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빈, 쾌속질주 지난해 3월 17일 오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7 BMW IBSF 봅슬레이 & 스켈레톤 월드컵' 남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윤성빈이 질주하고 있다.

▲ 윤성빈, 쾌속질주 지난해 3월 17일 오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7 BMW IBSF 봅슬레이 & 스켈레톤 월드컵' 남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윤성빈이 질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스켈레톤은 생소하다. 대한민국 첫 스켈레톤 국가대표인 강광배 선수(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 출전)조차 올림픽을 4년 앞둔 1998년에야 스켈레톤을 처음 접했으니까. 그가 유학 중이던 당시, '마리오'란 이름을 가진 외국 선수에게 "스켈레톤을 해보지 않겠냐"라는 말을 듣고 "그게 뭐냐"고 답했을 정도니까. '열심히 스키 타고 있구나' 정도로 생각했던 그의 어머니가 TV 속에서 엎드려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을 정도니까.

스켈레톤은 이름(skeleton=뼈대)도 좀 낯설다. 썰매 모양이 뼈대를 닮았다고 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이름만 들어선 뭘 하는 종목인지 잘 모르겠다. 다른 썰매 종목인 봅슬레이는 비교적 익숙한데, 스켈레톤은 영 친숙하지 못하다.

그런데 이러한 스켈레톤 종목의 현재 세계랭킹 1위가 바로 대한민국 선수다. 지금은 어색하기만 한 이 종목이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메달 킬러'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

'머리' 스켈레톤, '발' 루지... 뭐가 더 위험할까?

 스켈레톤,봅슬레이 MBC해설위원 강광배 한국체육대학 교수.

스켈레톤,봅슬레이 MBC해설위원 강광배 한국체육대학 교수. ⓒ 이희훈


지난 1월 20일 찾은 한국체육대학교 빙상장. 은밀한(?) 지하실 창고의 문을 따고 들어가니 곳곳에 놓인 큼지막한 쇳덩이들이 눈에 띄었다. 이제는 한국체육대학에서 일하는 강광배 체육학과 교수(46, MBC 해설위원)가 구석에 있던 널따란 철판 하나를 힘겹게 들고 나왔다.

"이게 스켈레톤 썰매에요. 한 번 들어보실래요?"

나름 건장한 체격의 기자가 자신 있게 나섰다. 어깨를 앞뒤로 돌리며 가볍게 몸을 풀고... 양쪽 손잡이를 잡고 번쩍! 들어 올릴 줄 알았는데 이게 말을 잘 안 듣는다. 다시 한 번 숨을 고르고 으랏차차! 들어 올릴 줄 알았는데 기자의 자세만 엉거주춤... 민망함과 함께 흐르는 식은땀. 엄청난 체격을 자랑하는 강 교수가 느릿느릿 썰매를 들고 나올 때부터 그 위용(?)을 눈치 챘어야 했다.

강철로 만든 스켈레톤 썰매는 최대 43kg까지 나간다. 썰매의 무게는 찰나의 속도를 다투는 스켈레톤의 핵심 요소. 독특한 건 스켈레톤의 경우, 선수와 썰매의 무게를 합산해 중량 검사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같은 썰매 종목인 루지는 썰매의 무게만 잰다(혹시 두 종목이 헷갈린다면 기억하자. 스켈레톤은 머리가 앞, 루지는 다리가 앞!).

썰매와 선수의 무게를 합산한 스켈레톤의 기준 무게는 남녀 각각 115kg, 92kg이다. 다만 이 기준을 초과한다면 썰매의 무게를 남 33kg, 여 29kg로 조정해야 한다. 반대로 이 기준을 넘지 않더라도 썰매의 무게를 최대 남 43kg, 여 35kg으로 맞춰야 한다. 이는 루지 썰매보다 최대 2배 가까이 무거운 수치다(루지 썰매는 1인승 23kg, 2인승 27kg).

그럼 막간을 이용한 퀴즈. 머리가 앞으로 오는 스켈레톤이 더 위험할까, 발이 앞으로 오는 루지가 더 위험할까.

