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5일(이하 한국 시간)에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가 진행하고 2018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가 공개됐다. 그 결과 치퍼 존스(내야수 97.2%), 블라디미르 게레로(외야수 92.9%), 짐 토미(내야수 89.8%) 그리고 트레버 호프먼(마무리투수 79.9%) 4명이 명예의 전당 입성 기준을 충족했다.

메이저리그 선수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서비스 타임 10년 이상을 현역으로 활약해야 하며, 은퇴한 뒤 5시즌이 지나야 입회 자격을 얻는다. 11월 말부터 BBWAA 회원들이 투표를 시작하며 이번 투표 유권자는 424명이었다. 유권자는 자신이 원하는 입회 후보자에게 최대 10명까지 투표할 수 있으며 마음에 드는 후보자가 없으면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후보자는 투표에서 75% 이상을 득표해야 명예의 전당에 입회할 수 있으며, 최대 10번까지 도전할 수 있다. 단, 입회 규정 개정 이전에 15번까지 도전할 수 있었던 도전자들 중에서 이미 10번을 넘겼던 사람들은 종전대로 15번까지 도전할 수 있다. 이번 투표에서 입회 기준 득표수는 317표였다.

득표율이 5% 미만이면 10번이 되지 않았더라도 다음 해 투표에 도전할 수 없다. 이번 투표에서는 총 14명이 최소 기준인 5%를 넘지 못했다. 만장일치 사이 영 상만 2번을 받았던 요한 산타나(선발투수)와 최고령 선발승(49세 150일) 및 완봉승(47세 170일) 기록을 갖고 있는 제이미 모이어(선발투수)가 각각 2.4%(10표) 밖에 얻지 못하여 도전 자격을 잃었다.

그 밖에 쟈니 데이먼(외야수 1.9% 8표), 히데키 마쓰이(외야수 0.9% 4표), 크리스 카펜터(선발투수 0.5% 2표), 케리 우드(선발 및 구원투수 0.5% 2표) 등이 저조한 득표로 기회를 잃었다. 리반 에르난데스(선발투수)와 카를로스 리(내야수)는 1표 득표에 그쳤으며, 올랜도 허드슨(내야수), 오브리 허프(내야수), 제이슨 이스링하우젠(구원투수), 브래드 릿지(마무리투수), 케빈 밀우드(선발투수), 카를로스 잠브라노(선발투수) 등은 0표의 굴욕을 당했다.

최근 5년 동안 23명 입성, 역대 최다 기록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은 아메리카 대륙 프로 스포츠 종목 중에서 입성 기준이 가장 까다롭기로 소문이 나 있다. 1999년 놀란 라이언(선발투수) 등 3명의 동시 입성자를 배출한 이래 한 해에 3명 이상이 동시에 입성하기 힘들었던 곳이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이었다.

그런데 2014년부터 동시 입성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2014년에 그레그 매덕스(선발투수), 톰 글래빈(선발투수), 프랭크 토마스(내야수)가 3명이 동시에 입성한 것이다. 2015년에는 랜디 존슨(선발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선발투수), 존 스몰츠(선발투수 및 마무리투수), 크레이그 비지오(내야수) 4명이 동시에 들어갔다.

2016년에 켄 그리피 주니어(외야수)와 마이크 피아자(포수) 2명으로 숨을 고른 뒤 2017년에는 다시 3명(제프 배그웰, 팀 레인스, 이반 로드리게스)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이번 투표에서는 동시 입성자가 다시 4명이 됐다.

특히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최근 5년 동안 출신 선수만 무려 4명을 배출했다. 선수는 입성식에서 자신이 뛰었던 팀들 중에서 한 팀을 선택하여 들어갈 수 있다. 시카고 컵스 출신으로 무려 4팀을 뛰었던 매덕스는 입성식 때 중립으로 들어갔다. 매덕스는 브레이브스에서 생활을 마감한 뒤 고향 팀 컵스로 돌아갔다가 선수 생활 말년 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거쳐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서 은퇴했다.

2팀을 뛰었던 글래빈(브레이브스, 뉴욕 메츠)과 스몰츠(브레이브스, 보스턴 레드삭스)는 커리어의 대부분을 차지한 브레이브스를 선택했다. 치퍼 존스의 경우 오로지 브레이브스 한 팀에서만 뛰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한 팀에서 10년 이상 함께한 4명의 선수가 명예의 전당에서 만나게 된 역대 최초의 사례였다.

이번에 입성한 4명 중 존스와 토미는 첫 도전에서 입성하는 영광을 누렸다. 존스가 97.2%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했고, 토미도 89.8%의 안정적인 득표율로 입성했다. 재수생이었던 외야수 게레로는 92.9%를 얻어 입성에 성공, LA 에인절스 모자를 쓰고 명예의 전당을 들어가는 역대 1호 선수가 됐다(선수 본인이 MVP 수상했던 에인절스 선택).

