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한국 시각) 오전 9시 30분부터 Mnet을 통해 생중계 된 '2018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가 60주년을 맞이해 뉴욕의 유서 깊은 공연장 메디슨 스퀘어 가든(Madison Square Garden)에서 개최됐다.

이번 그래미에서는 2017년 대중음악계의 흐름을 적시에 반영한 듯 힙합과 알앤비, 그리고 라틴계 아티스트와 발표작들이 주요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 그래미 주최 측인 리코딩 아카데미(The Recording Academy)의 예년과 다른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특히 대표 힙합 아티스트 제이지(Jay-Z)와 켄트릭 라마(Kendrick Lamar)가  8개와 7개 부문에 각각 노미네이트되었고, 알앤비 뮤지션 브루노 마스(Bruo Mars)가 6개 부문에 역시 후보로 이름을 올려 세 스타의 3파전이 예상됐다. 그래미 어워드 회원들의 최종 선택은 브루노 마스였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이어 그래미까지 독식한 브루노 마스

아마도 전 세계 대부분 언론과 음악 팬들의 '2018 그래미 어워드' 관심사는 제이지와 켄트릭 라마, 힙합 신을 이끌고 있는 두 거물 아티스트의 트로피 경쟁이었을 것이다. '올해의 앨범(Album Of The Year)'과 '올해의 레코드(Record Of The Year)' 등 무려 7개 부문에서 후보로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브루스 마스가 독식을 하며 시상식의 영웅으로 탄생했다. 브루노 마스는 이번 그래미 어워드에서 가장 중요한 종합 분야(General Fields)의 4개상 가운데 3개 트로피를 가져갔고, 알앤비(R&B Fields)에서도 역시 3개의 상을 수상하며 총 6개의 트로피를 독식했다.

 브루노마스는 제60회 그래미어워드에서 '올해의 앨범상' '올해의 레코드'를 포함해 총 7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브루노마스는 제60회 그래미어워드에서 '올해의 앨범상' '올해의 레코드'를 포함해 총 7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 워너뮤직


앨범 < 24K 매직(24K Magic)>으로 브루노 마스는 '올해의 앨범'과 '최우수 알앤비 앨범(Best R&B Album)' 상을 거머쥐었고, 동명의 노래로 '올해의 레코드'를 품에 안았다. 또한 또 다른 히트 곡 '댓츠 왓 아이 라이크(That's What I Like)'로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 '최우수 알앤비 노래(Best R&B Song)', '최우수 알앤비 퍼포먼스(Best R&B Performance)' 등 3개 상을 가져가며 뉴욕의 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브루노 마스는 작년 11월 19일(미국 현지시간)에 있었던 45회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erican Music Awards)에서도 대상에 해당되는 '올해의 아티스트(Artist Of The Year)' '올해의 비디오(Video Of The Year)' 등 7개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바 있다. 명실 공히 미국의 양대 음악상 주요부문을 포함 다관왕을 거두며 대중성과 음악성 양면에서 인정받는 기쁨을 얻게 됐다.  

그래미의 랩·힙합 아티스트 홀대는 여전히 진행형(?)

랩·힙합 분야 뮤지션들은 그동안 다른 음악장르에 비해 홀대를 받아 왔다. 변화의 조짐을 보인 이번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힙합 뮤지션의 종합부문 수상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기차는 소울 알앤비 역에서 멈추고 말았다.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부문에 모두 올랐던 제이지,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에서 경쟁을 펼쳤던 켄드릭 라마는 브루노 마스의 이름이 시상식 내내 호명되는 것을 바라봐야만 했다. 출중한 두 명의 힙합 아티스트에 대한 투표가 갈린 상황이라면 다른 후보자들에게는 이로운 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로 인해 브루노 마스가 상당한 수혜를 입게 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앨범 <댐<Damn.)>에 다수의 수록곡을 선보이며 강렬한 시상식 오프닝 무대를 가졌던 켄드릭 라마는 첫 시상부문에서 '최우수 랩/성 퍼포먼스(Best Rap/Sung Performance)' 트로피를 가져가며 주요 부문 수상이 유력할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러나 랩 분야 4개와 히트곡 '험블.(Humble.)'로 '최우수 뮤직 비디오(Best Music Video)' 등 5개의 장르 부문 수상에 만족해야 했다.

이미 21개의 그래미 트로피를 갖고 있는 제이지는 앨범 < 4: 44 >와 노래 '스토리 오브 오제이(The Story O.J.)'로 '올해의 앨범'과 '올해의 레코드' 등 종합 분야에서 최초의 수상을 노렸다. 그러나 후배 뮤지션 켄드릭 라마와 더불어 이번 시상식에도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2018 그래미 어워드'에서도 랩 힙합 아티스트와 작품이 주요 부문 수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예상된다. 그런 가운데 제이지에게는 음악 산업계에 공헌한 이에게 주어지는 상 '아이콘 어워드(Icons Award)'가 건네지기도 했다. 

