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유감' 이라는 영상이 화제다. 현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욕설과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 대한 비난을 랩으로 만들어 유포하면서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는데, 이 글은 그것을 제작했다고 알려진 '벌레소년'과 그의 영상에 호응하고 있는 이들에게 보내는 내용이다. 영상에 등장하는 몇 가지 주제에 대해서 하나씩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1. '평양올림픽' 유감

막바지에 이른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준비 27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올림픽파크의 스키점프대에서 작업자들이 오륜기 문양을 설치하고 있다.

▲ 막바지에 이른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준비 27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올림픽파크의 스키점프대에서 작업자들이 오륜기 문양을 설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벌레소년은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고 지칭한다. 이 말은 평창올림픽의 가치를 깎아내리기 위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발언으로 시작됐다(2018년 1월 18일 <연합뉴스> 홍준표 "여권, 평창올림픽 아닌 평양올림픽 준비 중"). 물론 비아냥 섞인 말이다. 이 말은 올림픽이 열리게 될 강원도 평창 주민들과 강원도 도민들의 염원과 기대 그리고 성공을 기원하는 국민들의 열망을 송두리째 빼앗는 표현이다.

이를 노리고 일부러 표현하고 있다면 정말 잔인하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올림픽 명칭을 가지고 장난칠 자격이 없다. 이 평창올림픽은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숙원 사업이었다. 2011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 당시, 평창은 세 번째 도전이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때도 평창은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때문에 IOC 위원들은 서울보다 자주 평창에 다녀갔고, 세 번째 도전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서울에서 평창까지 고속철도 및 경기장 시설 등을 약속하며 정부가 앞서서 유치전에 뛰어 들었다.

'강원도 올림픽' 축소한다며 비판하던 그들, 이젠 '평양올림픽'이라며 조롱 

그리고 정부 여당이었던 한나라당도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시 '평창특위' 고문으로 위촉돼 강원도를 방문하려 하자, 민주당은 "한가한 대권 행보" "왜 강원도 현안을 챙기냐"는 비판을 가했다. 이에 안형환 대변인은 2011년 3월11일 논평에서 "평창을 위해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 응원해도 모자랄 판에 어떻게든 트집만 잡으려는 민주당의 무책임한 비판에 강원도민의 분노를 살 것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금 자유한국당이 평창올림픽을 대하는 자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도 낮은 비판에도 이들은 발끈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평양올림픽이라며 색깔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평창유감의 벌레소년은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 지금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자신의 음악재료로 활용하고 있는 벌레소년은 영상에서 역사공부 좀 하라고 현 정부를 비난한다. 정작 그의 역사 공부는 불과 7년 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셈이다.

2. 올림픽 때문에 누가 웃을까? 

누군가는 농담처럼 말한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극우세력들이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한국말이 헷갈린 외국인들을 평양으로 보내려는 의도 아니냐고 말이다.

현재 자유한국당과 벌레소년이 주장하는 '평양올림픽' 말장난은 그야말로 올림픽을 '정쟁화' 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이들은 제천 화재, 밀양 화재, 비트코인 사태 등 이슈가 터질 때마다 정치쟁점화 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면서 정작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 연루된 검찰 내 성추행 파문에 대해서는 오히려 입을 다무는 이중성을 보이기도 한다. 평창올림픽 기사에는 득달같이 달려들던 악의적 댓글들도 이 사건에는 조용하다.

이런 정쟁 논란이 오히려 자신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북한에게 빌미를 준다는 생각은 못하는 것일까. 또 북한이 만약 이번 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우리가 북한을 초청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 중 어느 쪽이 더 많을까. 이건 어린 아이들도 판단할 수 있는 상식이다.

한국 언론 때문에라도 북한은 이득 없다 

필자는 또 이번 현송월의 방한을 보면서 정말 북한은 이번 올림픽에서 얻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우리나라 언론의 수준이 기껏 현송월의 메뉴나 현송월의 패션 따위에 관심이 있을 뿐, 정작 방남과 방북으로 인해 가져올 남북의 유불리를 따지거나 한 걸음 더 들어가는 기사는 도무지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북한의 대표단이나 응원단이 오더라도 그들의 미모, 패션, 액세서리, 말투 따위에 온 취재력을 집중하고 종편은 하루종일 이들을 따라다니며 보도할 게 뻔하다. 도대체 북한이 이런 자리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뭐가 있다는 말인가.

