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의 한 장면

<리턴>의 한 장면 ⓒ SBS


주인공치고는 분량이 지나치게 적었다. 이상하리만치 존재감도 없었다. SBS <리턴>의 최자혜 변호사(고현정) 이야기다. 분량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그의 연기도 왠지 모르게 낯설었다. 좀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웠다. 처음에는 갸우뚱했다.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고현정이라는 배우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해석 때문이라 여겼다. 차별화된 연기일 뿐이고, 곧 설득력 있게 다가올 거라 믿었다.

드라마가 10회까지 진행된 지금, 갸우뚱은 조금씩 의심으로 변해가고 있다. 누가 예상이라도 했을까. 천하의 고현정을 향해 연기력 논란이 제기될 거라고 말이다. 초반에 쏟아졌던 외모 논란은 난데없었고, 외모지상주의의 민낯을 보여주는 일이라 씁쓸하고 불편했다. 그러나 연기에 대한 쓴소리는 가벼이 넘길 수준이 아니다. 연기는 오롯이 배우의 몫이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전적으로 시청자들의 몫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그 판단은 매우 객관적이기까지 하다.

분명 고현정의 연기는 전형적이지 않다. 다양한 표정을 갖고 있고, 대사의 강약을 조절할 줄 안다. 그것뿐이었다면 차이가 이토록 도드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고현정의 힘은 대본의 '지문(地文)'을 해석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손짓, 몸짓, 그밖의 제스처들이 남다른 구석이 있다. 자신감과 여유가 묻어 있고, 치밀한 준비가 숨겨져 있다. 평이한 내용의 대사도 고현정을 거치면 맛깔스럽게 변한다. 캐릭터에 대한 완벽한 분석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리턴>의 한 장면

<리턴>의 한 장면 ⓒ SBS


최자혜 변호사 역을 준비하면서 고현정은 두 가지 원칙을 세웠던 모양이다. 패션은 수수하게, 말투는 느릿느릿하게. 과하지 않은 메이크업과 부시시한 헤어스타일은 일에 빠져 사는 전문직 여성을 연출한 듯 보였다. 한껏 멋을 부린 채 등장하던 기존의 변호사 캐릭터들과 차별화 됐다. 고현정다운 캐릭터 해석이었다. 느릿느릿한 말투도 색다르게 다가왔는데, 스릴러라는 장르 속에서 묘한 긴장감을 가져 왔다. 문제는 그것이 좀 과했다는 것이다.

말투가 느릿느릿한 건 그렇다치고, 또렷하지 않은 발성과 어눌한 발음은 몰입을 깨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또, 진지해야 할 상황에서 웃음을 터뜨린다든지,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듯 통달한 표정을 짓는 대목들은 의아함을 자아낸다. 캐릭터 설정을 잘못한 건 아닐까? 변호사 역할이 처음이라 무리수를 둔 건 아닐까? 그런데 달리 생각하니, 전혀 다른 답이 나왔다. 지금까지 고현정의 연기는 캐릭터의 의뭉스러움을 드러내기 위해 철저히 의도된 것은 아닐까?

<리턴>의 전개 방식을 고려하면 근거 없는 의문은 아니다. <리턴>은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염미정(한은정) 살인사건을 전면에 배치하고, 상류층 망나니들을 앞세워 시선몰이를 하고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모두 안다. 오태석(신성록)과 김학범(봉태규)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사건을 미궁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독고영의 파트너 형사 김동배(김동영)와 상류층 망나니들의 펜트하우스 아래층에 거주하고 있는 김정수(오대환)는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리턴>의 한 장면

<리턴>의 한 장면 ⓒ SBS


그런가 하면, 분량이 의외로 적은 강인호(박기웅)가 중요한 키를 쥐고 있을 거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일찌감치 긴급체포가 돼 사건의 흐름으로부터 격리된 것도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논리로 조연들에 비해 존재감이 미약한 주연 배우들의 활약이 곧 이어질 거란 추측도 가능하지 않을까? 아마도 반전을 위해 숨겨둔 비장의 카드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반전은 무엇일까. 최자혜가 시달리고 있는 끔찍한 악몽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수중에 뜬 상태에서 불에 타고 있는 꿈과 얼굴이 없었던 여자아이, "기억이 나지 않아"라는 최자혜의 대사는 그에게 어린 딸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어떤 사건으로 인해 딸을 잃게 됐는데, 그 가해자가 상류층 망나니들 가운데 한 명일 가능성이 높다. 유력 용의자는 역시 김학범이다. 최자혜는 이런 사실을 모두 알고 있고, 자신만의 복수를 시도하고 있는 건 아닐까? 만약 <리턴>에 이런 반전이 없다면, 고현정의 의뭉스러운 연기를 설명할 길이 없다.

사실 고현정의 연기력을 탓하는 것보다 뭔가 꿍꿍이가 있을 거라고 보는 편이 좀더 현실성 있는 접근인 것 같다. 부디 고현정의 연기가 모두 계산된 것이기를, 그래서 우리가 모두 감쪽같이 설득될 수 있길 바란다. <리턴>은 고작 중반에 이르렀을 뿐이고, 아직까지 할 이야기가 많아 보이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와 <직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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