한편 그래미 종합 분야 중 한 부문인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Best New Artist)'에는 캐나다 출신 여성 싱어송라이터 알레시아 카라(Alessia Cara)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18 그래미 어워드'에서 가장 큰 홀대를 받았던 에드 시런(Ed Sheeran)은 앨범 <디바이드(Divide)>와 '셰이프 오브 유(Shape Of You)'로 '최우수 팝 보컬 앨범(Best Pop Vocal Album)'과 '최우수 팝 솔로 퍼포먼스(Best Pop Solo Performance)'를 수상했다.

 알레시아 카라는 제60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했다.

알레시아 카라는 제60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했다. ⓒ 유니버설 뮤직


위로와 위안을 주는 음악의 힘 보여준 2018 그래미 어워드 공연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좀처럼 접할 기회가 없는 신구 팝스타들의 공연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매년 어떤 뮤지션들이 라이브 무대를 펼칠 지 관심 있게 지켜보게 된다. 60주년을 맞이한 이번 시상식에서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사회 현실을 반영한 공연들이 주류를 이뤘다. 예년보다 화려하지 않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음악으로 전하며 그래미 역사를 만들어 냈다.

시상식 전 레드카펫 무대에서 레이디 가가(Lady Gaga), 마일리 사일러스(Miley Cyrus), 신디 로퍼(Cyndi Lauper), 샘 스미스(Sam Smith) 등 다수 뮤지션들이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MeToo)'에 함께 하는 의미로 흰 장미를 달거나 흰 색 의상을 입는 등 강렬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알렸다.

그래미 어워드 본 무대에서도 레이디 가가와 핑크(P!nk)는 순백색 의상을 입고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음악으로 전했고, 성폭력 피해 직접적 당사자였던 케샤(Kesha)는 최근 발표 곡 '프레잉(Praying)'을 노래해 모든 사람을 가슴 뭉클하게 했다. 같이 무대에서 공연한 신디 로퍼, 카밀라 카베요(Camila Cabello), 안드라 데이(Andra Day), 줄리아 마이클스(Julia Michaels)는 노래가 끝난 후 케샤를 따스하게 안으며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켄드릭 라마는 제60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아쉽게 본상 수수상을 놓쳤다.

켄드릭 라마는 제60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아쉽게 본상 수수상을 놓쳤다. ⓒ 유니버설 뮤직


여전히 만연해 있는 사회적 문제를 음악으로 승화시킨 그래미 어워드 공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켄드릭 라마의 오프닝 무대는 인종차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작년 10월 1일 미국 라스베가스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는,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의 '티어즈 인 헤븐(Tears In Heaven)'을 커버한 에릭 처치(Eric Church) 등 미국 컨트리 뮤직 아티스트들의 합동 라이브도 청중의 가슴을 울렸다.

이밖에도 샘 스미스가 노래한 '프레이(Pray)', 힙합 뮤지션 로직(Logic)과 알레시아 카라 및 남성 알앤비 보컬리스트 칼리드(Khalid)의 '1-800-273-8255'는 이 세상에 더 이상 전쟁과 자살로 소중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없길 바라는 마음을 음악으로 담아 위로와 위안을 전달했다.

자유의 여신상을 배경으로 야외 라이브 무대를 가진 유투(U2), 뉴욕 지하철 노래방으로 폭소를 자아내게 한 후 레게 뮤지션 셰기(Shaggy)와 컬래버레이션 공연을 펼친 스팅(Sting), 까마득한 후배 마일리 사일러스(Miley Cyrus)와 함께 노래한 엘튼 존(Elton John) 등 팝 음악계 거장 뮤지션등과의 조우 역시 이번 시상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젯 거리다.

끝으로 척 베리(Chuck Berry), 팻츠 도미노(Fats Domino), 톰 페티(Tom Petty) 등 2017년에 세상을 떠난 전설의 팝 스타들과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er) 등 뮤지컬계에 커다란 업적을 남긴 작곡가들까지. 이들이 합동한 헌정무대는 평년에 비해 다소 축소된 규모로 구성돼 아쉬움도 있었다. 그러나 공연에 참여한 모든 뮤지션들의 진정성은 더 짙게 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듣는 이들에게 위로와 위안으로 다가서는 음악의 진정한 힘, 어느덧 60회를 맞이한 그래미 시상식에서 보여주려 했던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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