얼핏 머리가 앞으로 오는 스켈레톤이 더 위험해보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4건 중 2건이 루지에서 발생했다(나머지 2건은 스키). 스켈레톤이 루지에 비해 더 안정적이라고 평가되는 이유는 ▲ 머리가 앞에 있고 썰매 높이도 낮아 무게중심이 더 낮고 ▲ 공기의 저항을 더 받아 속도가 조금 더 느리기 때문이다(평균 시속 : 루지 140km, 스켈레톤 120km).

그럼에도 스켈레톤 역시 안전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종목이다. 때문에 경기에 나서려면 필수 아이템 두 가지(턱 보호대가 부착된 헬멧, 팔꿈치 보호대)가 필요하다.


황제 vs 괴물, 올림픽슬라이딩센터 들썩

스켈레톤은 서서 시작한다. 한 손으로 썰매를 잡은 채 일정 거리를 달린 후 썰매에 엎드려야 하는데, 이는 앉아서 시작하는 루지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때문에 스켈레톤의 기록에는 초반 달리기 스타트가 큰 영향을 미친다. 육상에서 스켈레톤으로 전향한 선수들이 많은 것도, 스켈레톤 선수들의 허벅지가 엄청난(?) 것도 그 이유다.

스켈레톤의 썰매 모양과 관련된 일화도 있다. 루지 썰매는 갈고리 모양의 날 때문에 썰매의 앞뒤 구분이 쉬운데, 스켈레톤 썰매는 얼핏 보면 앞뒤 구분이 쉽지 않다. 홈이 파여 범퍼가 장착된 곳이 앞인데, 가끔 국제대회에 출전한 선수들도 앞뒤가 헷갈려서 썰매를 거꾸로 탄 채 경기에 임한 적도 있다.

스켈레톤이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하지 않은 이유는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고정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이다. 1928년, 1948년 두 차례 올림픽 무대에 오른 스켈레톤은 2002년 다시 정식 종목이 되기 전까지 54년 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다행히 2002년 이후에는 꾸준히 올림픽 정식 종목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화이틸 외치는 봅슬레이 스켈레톤 선수들 지난 1월 31일 오후 평창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봅슬레이 스켈레톤 대표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윤성빈을 비롯한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화이틸 외치는 봅슬레이 스켈레톤 선수들 지난 1월 31일 오후 평창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봅슬레이 스켈레톤 대표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윤성빈을 비롯한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2002년 올림픽에 출전한 강광배 선수에 이어 대한민국 선수들의 스켈레톤 올림픽 도전은 계속돼왔다. 그리고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2017~2018시즌, 대한민국에 스켈레톤 괴물이 탄생했다.

원래 스켈레톤 종목엔 마르틴 두쿠르스(35, 라트비아)라는 독보적 인물이 있었다. 그는 2009년부터 무려 아홉 시즌 동안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며 황제로 불렸다. 하지만 2017~2018시즌엔 양상이 달라졌다. 대한민국의 윤성빈 선수(25, 강원도청)는 일곱 차례 월드컵에 출전해 금메달 다섯 개, 은메달 두 개를 목에 걸었다. 이를 동력으로 윤성빈은 8차 대회에 아예 불참하고도 두쿠르스로부터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빼앗을 수 있었다. 황제와 괴물의 대결에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가 들썩일 것으로 보인다.  

스켈레톤은 약 1200m 트랙에서 네 차례 주행을 펼친 뒤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올림픽 금메달은 총 두 개가 걸려 있으며, 남자 부문은 2월 15(1·2차)·16일(3·4차), 여자 부문은 2월 16(1·2차)·17일(3·4차) 주행이 펼쳐진다. 

 윤성빈 vs  두쿠르스 마르틴스 2017/18  IBSF 월드컵 성적 비교

윤성빈 vs 두쿠르스 마르틴스 2017/18 IBSF 월드컵 성적 비교 ⓒ 고정미


* 스켈레톤(금메달 2개)
남자, 여자



평창 동계올림픽 스켈레톤 윤성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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