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와 이낙연 총리가 지난해 11월 1일 그리스에서 채화된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에 불을 붙이고 있다.

김연아와 이낙연 총리가 지난해 11월 1일 그리스에서 채화된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에 불을 붙이고 있다. ⓒ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은퇴한 지 어느덧 4년이 지났지만 '피겨여왕' 김연아(28)는 여전히 최고의 인기선수로 꼽힌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그가 경기를 나서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주목도는 선수 시절을 뛰어넘는 것 같다. 대회를 앞두고 TV에 송출되는 수많은 광고에서도 김연아가 눈에 가장 많이 띄는 인물 가운데 하나다.

한국에서 동계스포츠 비인기종목이고 음지에 가려져 있었지만, 김연아는 최초로 피겨스케이팅의 전설을 써가며 이제는 피겨를 모르는 사람이 없게 만들었다. 평창에선 은반 위에서 연기하는 모습이 아닌 새로운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기에 이를 기대하는 수치는 개막이 다가올수록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 피겨스케이팅에 충격을 준 주인공

김연아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피겨스케이팅에 여러 이정표를 남긴 주인공이다. 그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클린연기를 펼쳤고, 올림픽 기록이자 당시 세계기록이었던 228.56점을 수립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 당시에서 여자피겨는 대개 190점대가 우승 기록이었는데 김연아는 무려 평균보다 30점 높은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였던 아사다 마오(일본)와도 23.06점 차이로 올림픽 여자피겨 사상 가장 압도적인 차이였다.

 김연아가 4일 오후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17년의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은퇴 아이스쇼 올댓스케이트2014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김연아가 지난 2014년 5월 4일 오후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17년의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은퇴 아이스쇼 올댓스케이트2014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 이희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는 러시아의 편파판정 논란 끝에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 여파로 전 세계 외신들은 러시아의 텃세 의혹을 제기했고 여러 설문조사에서는 김연아가 금메달을 받았어야 한다며 심판진들을 비난했다. 80년대 여자피겨 전설이었던 카타리나 비트(독일) 역시 경기 직후 자국 방송에서 "판정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 김연아의 금메달을 확신했다"며 분노했다.

피겨스케이팅은 서양의 전유물이었다.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이 항상 양강구도를 재편해 가며 우승을 나눠 가져갔다. 김연아가 은퇴한 이후 현재 여자피겨는 러시아가 독주체재를 굳힌 가운데, 캐나다, 일본 등이 뒤를 추격해 가는 양상이다. 그만큼 피겨는 아시아와 거리가 멀었다. 그중에서도 한국에서 피겨는 불모지였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김연아의 밴쿠버 동계올림픽 올림픽 우승은 기존의 이념을 완전히 깨뜨린 것이라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김연아가 200점을 돌파한 후 여자피겨에서는 나날이 점수 고공행진이 펼쳐졌고 이제는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상위 10위 이내의 여자 선수들은 대부분 200점을 돌파하고 있다. 또한 김연아가 올림픽에서 최초로 성공시켰던 트리플러츠-트리플토루프 점프는 이제 많은 여자선수들의 주요 기술로 자리 잡았다. 기술과 점수만을 보더라도 김연아가 피겨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많은 세계 피겨 선수들은 김연아를 우상으로 꼽고 있다. 미국 여자피겨 대표로 평창에 출전하는 카렌 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억은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라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대표인 엘리자베타 뚜르진바예바, 브라질 대표 이사도라 윌리엄스 등도 김연아를 우상으로 꼽았다. 김연아를 바라보며 성장해 평창에 한국 대표로 나서는 최다빈(18·수리고), 김하늘(16·평촌중) 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에도 '일등공신'

어디서나 빛나는 김연아, 친환경 평창올림픽을 위해! 21일 오전 서울 을지로의 한 빌딩에서 열린 <친환경 2018 평창올림픽 개최를 위한 통합적 수자원 관리 프로젝트 협약식>에서 평창올림픽 홍보대사인 김연아 전 피겨선수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강원도, 국립공원관리공단, 에코그린캠퍼스, 코카콜라사, 세계자연기금 등 관계자들과 함께 친환경 올림픽을 위한 퍼포먼스를 하며 미소짓고 있다.

