가 헤쳐 나가야죠. JTBC는 촛불정국을 촉발시켰고, 정권을 바꾸는 데 엄청난 영향을 미친 매체였어요. 세월호 참사 때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지속적으로 보도했던 매체였기 때문에 엄청난 신뢰를 받고 있어요. 그 신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저희는 공영방송으로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하면 되죠. 시간대는 8시, 9시 어딜 가든 경쟁자가 있기 때문에 그건 방송하는 사람들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 손 앵커가 기자간담회에서 "5년간 JTBC 뉴스만 봤다"고 했잖아요. 지금도 시청자 입장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평가한다면요.
: "8시에 같이 시작하기 때문에 더 이상 타사 뉴스는 실시간으로 보기 어려워졌죠. 점점 저희 보도국 기자들도 출입처에 익숙해지고 더 열심히 취재해 와요. 그런 모습 보면서 더 자부심도 생기고 같은 시간대에 경쟁해도 남부럽지 않은 뉴스를 만들어 내겠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MBC가 망가져 있을 땐 의도적으로 회피했지만, 지금은 수많은 뉴스와 경쟁해도 우위에 올라설 수 있다는 분명한 확신이 있어요. 시청자들도 언젠가는 알아주실 거라 믿어요."

 손정은 앵커

손정은 앵커ⓒ 이영광


- 주로 클로징 멘트 없이 '뉴스 마친다'는 말로 끝맺던데, 클로징 멘트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 텐데, 없어서 아쉽던데요.
: "맞아요. 그런 말씀을 듣는데요. 일단 준비가 부족하단 점을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클로징 멘트를 하는 날도 있고 하지 않는 날도 있어요. 대체로 하루걸러 하루 하는 셈이죠. 클로징 멘트도 중요하지만, 프로그램 문 닫는 순서에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본편에 더 충실한 게 먼저라고 봐요. 리포트 하나하나를 소개하는 앵커멘트를 고민하고 공들이는 데도 시간이 빠듯해서 여력이 잘 없더라고요. 아직 저의 한계죠. 조금 더 일이 익숙해지면 그때 어설프지 않게 클로징 멘트를 할까 해요."

- 한 달 동안 <뉴스데스크> 진행하면서, 에피소드도 있었을 것 같아요.
: "첫 방송하던 날, 딱 감기에 걸려서 콧물과 기침이 엄청 심했어요. 코 푸느라 휴지 한 통을 다 썼어요. 게다가 눈도 충혈돼서 안약 넣고 정말 난리가 난 상태로 시작했죠. 첫 뉴스로 그간의 MBC 보도에 대한 사과 리포트를 소개했는데, 막상 방송으로는 다행히 감기 걸린 티가 안 나더라고요."

: "매일 하는 2시 편집회의에는 보도국장 아래로 정치부, 경제부, 사회1부, 사회2부, 국제부, 문화과학부, 통일외교부 등 각 부서 부장들이 들어와서 오늘 뉴스에 대해 보통 30분 정도로 이야기해요. 충북 제천 화재 참사에 대해 사과 보도를 할 것인지, 한다면 어떤 형태로 할 것인지. 또 MBC 뉴스를 어떤 방향으로 가져가야 할 것인지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그럴 땐 한 시간이 훌쩍 넘어갑니다.

지난 5년간은 이미 뉴스의 방향이 정해져 있었으니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을 거예요. 지금은 열린 토론으로 다양한 의견을 듣고 MBC 뉴스만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보면서 우리 뉴스의 희망을 봅니다. 그럴 때마다 '역시 MBC구나, 우린 새롭게 태어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하고 기쁩니다."

- '시청자에게 응답하는 뉴스, 시청자와 소통하는 뉴스'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는데 이렇게 잡은 이유가 있을까요?
: "제가 만든 말인데요. 구체적인 뉴스 형태나 포맷을 말하는 건 아니에요. MBC 뉴스가 가야 할 지향점을 추상적인 얘기로 던진 거죠. 시청자에게 응답한다는 건 시청자들의 알 권리, 시청자들의 요구에 책임지겠다는 것이고, 시청자와 소통한다는 것은 일반 시민의 목소리가 뉴스에 더 많이 반영되게 하자는 거예요. 아침 뉴스 <뉴스투데이>에서는 평소 발언권을 잘 갖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발언권을 제공하는 고정적인 포맷을 '마봉춘이 간다'는 이름으로 하는 데 반응이 나쁘지 않아요. 메인 뉴스에서 어떻게 해볼지 연구하고 있어요."