마무리투수 호프먼은 3수생이었다. 전문 마무리투수로 역대 최초의 600세이브 투수(601세이브 역대 2위)가 되었던 호프먼은 2006년 내셔널리그 구원왕으로 사이 영 상 투표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당시 브랜든 웹 수상). 그러나 세이브 역대 3위 리 스미스가 입성하지 못할 정도로 구원투수에게 상대적으로 인색했던 명예의 전당이었기에 호프먼은 입성에 시간이 걸렸다. 지난 해에는 74%로 아깝게 기준선을 넘지 못하기도 했다.

안타깝게 탈락했지만, 내년에 가능성 보이는 도전자들

70.4%로 떨어진(297표) 에드가 마르티네스(지명타자)는 이번 투표가 벌써 9번째 도전이었다. 약물의 시대에서 약물 없이 활약한 깨끗한 타자였고, 2247안타 309홈런을 기록하는 동안 통산 타율 0.300에 출루율 0.400, 장타율 0.500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꾸준했다. 다만 마르티네스는 부상으로 인하여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1403경기)했다는 점이 기록의 걸림돌이었다(원래 3루수 출신).

그러나 커리어에서 수비 기록이 거의 없는 점 때문에 비슷한 기록을 가진 다른 선수들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기 힘든 점은 사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마르티네스가 은퇴할 즈음 데이비드 오티즈가 큰 활약을 펼치며 전문 지명타자에 대한 시선이 조금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10년 동안 69% 이상의 득표를 기록했던 도전자들이 다음 해에 모두 입성했다는 기록도 긍정적이다.

마이크 무시나(선발투수)는 이번이 5번째 도전이었다. 통산 270승에 사이 영 상 수상 이력도 없고, 월드 챔피언 반지를 낀 적도 없지만 투수들에게는 지옥이라 불리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볼티모어 오리올스, 뉴욕 양키스)에서만 18년 동안 커리어를 보낸 점을 감안하면 위력적인 투수였다.

특히 약물 시대라 불리는 2000년대를 버틴 투수였다는 점에서 무시나는 매년 득표율이 올라가고 있으며, 지난 해 51.8%보다 많이 높아진 63.5%를 기록했다. 일단 무시나는 아직도 도전 기회가 5번이나 더 남았기 때문에 현재의 득표율 상승 폭을 감안하면 남은 기회 중에 충분히 입성할 가능성이 있다.

장담할 수 없는 도전자들과 가능성 적은 사람들

로저 클레멘스(선발투수 57.3%)와 배리 본즈(외야수 56.4%) 그리고 커트 실링(선발투수 51.2%) 3명은 이번이 나란히 6번째 도전이었다. 클레멘스와 본즈는 2007년을 끝으로 위증 관련 재판을 시작하면서, 실링은 2008년에 계약을 하긴 했으나 어깨 부상 재발로 인하여 모두 자신들의 뜻과는 관계 없이 선수 생활을 마쳤다.

클레멘스와 본즈는 일단 법적으로는 위증죄 혐의를 벗었다. 하지만 지난 해 각각 54.1%와 53.8%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득표율을 크게 올리지 못했다. 피아자의 경우 약물 복용 사실을 고백한 뒤에도 오히려 반등하며 입성에 성공했는데, 이 때문에 약물 이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기준을 잡기가 더욱 애매해졌다.

실링은 약물 의혹은 없지만, 그의 거친 언행으로 인하여 피해를 보고 있다. 사업 실패로 한 번 피해를 봤고, ESPN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SNS를 통해 실수한 점 때문에 해설위원 일자리도 잃었다. 실링은 2년 전만 해도 52.3%로 무시나(당시 43%)보다 득표율이 높았지만, 인성 문제 때문에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투표인단으로부터 인기가 좋지 않다.

3명 모두 아직 4번의 기회가 남아있다. 그러나 이번 투표처럼 득표율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면, 현재의 추세를 감안할 때 이들의 입성 가능성은 장담할 수 없다. 10위 오마 비즈켈(내야수 37%)은 이번이 첫 도전이라 지켜봐야 하고, 11위 래리 워커(외야수 34.1%)는 앞으로 기회가 2번 밖에 남지 않았다.

에드가 마르티네스와 함께 프레드 맥그리프(내야수 23.2%)가 내년에 마지막 기회를 얻는데, 이번에 득표율 12위를 기록한 맥그리프는 대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한 입성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하필이면 거포들이 집단으로 포진해있는 1루수 포지션에서 500홈런을 넘지 못한 점(493홈런)이 맥그리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맥그리프가 꾸준하긴 했는데, 40홈런 시즌이 한 번도 없고 한 팀에서 가장 오래 뛴 기간이 5년에 불과할 정도로 저니맨이라서 골수 팬이 없는 점도 아쉬운 요소다. 같은 시대에 약물 이력이 있는 선수들에 비해 맥그리프의 기록이 묻힌 점도 있지만, 비슷한 임팩트를 보이고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던 배그웰이나 토마스 등이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것이 큰 차이였다.

