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서울 하계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동계스포츠는 대부분 비인기종목으로 그동안 음지에 가려져 있던 분야였습니다. 평창이 열리기 전 각 종목의 다양한 상식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통해, 독자 여러분들이 동계올림픽을 보다 빠르고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 기자 말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가장 '핫'한 인기종목은 단연 빙상이다. 한국의 전통 메달밭인 쇼트트랙을 비롯해, '빙속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가 올림픽 3연패를 노리고 있는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여왕' 김연아(28)의 활약으로 사랑받게 된 피겨스케이팅까지, 세 종목은 한국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동계스포츠 종목이다.

이들은 모두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화를 신고 경기에 나서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 종목에 따라 스케이트화는 전혀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각기 종목의 규정과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맞춤 형태로 제작된 것이다.

[피겨] 톱니와 에지의 절묘한 조화

최다빈, '평창을 향한 몸짓' 6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겸 평창올림픽 피겨 국가대표 3차 선발전에서 여자부 싱글 1그룹에 출전한 최다빈(수리고)이 쇼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 최다빈, '평창을 향한 몸짓' 6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겸 평창올림픽 피겨 국가대표 3차 선발전에서 여자부 싱글 1그룹에 출전한 최다빈(수리고)이 쇼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피겨스케이팅 스케이트화는 발 앞쪽에 톱니와 함께 스케이트 날이 에지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발 앞쪽에 톱니바퀴처럼 뾰족하게 생겨있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을 '토(Toe)'라고 한다. 이 부분은 4~5mm가량 돼 두께도 상당히 두껍다. 토는 피겨스케이팅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김연아의 주특기 점프였던 트리플 러츠 점프를 비롯해 플립, 토 루프 등 세 가지의 점프가 바로 토 부분에 힘을 실어 도약하는 점프이기 때문이다.

스케이트 날에도 또 다른 특징이 있다. 날이 평평하지 않으면서 중앙에는 홈이 패 있고 양쪽 가장자리는 솟아나 있다. 이를 에지(edge)라고 한다. 에지 역시 점프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에지를 이용해 도약하는 점프로 살코, 루프, 악셀 등이 있다. 에지는 점프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얼음 위에서 방향을 전환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또한, 에지를 기준으로 안쪽 에지를 사용하면 '인 에지', 바깥쪽 에지를 사용하면 '아웃 에지'라고 하는데 이것은 러츠와 플립 점프에서 매우 중요하다. 러츠 점프는 반드시 아웃 에지를 사용해 도약해야 하고, 플립은 안쪽 에지를 이용해 점프해야 한다. 만약 이대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테크니컬 패널은 선수에게 에지 사용을 잘못했다는 판정인 '롱 에지(Wrong edge)' 판정을 내리고 감점할 수 있다.

한편 에지 부분의 전체를 일컬어 '블레이드'라고 한다. 최근 피겨계에서는 '풀 블레이드(Full Blade)'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져 나가고 있는데, 이는 토 계열 점프는 토픽을 사용해 점프를 도약해야만 하는데 토픽을 사용하지 않고 블레이드 전체를 사용해 도약하는 버릇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러시아 피겨 간판'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9)다. 메드베데바는 트리플 러츠 점프에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토픽을 사용하지 않고 풀 블레이드로 도약하고 에지 역시 아웃에지 아닌 인 에지로 도약해 롱 에지의 약점을 지니고 있다.

[쇼트트랙] 곡선주로를 위한 맞춤화

막바지 훈련에 열중하는 심석희, 최민정 선수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3번 헬멧), 최민정(6번 헬멧) 선수가 지난 1월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장에서 막바지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 막바지 훈련에 열중하는 심석희, 최민정 선수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3번 헬멧), 최민정(6번 헬멧) 선수가 지난 1월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장에서 막바지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 권우성


쇼트트랙 스케이트화는 곡선주로에 맞춰져 제작됐다. 쇼트트랙 종목 특성상 곡선주로와 직선주로의 비율이 거의 5:5인데 곡선주로에서는 원심력이 상당히 세다. 선수들이 이 힘을 이겨내기 위해 스케이트화가 단단히 지탱해 줘야만 한다.

이를 위해 부츠는 복숭아뼈 높이까지 올라오게끔 제작된다. 날의 두께는 피겨보다는 조금 얇고 스피드스케이팅보다는 두꺼운 1~2mm로 제작된다. 또한, 스피드스케이팅과 달리 라인 배정이 없이 경기가 이뤄지기 때문에 날 뒤끝이 둥글게 처리돼 있고 방향도 코너에 맞춰 주행 방향인 왼쪽으로 휘어져 있다. 이를 '벤딩(bending)'이라고 한다.