"언론이 모든 것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만용"

 (왼쪽부터) 박성호, 손정은 앵커의 모습.

(왼쪽부터)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박성호, 손정은 앵커의 모습이다.ⓒ 이영광


- 박 앵커는 지난해 영국 BBC와 KBS 뉴스의 불편부당성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잖아요. 최근 기계적 중립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있는데, 기계적 중립과 불편 부당성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기계적이란 말 자체에 부정적 뉘앙스가 있죠. 가치 판단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의적으로 1: 1 비율을 맞추겠다는 뜻이잖아요. 그것은 공정하다거나 불편부당하다는 것과 큰 관련이 없어요. 방송에서 기계적 중립을 취한다는 것은 시간을 동등하게 배분하는 것뿐이에요. 시간을 동등하게 맞춰도 그 내용을 질적으로는 불균등하게 할 수도 있어요.

불편부당성은 갈등 사안에 적용되는 건데요. 사실은 물론이고 의견과 주장을 제대로 반영하라는 것이죠. 소수의견이라도 완전히 무시하지 않는 거죠. 각각의 관점을 다양하게 드러내 주는 게 중요하고요, 그것의 시간 비중은 기사 가치나 사안의 성격에 따라 배분하는 거죠. 시간 배분이 자의적이라는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게 이미 다 기자들의 기사 가치 판단이죠.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지만 어떤 아이템을 선택하고 버리는 행위부터 완전한 객관은 없어요."

- 스포츠에는 해설가와 심판이 있잖아요. 해설가는 어느 것에도 치우침 없이 중립적으로 시청자가 경기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역할이고, 심판은 잘잘못을 따져서 시시비비를 가리죠. 그럼 둘 중에 언론의 역할은 어느 것일까요?
: "이 문제를 예전에도 고민해본 적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해설자가 맞다고 생각해요. 세상 이슈를 이해시키고 관심을 갖도록 하는 해설자 기능이 언론에게 있죠. 언론이 재판관이나 신이 아닌데, 모든 것의 옳고 그름을 판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것도 만용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시청자들의 판단이 더 정확할 수도 있죠, 시청자들 사이에 판단도 다를 수 있고, 다름 자체가 중요할 수 있거든요.

다만 아무런 가치 판단 없이 'A 정당과 B 정당이 이렇게 떠드니 우리는 모르겠다'고 팔짱만 끼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죠. 해설자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다 보면 사안에 따라 그것이 어떤 경우에는 심판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봐요. 심판이 되려고 하는 것보다 충실한 해설자가 되면 그 자체로 시청자가 심판이 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미디어 환경이 많이 달라져서 이런 것도 앵커에게 영향이 있을 것 같은데.
: "맞아요. 느끼고 있어요. 사람들은 이미 팟캐스트라든지 토크 성향의 프로그램을 많이 접하고 있어서 뉴스 진행자들에 대한 기호나 기대가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진 것 같아요. 전통적인 진행 방식이라서 변화를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해요. 다만 공영성은 유지하면서 어떻게 접점을 찾고 새로운 걸 제시할 수 있을지가 숙제예요."

: "그 고민은 저도 하고 있어요. 어떤 방식이 됐든 좀 더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친구처럼 가까운 느낌을 주는 앵커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어요. 고민하다 보면 새로운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각오 한 마디 부탁드려요.
: "그동안 공백이 컸어요. 7~8년 전 제가 했던 뉴스를 보신 분도 있겠지만 처음 보시는 분도 있잖아요. 제가 뉴스에 익숙해지고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져야 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시청자들도 MBC 뉴스에 익숙해지고 앵커들에게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매일매일 좋은 뉴스로 시청자들에게 보답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지는 거죠. 좀 더 저희에게 친숙해지고 저희 뉴스를 사랑하는 마음이, 시간이 지날수록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어요."

: "저는 각오는 따로 없고 MBC 기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고 그래서 빠른 속도로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보시기엔 여전히 많이 부족할 거지만 그래도 시민들이 저희에게 기대하고 요구했던 명령 같은 것을 부담으로 느끼면서 다들 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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