오히려 우리나라는 이미 대외적으로 '평창'이라는 지역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을 뿐 아니라, 강원도의 자연경관과 경기장이 세계에 알려질 수 있는 기회다. 이런 상황이 과연 북한에 유리할 지, 아니면 우리나라에 유리할 지 왜 '그들'만 모르는 것일까. 물론 그들도 모를 리 없다. 그저 훼방을 놓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

3. 국가를 위한 희생이 '기회박탈?' 

훈련 도중 이야기 나누는 남북 아이스하키 선수들 평창 동계올림픽 단일팀으로 뛰게 될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28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합동훈련 도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훈련 도중 이야기 나누는 남북 아이스하키 선수들 평창 동계올림픽 단일팀으로 뛰게 될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28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합동훈련 도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대한체육회 제공


벌레소년의 영상을 보면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대한 분노가 느껴졌다. 물론 이 부분은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할 만큼 당사자들에게 불이익이 된 측면도 있다. 거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 추진이었음을 현 정부도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북한과 단일팀을 구성하면서 우리나라 선수 중 일부는 경기 출전 횟수에 제한을 받게 됐다. 우리나라 선수의 입장에서 아쉬운 결과다. 북한에게 특혜를 주느라 일부 선수들이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는 무리가 따른다.

지난 2006년까지는 올림픽 개최국은 자동으로 본선 진출이 가능했다. 그러나 2010년 올림픽 때부터 그런 특혜를 없앴다. 바로 '스포츠 정신'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 2018년 평창에서 그 '스포츠 정신'은 또 사라졌다. 우리나라는 자력으로 본선에 진출한 게 아니라, 개최국 프리미엄에 더해 아이스하키에 투자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국제연맹과 협의해 출전권을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때문에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나라도 있다.

또 북한과 단일팀을 이루는 것은 가치가 없는 일일까. 전혀 아니다. 오히려 세계 언론들은 이 사실을 매우 가치있게 다루고 있다. 지난 1월 30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남북 단일팀을 찾아 격려하는 자리에서 "올림픽 정신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칭송했다.

올림픽 정신, 인류의 역사에서 이만큼 숭고한 정신은 없었다. 끝없는 전쟁의 역사에서 단 한 순간 공식적으로 휴전하는 시간, 몸을 부딪히고 싸우지만 끝난 후에는 얼싸안고 헤어짐을 아쉬워 했던 올림픽의 정신. 그 정신으로 올림픽의 역사는 가치를 더해갔다.

그 정신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게 바로 남북 단일팀이다. 우리나라는 남북이 휴전 상태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전쟁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 북한은 여전히 핵 무기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어르신들은 악몽 같은 전쟁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오는 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만큼은 남과 북이 서로 경쟁하며 경기장에서 겨룬다. 그것도 모자라 아예 한팀을 만들어 버렸다. 이것이야 말로 '올림픽 정신'의 표본이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랭킹 22위, 북한은 25위다. 객관적인 경기력에서 22위와 25위가 세계 1위의 금메달을 따는 건 불가능하다. 이건 우리의 염원과는 별개로 냉정한 판단이다. 아이스하키 강대국은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러시아 등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우승팀 못지 않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남북한 단일팀에 쏠리는 세계적인 관심을 경제적인 가치로 따지면 상상을 초월한다. 어쩌면 아이스하키 결승 경기보다 주목 받을 가능성도 크다. 그래서 그들은 자랑스런 남북한의 공동 국가대표다.

