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페더러

로저 페더러 ⓒ Wikimedia Commons


'테니스계의 황제' 로저 페더러가 그랜드 슬램 20회 타이틀을 차지했다. 만 36세에 일궈낸 대기록이다. 어린 테니스 선수들과 수많은 팬들이 그를 흠모하는 이유를 훌륭한 서브와 멋진 스트로크로 입증해낸 것이다.

세계 랭킹 2위의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28일(한국 시각) 오후 5시 35분 호주 멜버른 파크에 있는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마린 칠리치(크로아티아, 세계 랭킹 6위)를 3-2(6-2, 6-7[TB5-7], 6-3, 3-6, 6-1)로 이기고 대회 통산 여섯 번째 우승, 개인 통산 그랜드 슬램 타이틀 20회의 위업을 이뤘다.

첫 세트부터 빈틈 없었던 페더러

결승전 첫 세트는 24분 만에 끝났다. 그만큼 로저 페더러는 경기 운영에 있어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상대 마린 칠리치는 다섯 번째 게임에서 겨우 자기 서브권을 지켜내며 1-4로 따라붙었으나 역부족이었다.

서브 에이스를 두 개나 묶어서 첫 세트를 끝낸 로저 페더러는 두 번째 세트부터 제대로 실력 대결을 펼쳤다. 200km/h를 훌쩍 넘기는 마린 칠리치의 서브 위력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첫 세트에서 기선을 제압당한 마린 칠리치는 거짓말처럼 두 번째 세트부터 경기력이 살아났다. 역시 큰 키를 이용한 서브를 위력적으로 내리꽂을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 번째 세트 세 번째 게임은 무려 9분 23초나 걸렸다. 칠리치의 서브 게임이었지만 듀스가 다섯 차례나 이어질 정도로 페더러의 코트 커버가 좋았다는 말이다. 그래도 이 게임은 칠리치의 것이었다. 그만큼 두 번째 세트는 자기 서브 게임을 철저하게 지키는 균형이 끝까지 유지된 것이다.

마린 칠리치는 194km/h 속도의 서브 에이스로 게임 스코어 6-5를 만들었고, 로저 페더러도 그대로 응수했다. 197km/h 서브 에이스로 두 번째 세트 게임 스코어를 6-6으로 만든 것이다. 그렇게 긴장되는 타이 브레이크가 시작됐다.

타이 브레이크는 마린 칠리치의 서브로 시작했다. 거기서 로저 페더러의 백핸드 스트로크가 길게 떨어졌다. 페더러는 이 실수를 만회하려고 이어진 두 개의 서브권을 두 개의 에이스(195km/h, 179km/h)로 가져왔다. 속도만 볼 때 칠리치가 따라갈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페더러의 서브 각도가 그만큼 예리한 것이었다.

이 팽팽한 균형은 마린 칠리치의 결정적인 서브 리턴에서 갈라졌다. 페더러의 세컨 서브를 기다렸다는 듯 기막히게 받아넘긴 마린 칠리치가 타이 브레이크 점수를 3-3으로 만든 것이다. 그렇게 승기를 잡은 마린 칠리치는 페더러의 서브가 또 이어질 때 기막힌 포핸드 크로스를 성공시키며 두 개의 세트 포인트(6-4) 기회를 잡아냈다.

곧바로 로저 페더러의 서브 에이스가 나왔지만 마린 칠리치는 자기 서브 기회에서 시원한 스매싱으로 두 번째 세트를 60분 만에 끝냈다. 로저 페더러가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세트를 빼앗기는 순간이었다.

칠리치의 서브 위력 살아나

통산 대결 기록에서 1승 8패로 열세인 마린 칠리치에게 귀한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이 흐름을 생각하면 천하의 로저 페더러도 흔들릴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흔들리면 페더러가 아니었다. 페더러는 세 번째 세트부터 다시 능수능란한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세 번째 세트 여섯 번째 게임에서 로저 페더러의 브레이크가 완벽하게 들어갔다. 백핸드 스트로크로 침착하게 넘긴 공을 칠리치가 포핸드 스트로크로 받아쳤지만 오른쪽 옆줄 밖에 떨어지며 4-2로 달아난 것이다. 그리고 로저 페더러는 세 번째 세트 아홉 번째 게임을 200km/h 속도의 서브 에이스로 끝내며 세 번째 세트의 승자가 되었다.

