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손연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논란에 관해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29일 손연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논란에 관해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 손연재 인스타그램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저의 인스타그램에 많은 악플이 이어졌던 것을 보고 너무 당황하고 놀란 나머지 계정을 비활성화했습니다."

29일 오후 9시 40분께 전 체조선수이자 현재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손연재가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다. 장문의 글에서 손연재는 자신이 소트니코바 관련 계정에 '좋아요'를 눌렀던 것을 인정하면서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어 "저의 실수로 여러분께 실망감을 안겨드리게 되어 정말 죄송하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 이번 일을 통해 깊이 저의 행동을 돌아보며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깊이 반성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사과문을 올리기에 앞서 하루 전인 28일, 손연재는 소트니코바의 팬 계정에 올라온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유로 비판받은 바 있다(관련기사 : 손연재, 소트니코바 금메달 사진에 '좋아요' 눌렀다가 결국...). 소트니코바가 금메달을 입에 물고 있는 사진인데 '좋아요'를 누른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커지자 손연재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활성화 했다가 하루 만에 복구했다.

소트니코바 사진에 누른 '좋아요', 상상하지 못한 후폭풍

우선 손연재가 비판받은 행위 자체를 두고 생각해보자. 손연재는 자신의 인스타계정으로 러시아 피겨선수 소트니코바의 소셜 팬 계정에 올라온 금메달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다. 단지 SNS에서 '좋아요'를 누른 것만으로 비판을 받은 걸까? 더구나 해당 페이지는 소트니코바 본인의 계정이 아니라 누군가 만든 팬 페이지였다. 소트니코바는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 끝에 금메달을 받았고, 이로 인해 김연아는 은메달에 그쳐야 했다.

손연재가 소트니코바 팬 계정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사실은 누군가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캡처한 사진을 올리면서 순식간에 퍼졌다. 당시 손연재의 인스타그램에는 "연재야 아니꼬운 거 있으면 직접 말해라 이상한 거 좋아요 하지 말고", "쯧쯧 못났다", "관종(관심받고 싶은 사람을 낮게 이르는 말) 보소. 소속사에서 시켜서 한 듯. 김연아 관련 기사 내려고" 등의 댓글이 달렸다. 관련 글에 달린 댓글로 볼 때, 손연재 비판에 나선 이들은 '좋아요'를 누른 것 자체보다 김연아와 관련된 일이 연장선상에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손연재가 비판받은 행위 자체를 두고 생각해보자. 러시아 피겨선수 소트니코바의 소셜 팬 계정에 올라온 금메달 사진에 '좋아요'를 누른 것이다. 단지 SNS에서 '좋아요'를 클릭한 것만으로 비판받는 걸까? ⓒ pixabay


누리꾼들 사이에서 '손연재와 김연아 사이에 악연이 있는 것 같다'는 추축이 나오기 시작한 건 4년여 전인 2014년이다. 당시 스키 국가대표였던 최재우 선수가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김연아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같은 날 최재우 선수는 손연재의 '응원 영상'을 본인 계정에 게재했고, 최재우는 "아침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진이 있지만, 전 이게 더 좋네요"라고 덧붙였다. 여기 손연재가 "ㅋㅋㅋㅋ"라는 댓글을 달았고 이어 당시 최재우와 손연재가 속해 있던 소속사(당시 IB스포츠) 관계자의 계정으로 "NICE"라는 댓글이 달렸다.

당시 게시물 내용과 댓글을 연결해서 '최재우와 손연재가 김연아를 저격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최재우가 김연아를 조롱했고, 이에 손연재가 동감을 표시했다'라고 여긴 사람들은 손연재와 최재우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논란이 커지자 최재우는 "내가 연재에게 부탁했다. 오해하지 말아 달라"라고 해명했다. 이번 논란에서 손연재 계정에 달린 누리꾼의 댓글 중 김연아를 언급한 부분은 2014년의 상황을 다시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손연재를 둘러싼 어떤 말들

일부 누리꾼은 손연재의 인스타그램 댓글에, 혹은 SNS에 '손연재가 김연아에 열폭('열등감 폭발'의 줄임말)한다'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아마 김연아가 피겨계에서 부동의 1위 선수였던 것을 감안해 한 말일 것이다. 지난 2014년 최재우 게시글로 인해 발생한 논란을 언급한 것도 '김연아에 대한 손연재의 열등감'을 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누군가는 '김연아를 건드려 관련된 본인의 기사가 노출되게 하려고 한다'고 손연재의 의도를 추측한다. 심지어 유튜브에는 "'제2의 김연아' 언플(언론플레이의 줄임말, 여론몰이)하면서도 손연재가 김연아에게 저지른 찌질한 짓들"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고, 11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른바 손연재가 김연아를 질투해 '언플'을 시도한다는 논리다.

체조요정 손연재 은퇴! 체조선수 손연재가 4일 오후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은퇴기자간담회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전 체조선수 손연재. 지난 2017년 3월 4일 오후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은퇴기자간담회 당시 모습. ⓒ 이정민


그런데 여기서 쉽게 누락되는 부분이 있다. 손연재를 둘러싼 말들이 모두 추측에 머무르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손연재가 김연아에 열등감을 갖고 있다'는 말부터 '손연재가 최재우와 함께 김연아를 조롱했다'는 주장, 혹은 '손연재가 김연아와 관련된 기사가 나오도록 언플한다'는 부분까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드러나지 않았다. 대부분은 그저 과거 한두 번의 논란으로 인해 빚어진 의혹이라고 하는 편이 맞다.

소트니코바의 금메달이 소치 올림픽에서 편파 판정으로 얻은 것이고, 이 과정에서 김연아가 피해를 본 것은 비교적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소트니코바의 팬 계정 사진에 손연재가 '좋아요'를 누른 것이 김연아를 조롱하기 위한 것일까? 그렇다고 단정하기엔 근거들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사람들로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다. 단순히 지라시 등 여러 루머의 합을 통해 짐작만 가능할 따름이다.

물론 소트니코바의 금메달 사진에 '좋아요'를 누른 것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근거를 분명히 밝히고 주장해야 마땅한 영역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의혹을 모두 기정사실로 여기면서 당사자의 SNS 계정에 비난을 쏟아붓는 행위는 선을 넘는 행위다. 루머들을 연결해 만들어낸 추측으로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비난하는 이들의 행위를 손연재 한 개인은 그냥 고스란히 감당해야만 할까? 이번 일이 체육계를 떠나 한 명의 방송인이 된 손연재가 사과문까지 올려야 할 일인지는 더욱 의문이다.

만약 비난의 밑바닥에 깔린 것이 '어떻게 감히 김연아를' 같은 감정적인 반응이라면, 그리고 그 결과물이 개인을 비난하는 댓글로 구현된다면 이제 멈춰야 한다. 김연아가 피겨계의 영웅이라는 사실이나 손연재가 평소 안 좋은 이미지를 쌓았다는 것과도 별개로 말이다. 물론 누구나 비판받고 비판할 수 있지만, 손쉽게 누군가를 비판하기 위해 감정을 근거로 삼고 의혹과 루머를 사실로 여기는 일은 이제 거둬야 맞다. '좋아요' 하나에 '관종'을 거론하고 '언플'을 주장하는 게 맞는 일인지 대중이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손연재 SNS논란 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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