▲ 어디서나 빛나는 김연아, 친환경 평창올림픽을 위해! 지난 2017년 3월 21일 오전 서울 을지로의 한 빌딩에서 열린 <친환경 2018 평창올림픽 개최를 위한 통합적 수자원 관리 프로젝트 협약식>에서 평창올림픽 홍보대사인 김연아 전 피겨선수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강원도, 국립공원관리공단, 에코그린캠퍼스, 코카콜라사, 세계자연기금 등 관계자들과 함께 친환경 올림픽을 위한 퍼포먼스를 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김연아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유치부터 개막 직전인 현재까지 거의 모든 공식행사에 참석해가며 대회 알리기에 앞장 서왔다. 그는 2011년 남아공 더반에서 열렸던 IOC 총회에서 평창의 최종 프레젠테이션 발표 연설자로 나서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4년 평창 홍보대사로 공식적으로 임명된 후 김연아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물론 정부에서 제작했던 대부분의 평창 홍보영상에 출연했다. 그가 나오지 않는 영상을 세는 것이 더욱 빠르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또한 이번 대회를 앞두고 평창 대회 공식 스폰기업인 코카콜라 등 수많은 기업의 광고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동계스포츠를 물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김연아이기에, 기업들은 올림픽 마케팅에 그를 적극적으로 섭외하고 있다.

현재 강원도 지역을 돌며 막바지에 한창인 성화 봉송에서도 김연아는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그리스에서 채화된 평창 올림픽 성화채화식에 성화 인수단으로 참여해 국내로 이송해왔다.

 유엔이 14일(한국시간) 평창 동계올림픽 휴전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사진은 김연아 평창 홍보대사가 보조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유엔이 지난 2017년 11월 14일(한국시간) 평창 동계올림픽 휴전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사진은 김연아 평창 홍보대사가 보조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뿐만 아니다. 김연아는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본부에서 열렸던 제72차 유엔총회에서도 정부대표단으로 참석해 영어로 연설했다. 김연아는 이례적으로 추가발언 기회를 얻었고 '올림픽 정신'의 내용을 전 세계에게 전달했다.

김연아의 평창에 대한 공헌이 커지면서 오는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 최종 점화자는 김연아일 것이라고 대부분 확신하고 있다. 이미 외신들은 "김연아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최종 점화자가 아니라면 그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해 그의 존재감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알 수 있었다.

바흐의 한국의 IOC 위원 시사... 김연아인가

김연아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도 깊은 인연이 있다. 그는 2012년에 신설된 동계 유스올림픽의 홍보대사로 참여했고 2016년에 열렸던 같은 대회에서도 다시 한 번 홍보대사를 맡았다. 최근 평창을 코앞에 앞두고 김연아는 IOC 홈페이지 메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SBS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 IOC 위원 추가 가능성은 있지만 지금은 올림픽 성공개최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자 이름을 말할 경우 많은 일이 발생할 수 있어 공개는 다음으로 미루겠다"고도 덧붙여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이 열리는 25일 IOC는 총회를 소집해 선수위원 2명을 새로이 승인할 예정이다. IOC 위원장은 선수위원회 소속의 IOC 위원을 3명까지 추천할 수 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3명의 선수 위원 중 2명의 임기가 이번 대회에 끝나는 것이다. 그 가운데 한 명은 중국 쇼트트랙의 전설인 양양이다. 양양은 김연아와 공통점이 많다. 같은 아시아인이라는 점과 동계스포츠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것이 그러하다.

그런데 위원장이 추천하는 IOC 선수위원 3명은 이전에 선수위원에 출마한 경력이 있어야만 한다. 김연아는 이 경력이 없다. 한국은 2016년 리우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문대성 전 IOC 위원의 임기가 끝나면서, 하계 종목 선수 가운데 새로운 선수 위원 후보를 선발했다. 그리고 리우 현장에서 유승민 현 IOC 선수위원이 당선된 것이다. 하계올림픽 시기에는 하계종목 선수만이 선수위원 참가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김연아는 출마를 할 수 없었고, 유승민이 당선되면서 김연아의 기회는 사라졌다.

 김연아가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 위촉식에 참석해 질의응답을 받고 있다.

지난 2014년 11월 4일, 김연아가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 위촉식에 참석해 질의응답을 받고 있다. ⓒ 박영진


하지만 바흐 위원장이 인터뷰를 통해 의미심장한 말을 하면서 김연아가 혹시 이 규정을 깨고 선수위원이 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해 다시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설령 김연아가 IOC 선수위원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미 IOC를 비롯해 세계 스포츠계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크게 아쉬워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김연아는 한국 국민들이 가장 많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스포츠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혀왔다. 그가 현역 시절 점프 하나를 뛸 때마다 온 국민은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함께 응원하며 브라운관을 지켜봤다. 그리고 불모지에서 이뤄낸 기적에 큰 감동을 받으며 스포츠계 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품게 했다.

혹자들은 정작 안방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 그가 은반 위에 서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4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피겨스케이팅 팬들은 김연아가 은반 위에 수놓았던 연기에 대한 향수에 푹 빠져있다. 하지만 그와 함께 8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에서는 홍보대사로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기에 아쉬움과 기대감이 함께 교차하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