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윤종신의 새 음반 <행보 2017 윤종신> 앨범 재킷

윤종신의 새 음반 <행보 2017 윤종신> 앨범 재킷 ⓒ 미스틱엔터테인먼트


2010년부터 매월 한곡의 싱글을 발표하는 <월간 윤종신>이 어느덧 8년의 시간을 보낸 장기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했다. 

이렇게 쌓인 곡들을 모아 그해말 또는 이듬해 1월 꾸준히 한장의 음반으로 내놓는 <행보 윤종신> 시리즈 역시 여덟 번째 발매를 맞이했다.

특정 주제, 장르에 얽메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시도

한동안 <월간 윤종신>은 하나의 주제에 맞춰 곡을 발표하는 방식을 달리 가져갔었다. '리페어'라는 단어를 사용했던 2013년엔 윤종신 본인의 과거 대표곡들을 직접 혹은 후배 음악인들을 기용해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2014년엔 소설, 게임 등 다양한 대중 문화로부터 소재를 취해 곡을 만들었다면 2015년은 매월 주목할만한 신작 영화를 음악으로 다뤘다.

반면 2016년, 2017년에는 앞선 3년 동안과 달리 특별한 주제를 정하지 않고 여러 소재, 장르들을 아우르는 자유분방함을 선택했다. '끝 무렵'(6월호), 윤종신의 직계 후계자가 될 법한 박재정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여권'(5월호), 2017년 최고 인기곡 '좋니'에 대한 유망주 민서의 답가 '좋아'(11월)는 그가 가장 잘하는 장르는 역시 발라드라는 걸 자랑스럽게 내세운다.

반면 지코의 랩과 독특한 사운드 편집 기법을 사용한 'Wi-Fi', 트렌디한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꾸민 '살아온 자 살아갈 자'처럼 젊은 감각을 반영한 실험도 적절히 반영한다.

과거 유행했던 일본 '시티 팝'에 대한 애정을 담은 'Welcome Summer', 장재인의 보컬곡 '아마추어'를 통해선 과거 그가 즐겨 듣던 장르를 녹여냈다.(19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 AOR-Adult Oriented Rock이라는 명칭 하에 데이빗 포스터, 보즈 스캑스, 토토, 스틸리 댄, 리 릿나워 등이 구사했던 세련되고 듣기 편안한 팝 록 소울 등이 적절히 가미된 음악이 바다 건너 일본에선 '시티 팝'이란 이름으로 시장에 정착했다-기자 주)

'오르막길'의 속편 역할을 맡은 정인의 두번째 참여곡 '추위', 2012년 9월호에 참여했던 이규호가 프로듀싱을 맡은 '추위'에선 앞선 <월간 윤종신> 발표곡들과의 연결성까지 고려한 기획 의도도 살짝 엿보인다.

가수 윤종신의 역사를 담은 공연 실황 모음집

 지난해 성공적으로 끝마친 윤종신 전국투어 포스터

지난해 성공적으로 끝마친 윤종신 전국투어 포스터 ⓒ 미스틱엔터테인먼트


2015년부터 <행보 윤종신>에는 그해 거행된 자신의 공연 실황이 두번째 디스크를 채운다. 앞선 두 번의 녹음이 작사가로서의 대표곡들을 담은 데 반해 이번엔 오롯이 가수 윤종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발표 당시 크게 주목 받지 못했지만 입소문으로 사랑받았던 '동네 한바퀴'와 '야경'(2008),  1990년대 인기곡인 '너의 결혼식/오래전 그날'의 접속곡(1994, 1995), <월간 윤종신>의 정착에 크게 기여한 '본능적으로'(2010), 대표 여름노래가 된 '팥빙수'와 '고속도로 로맨스'(2001) 등 다양한 시대의 윤종신을 한장의 음반으로 접하고 싶은 분들에겐 상당히 귀가 솔깃할 만한 선곡이다.

특히 명곡 '오르막길',  가수 본인 조차 라이브로 소화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던 '좋니' 등으로 이어지는 후반부는 미처 공연장을 찾지 못한 이들에게도 짜릿한 감동을 부족함 없이 전달해준다.

우직한 고집이 만든 지난해의 성공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좋니'의 대성공은 어떤 면에선 '프로듀서'로서의 고집 혹은 우직함이 만든 결과이기도 하다. ('좋니'는 <월간 윤종신>이 아닌, 소속사 미스틱의 < LISTEN >시리즈 싱글로 나온 관계로 <행보 2017 윤종신> 음반에는 이 곡의 스튜디오 버전이 미수록 됐다-기자 주)

게으름 피우지 않고 매달 만들어낸 신곡들이 차곡차곡 쌓여 한장의 CD로 탄생하는, 단순하지만 말처럼 행동에 옮기기엔 어려웠던 8년 간의 실천이 없었다면 2017년의 이변은 아마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중견 음악인이 살아남기 쉽지 않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칼바람 맞으며 그가 보낸 지난 세월은 결코 헛된 게 아니었다.

<행보 2017 윤종신>은 그런 점에서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는 자가 강하다"라는 평범한 진리의 결과물이다. 또 1990년대 고참 음악인이 2010년대에 어떻게 살아 남는지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치열한 생존기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케이팝쪼개듣기 윤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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