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1000여 명 정도만 즐기던 스포츠였지만 이젠 명실상부한 겨울스포츠의 대명사가 됐다. 더불어, 빙상 종목에서만 동계올림픽 메달을 얻었던 대한민국에게 최초의 설상 종목 메달을 얻어 주리라 기대하는 종목이 됐다. 눈 위에서 즐기는 서핑. 바로 스노보드다.

스노보드는 1960년대 미국에서 서핑보드와 스키를 결합한 형태의 젊은 세대의 놀이로 시작됐다. 초창기 같은 맥락에서 '스누퍼(SNOW+SURFER·눈에서 즐기는 서핑)'라고 불리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퍼진 것은 1990년대다.

 한국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간판 김호준이 러시아 소치 산악 클러스터의 로사 쿠토르 익스트림파크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예선전에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간판 김호준이 러시아 소치 산악 클러스터의 로사 쿠토르 익스트림파크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예선전에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국내 도입 시기도 비슷하다. 1991년 1월 18일 <경향신문>은 "스노보드 국내 상륙"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신종 레저인 스노보드가 국내에 상륙, 이번 시즌 들어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있다"고 알렸다. 1997년 1월엔 <동아일보>가 스노보드 열풍을 특집 기사로 다뤘다. "한국도 전 세계적인 스노보드 열풍을 피해갈 수는 없다. 올 시즌을 바로 그 원년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스노보드 라이더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스노보드가 동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도 이 즈음인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다. 이 땐 남녀 하프파이프와 대회전 등 금메달 4개가 걸린 종목이었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하프파이프·평행대회전·빅에어·슬로프스타일·크로스 등 5개 세부 종목으로 늘어나 총 금메달 10개가 걸려 있는 메달밭 종목 중 하나가 됐다. 


경기 내용은 알파인 스키·프리스타일 스키의 세부 종목과 비슷하다. 실제로 분류 자체도 스피드를 겨루는 알파인(평행대회전·크로스) 계열과 기술과 예술성을 겨루는 프리스타일(하프파이프·슬로프스타일·빅에어) 계열로 나뉜다.

이 중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빅에어는 프리스타일의 에어리얼과 닮았다. 선수는 높이 30미터, 길이 100미터 정도의 점프대로 도약해 플립, 회전 등의 공중 묘기를 펼친다. 반원통형 슬로프를 오르내리면서 5~8번의 공중회전과 점프 등 공중연기를 펼치는 하프파이프는 한국 스노보드 사상 최초로 동계올림픽에 선수를 출전시킨 종목이다.(2010 밴쿠버 올림픽, 김호준 선수)

알파인 계열의 평행대회전은 선수 두 명이 동시에 출발해 평행하게 설치된 기문(Gate)을 통과하면서 결승선에 먼저 도착하는 선수가 승리하는 종목이다. 크로스는 4~6명씩 꾸려진 조에서 다양한 지형지물로 구성된 코스를 빨리 통과하는 순으로 선수들을 추려나가 순위를 결정한다.

'배추보이' 이상호, 최근 월드컵 경기에서 7위 기록



앞서 언급했듯, 아직 대한민국은 스노보드에서 메달을 얻은 역사가 없다. 스노보드 종목에 선수를 내보내기 시작한 것도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부터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단 세 차례뿐이다. 그러나 이번엔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 출전하는 이상호(23) 선수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배추밭 보드소년' 이상호 금메달 두 개 들고 금의환향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노보드에서 2관왕에 오른 이상호가 지난 2017년 2월 21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지인들이 꽃다발 대신 선물한 배추와 메달 2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호는 강원도 고랭지의 배추밭에서 보드를 배워 국가대표까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배추밭 보드소년' 이상호 금메달 두 개 들고 금의환향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노보드에서 2관왕에 오른 이상호가 지난 2017년 2월 21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지인들이 꽃다발 대신 선물한 배추와 메달 2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호는 강원도 고랭지의 배추밭에서 보드를 배워 국가대표까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연합뉴스


초등학교 1학년 때 집 근처 배추밭에서 스노보드를 배운 일화가 알려지면서 '배추 보이'란 별칭으로도 불리우는 이 선수는 최근 화려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터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같은 해 12월 2017~2018 시즌 첫 대회인 유로파컵에서 우승했다. 그보다 앞서 열린 2017년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스노보드 남자 대회전·회전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하며 2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21일 슬로베니아 로글라에서 열린 FIS 월드컵 평행대회전에서는 7위를 기록했다. 지난 5일 오스트리아 라켄호프에서 열린 월드컵 3차전과 같은 순위. 모두 8강 안에 들어가는 순위인 만큼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외국 선수로는 미국의 숀 화이트(32) 선수와 클로이 김(18) 선수가 눈에 띈다. 숀 화이트 선수는 하프파이프 부문에서 '황제'로 칭해질 만큼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그는 이미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하프파이프 2연패를 달성한 바 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땐 4위에 머물며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지난 1월 미국 스노우매스에서 열린 FIS 월드컵 때 100점 만점을 기록하면서 1위를 기록했다.

클로이 김(18) 선수는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 선수다. 2016년 US그랑프리에서 여자 선수 최초로 2회 연속으로 세 바퀴를 회전하는 기술을 성공시켜 100점 만점을 받을 정도로 기량이 출중하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때도 메달 획득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나이 제한에 걸려서 출전하지 못했다.

* 스노보드(금메달 10개)
남자: 하프파이프, 평행대회전, 슬로프스타일, 빅에어, 크로스
여자: 하프파이프, 평행대회전, 슬로프스타일, 빅에어, 크로스


평창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이상호 숀 화이트 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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