곡선주로를 주행하다가 빠져나올 때 얼음과 마찰을 줄여서 안전하고 부드럽게 빠져나오게끔 날의 중심부도 볼록하게 제작돼 있으며, 앞뒤가 둥글게 깎여 있는데 이를 '로그'라고 한다. 로그와 벤딩 부위는 선수들이 아니라 장비 전문가가 직접 다룰 정도로 세심하고 예민하다.

또한, 날과 부츠를 연결해주는 부위를 '컵'이라고 한다. 쇼트트랙 스케이트화는 코너에서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기 때문에 컵 부위가 굉장히 높게 설계된 것도 특징이다.

[스피드스케이팅] 부츠와 날이 떨어진다?

 평창동계올림픽 SBS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빙상팀 감독

평창동계올림픽 SBS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빙상팀 감독 ⓒ 이희훈


스피드스케이팅 스케이트화는 다른 두 종목과 다르게 부츠와 날이 서로 떨어지게끔 제작돼 있는데 이를 '클랩(Clap) 스케이트화'라고 한다. 클랩 스케이트라는 단어는 선수들이 발을 내디딜 때마다 박수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클랩 스케이트화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네덜란드에서 처음으로 제작됐다. 당시 네덜란드 선수들은 이 스케이트화를 신고 메달을 휩쓸었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뒤늦게 이 스케이트화를 접해 적응하는 데 실패했고 성적도 저조했다.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이 당시 올림픽의 주인공이다.

스피드스케이팅 스케이트화는 기록 스포츠이기 때문에 '스피드'에 맞춰 제작된다. 우선 400m 경기장 특성상 직선주로가 훨씬 많기 때문에 날 역시 쇼트트랙처럼 곡선이 아닌 직선으로 뻗어있다. 폭은 1~1.4mm로 피겨와 쇼트트랙에 비교해 좁다. 부츠 높이도 다르다. 쇼트트랙보다 높이가 낮게 설계돼 복숭아뼈 언저리 부위까지 온다. 컵 부위 또한 스피드에 중점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쇼트트랙 것보다 낮게 만들어진다.

로그와 벤딩도 쇼트트랙과는 다르다. 쇼트트랙은 왼쪽으로 날이 휘어져 있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은 스피드의 힘을 전달하기 위해 앞쪽으로 깎여져 있는 게 특징이다.

 지난 2010년 2월 19일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미터에 출전한 이상화가 경기장인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에서 스케이트를 벗자 고된 훈련을 말해주듯 굳은 살 가득한 영광의 발이 보이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최소한의 유격과 미끄럼을 방지하기위해 맞춤형 스케이트 착용으로 선수들은 맨발로 스케이트화를 신는다고 빙상관계자는 밝혔다.

지난 2010년 2월 19일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미터에 출전한 이상화가 경기장인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에서 스케이트를 벗자 고된 훈련을 말해주듯 굳은 살 가득한 영광의 발이 보이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최소한의 유격과 미끄럼을 방지하기위해 맞춤형 스케이트 착용으로 선수들은 맨발로 스케이트화를 신는다고 빙상관계자는 밝혔다. ⓒ 연합뉴스


논외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맨발로 스케이팅을 한다. 다른 종목 선수들이 스포츠 양말 등을 신고 경기하는 것과 또 다르다. 앞서 언급했듯 스피드스케이팅은 기록 스포츠이기에 조금이라도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발과 스케이트화를 최대한 밀착시키기 위해 맨발로 스케이팅을 한다. 예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이상화의 발이 화제였는데, 당시 이상화의 발은 맨발로 수만 번 스케이팅해 온통 굳은살로 가득했다.

한편 빙상계에는 최근 지퍼형 스케이트화가 유행이다. 일반적으로 스케이트화는 끈이나 밴드로 단단하게 고정하게 제작된다. 그러나 끈으로 된 스케이트화의 경우 간혹 연기 도중 풀어지는 등의 해프닝이 발생하곤 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신발 안쪽에 지퍼를 달아 선수들의 부츠가 풀어지지 않도록 한다.

요약정리
피겨스케이팅: 날이 가장 두꺼움(4~5mm), 톱니와 에지 형태로 제작

쇼트트랙: 날 두께는 중간(1~2mm), 곡선주로에 맞춰 왼쪽으로 휘어지게 제작(벤딩), 날 앞뒤가 둥글게 제작(로그), 부츠 높이는 복숭아뼈 덮는 정도, 컵부위가 높게 설계.

스피드스케이팅: 날 두께 가장 얇다(1~1.4mm), 부츠와 날 떨어지게 제작(클랩), 날이 앞쪽으로 깎여짐(로그), 부츠 높이와 컵 모두 쇼트트랙보다 낮음. 맨발 착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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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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