맥그리프는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이번 투표가 14번째 도전이었다. 2015년부터 도전 기회가 10회로 줄어들었지만, 이 시점에 이미 10번 이상의 도전을 했던 선수들은 이전 규정대로 15번의 도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혜택도 이제 한 번만 남았고, 23.2%에서 순식간에 75%로 상승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13위 매니 라미레스(외야수, 재수 22%)와 14위 제프 켄트(내야수, 5수 14.5%), 15위 게리 셰필드(외야수, 4수 11.1%)와 빌리 와그너(마무리투수, 3수 11.1%), 17위 스캇 롤렌(내야수, 첫 도전 10.2%), 18위 새미 소사(외야수, 6수 7.8%) 그리고 19위 앤드류 존스(외야수, 첫 도전 7.3%)도 가능성이 적다. 이들 중 일부는 아직 기회가 많은 후보들이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시작이 반이라 할 정도로 첫 도전 득표율이 상당히 중요한 걸 감안하면 힘들어보인다.

기대되는 2019 첫 후보 리베라, 페티트, 할러데이 등

최근 몇 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는 한 시대에 임팩트가 강했던 선수들이 줄줄이 명예의 전당에 입후보하고 있다. 2019년에 첫 입후보 기회를 얻게 될 후보자 중 가장 주목 받는 이는 마리아노 리베라(마무리투수)다. 뉴욕 양키스 한 팀에서만 19년을 던지면서 652세이브로 역대 1위에 올라있다.

뿐만 아니라 포스트 시즌에 자주 나갔던 양키스에서 96경기 42세이브 평균 자책점 0.70으로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1990년대 후반 양키스는 전성기 가도를 달렸고, 리베라는 총 5번 월드 챔피언 반지를 끼는 영광(1996, 1998, 1999, 2000, 2009)을 누림과 동시에 한 차례 월드 시리즈 MVP(1999)를 차지하기도 했다.

다만 리베라가 첫 도전에 입성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600세이브 시대를 열었던 호프먼이 3번이나 걸려서 들어갔고, 역대 3위 스미스가 끝내 들어가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커리어 대부분이 구원투수인 선수들이 들어가기는 아직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다만 호프먼이 던지는 체인지업보다 리베라가 던졌던 컷 패스트볼이 훨씬 더 강한 임팩트를 보였고,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만 뛰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리베라는 호프먼보다 더 짧은 도전으로 입성이 가능할 수도 있다.

얼마 전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로이 할러데이도 2019년부터 입후보한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 절친이었던 카펜터가 2표 밖에 얻지 못하고 후보 자격을 잃었기 때문에 두 절친의 동반 입성은 불가능해졌다.

할러데이의 주요 이력으로는 203승, 사이 영 상 2회, 정규 시즌 퍼펙트 게임 1회 그리고 포스트 시즌 노 히터 게임 1회가 있다. 건강한 시즌에 이닝 소화력도 압도적인 완투형 투수(2749.1이닝)였으며, 커리어를 동부지구에서만 보냈기 때문에 페드로 마르티네스(219승 3154탈삼진)의 전례를 감안하면 언젠가는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교한 타격으로 유명했던 콜로라도 로키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토드 헬튼(내야수)도 처음으로 입후보하며, 포스트 시즌 역대 최다승 투수 앤디 페티트 그리고 2000년대 비지오, 배그웰과 함께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킬러 B 타선을 이끌었던 스위치 타자 랜스 버크만(외야수)도 처음 입후보한다. 올스타 유격수 미겔 테하다와 내야의 4개 포지션을 모두 거쳤던 마이클 영도 명예의 전당에 도전한다.

이들 중에서 리베라가 워낙 압도적이라 첫 해 입성 가능성이 어느 정도 보이며, 나머지 선수들은 첫 해의 득표율에 따라 입성 가능성이 달라질 전망이다. 할러데이와 페티트, 헬튼 그리고 버크만은 어떤 점이 장점으로 반영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페티트는 미첼 리포트가 발표될 때 약물 복용을 시인한 점 때문에 클레멘스나 본즈의 경우처럼 될지 피아자의 경우처럼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누구나 선수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10년 이상 꾸준한 임팩트를 보여준 선수는 적고, 그들 중에서도 선택을 받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선수들은 더 적다. 2018년 명예의 전당 입성식은 2월 7일 쿠퍼스 타운에서 열린다. 모든 선수들의 존경을 받게 될 새 헌액자 4명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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