로저 페더러의 이 기세가 네 번째 세트 초반까지 이어졌다. 마린 칠리치의 첫 서브 게임 브레이크에 성공한 페더러가 3-1까지 앞서나가며 이 결승전이 네 번째 세트에서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린 칠리치의 놀라운 뒷심이 서브부터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냥 주저앉을 것만 같았던 마린 칠리치가 무려 다섯 게임을 연속해서 따낼 줄은 아무도 몰랐다. 반대로 로저 페더러는 서브 실수가 눈에 띄게 늘었고 마린 칠리치의 서브 위력은 점점 더해갔다. 37분 만에 끝난 네 번째 세트의 마지막 게임도 마린 칠리치의 러브 게임이었다.

페더러의 특허품, 한 손 백핸드 빛나다

결승전에 어울리는 파이널 세트가 로저 페더러의 서브로 시작됐다. 그런데 칠리치가 시원한 스매싱으로 듀스까지 따라붙었다. 곧바로 페더러의 포핸드 스트로크가 네트에 걸렸다. 여기서 또 하나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잡은 마린 칠리치가 마지막 세트를 기분 좋게 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역시 페더러의 의식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강한 서브로 세 번째 듀스까지 끌어내며 버텼다. 그리고는 페더러의 특허품이라 할 수 있는 한손 백핸드 크로스가 기막히게 옆줄 위에 떨어져 한숨을 돌렸다. 결과를 놓고 보면 이 순간이 마지막 갈림길이 된 셈이다.

파이널 세트 여섯 번째 게임에서도 로저 페더러의 브레이크 페달은 멈추지 않았다. 서브를 넣은 마린 칠리치의 백핸드 크로스가 옆줄 밖에 떨어지며 2개의 브레이크 포인트가 페더러에게 배달되었고 곧바로 칠리치의 포핸드가 네트에 박혔다.

마지막 게임을 182km/h 속도의 서브 에이스로 시작한 로저 페더러는 칠리치의 실수 두 개를 이끌어내며 챔피언십 포인트를 완벽하게 만들었고 마지막 세컨 서브도 마린 칠리치가 받아넘기지 못했다. 3시간 3분 19초만에 페더러가 양팔을 높게 치켜들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날 로저 페더러는 반짝반짝 빛나는 우승 트로피를 받아들고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그랜드 슬램 20회 우승의 감격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아마도 로저 페더러는 1년 뒤에 자신의 테니스화 뒤꿈치 부분에 숫자 6(호주 오픈 개인 통산 우승 횟수)을 새긴 신발을 신고 다시 나타날 것이다.

 2018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 결과
(28일 오후 5시 35분, 로드 레이버 아레나-멜버른 파크)
로저 페더러 3-2 마린 칠리치
1세트 6-2(24분) / 2세트 6-7(타이 브레이크 5-7, 60분) / 3세트 6-3(29분) / 4세트 3-6(37분) / 5세트  6-1(33분)

경기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로저 페더러 24개, 마린 칠리치 16개
서브 최고속도 : 로저 페더러 207km/h, 마린 칠리치 214km/h
더블 폴트 : 로저 페더러 4개, 마린 칠리치 5개
첫 서브 성공률 : 로저 페더러 57%, 마린 칠리치 68%
첫 서브 성공시 포인트 성공률 : 로저 페더러 79%(67/84개), 마린 칠리치 69%(61/88개)
세컨 서브 성공시 포인트 성공률 : 로저 페더러 58%(32/55개), 마린 칠리치 50%(27/53개)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로저 페더러 46%(6/13), 마린 칠리치 22%(2/9)
위너 : 로저 페더러 41개, 마린 칠리치 45개

로저 페더러의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통산 20회 우승)
호주 오픈 : 2004년, 2006년, 2007년, 2010년, 2017년, 2018년 6회 우승
프랑스 오픈 : 2009년 1회 우승
윔블던 : 2003년, 2004년, 2005년, 2006년, 2007년, 2009년, 2012년, 2017년 8회 우승
US 오픈 : 2004년, 2005년, 2006년, 2007년, 2008년 5회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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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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