4. 뜬금없는 빨갱이 타령, 영화 < 1987 > 이라도 보시라 

벌레소년의 영상에서 가장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빨갱이' 타령이다. 왜 이런 색깔론이 아직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여전히 우리나라에는 이런 색깔타령으로 이득을 보는 무리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리 정치를 풍자하고 비판하고 음악으로 조롱해도 그건 표현의 자유다. 그러나 '빨갱이' 타령은 뒤떨어진 유행이다. 벌레소년의 영상 중간에 등장하는 '공부 좀 하라'는 이야기에 덧붙여, 본인부터 공부를 해야겠다.

빨갱이 타령에서 등장하는 민주투사들에 대한 비난 때문이다. 그건 빨갱이라는 색깔을 민주화 운동 세력들에게 씌워서 지금의 정부가 마치 운동권세력들이 장악한 청와대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부디 지난해 10월 개봉한 영화 <자백> 이나 12월 개봉한 영화 < 1987 >을 꼭 보기를 권한다. 둘 다 사실에 바탕을 둔 영화라서 역사공부 하기에도 그리 어렵지 않고 재미도 있다. 일베 같은 극우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려는 정치세력과 가짜뉴스를 퍼트리며 박근혜 석방을 외치는 이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놀아나기에는 인생이 짧다.

 영화 < 1987 >의 한 장면. 남영동 대공분실의 고문경관들

영화 < 1987 >의 한 장면. 남영동 대공분실의 고문경관들 ⓒ CJ엔터테인먼트


5. 북한과 통일, 하기 싫은가 

벌레소년의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는 북한이 두렵구나." 북한에 대한 지나친 경계심과 증오감이 노래 곳곳에 표현돼 있다. 김정은을 직접 욕하는 부분도 많다. 그런데 그런 비난에는 반드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적어도 지금의 노인층은 북한의 사악함을 직접 경험했던 세대라서 북한을 싫어한다. 전쟁이 두렵고 우리는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다. 적어도 그들은 경험이라는 근거라도 있다. 그런데 전쟁을 겪지 못한 세대는 그런 어른들의 경험치를 자신의 경험으로 치환하면서 북한을 평가해야만 한다. 그러려면 적어도 지금 북한에 대한 정보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 와중에 '통일'은 너무 멀다. 그래서 지금은 통일 보다는 개방에 무게를 둔다. 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려고 애쓰는지 알아야 한다. 정상회담을 하면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금강산도 열리고, 개성공단도 재개되는 등의 실질적인 경제유발 효과가 있다. 특히 지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하던 시베리아 대륙횡단 철도 건설은 그야말로 기발한 아이디어다. 부산역을 출발한 열차가 북한을 관통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지나 유럽까지 가게 된다.

이건 우리나라의 수출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관광객 유치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 틀림 없다. 유럽에는 아직도 우리나라가 전쟁위험이 도사리는 위험한 국가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남북을 관통하는 열차를 타고 한국까지 오게 된다면 그게 우리에게 손해는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직접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지금 북한과의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6. 결론으로 벌레소년에게 한 마디 하자면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벌레소년'도 신념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번 노래도 그 '신념'의 표현일 텐데 신념이란 소중한 것이다. 무엇을 믿는지 무엇이 옳다고 생각하는지 그것 때문에 인생의 좌표가 달라지기도 하니까. 무엇을 믿는다는 행위에는 반드시 '진실'이라는 토대가 필요하다. 진짜로 믿어야 할 것을 믿지 않는 것을 '불신'이라고 한다. 그러나 반대로 절대 믿으면 안 되는 대상을 믿는 것을 '맹신'이라고 한다. 그건 사이비다.

벌레소년은 스스로 '일베' 사용자라고 밝힌 바 있다. 일베에서 유통되는 수많은 정보들이 과연 '진실'의 토대 위에 있는지 꼭 확인하고 점검해 보기 바란다. 자신이 접하고 있는 정보가 너무 솔깃한 것이라서 믿어버리고 싶은 유혹은 있겠지만 적어도 그것이 과연 '진실'인지는 체크해 봐야 한다. 그것이 지금의 젊은 시기를 쓸데 없는 논쟁으로 낭비하지 않는 길이기 때문이다. 나이 50대가 돼 보니 지금은 생각을 수정하려고 해도 잘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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