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진규 선수의 누나 노선영(29·콜핑)이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어처구니없는 행정 착오 실수로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최근까지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경기에 나설 선수는 개인종목에도 출전해야 한다는 국제빙상연맹(아래 ISU)의 규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착오를 저질렀다. 이로 인해 팀추월에서만 출전권을 따낸 노선영이 결국 평창에 나설 수 없게 됐다.

'대한빙상연맹의 규정 인지 착오'·'세계연맹과 소통 실수'가 원인

평창올림픽 출전 무산된 빙속추월 노선영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노선영(29·콜핑팀)이 올림픽 출전 자격 자체를 획득하지 못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지난해 여자 팀 추월 대표팀으로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을 뽑았으나, 행정착오로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올림픽 개막을 약 보름 앞둔 시점에서 팀을 다시 꾸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열린 제52회 전국남녀 종목별 스피드 선수권대회 여자 1,500m 결승 당시 노선영.

▲ 평창올림픽 출전 무산된 빙속추월 노선영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노선영(29·콜핑팀)이 올림픽 출전 자격 자체를 획득하지 못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지난해 여자 팀 추월 대표팀으로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을 뽑았으나, 행정착오로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올림픽 개막을 약 보름 앞둔 시점에서 팀을 다시 꾸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열린 제52회 전국남녀 종목별 스피드 선수권대회 여자 1,500m 결승 당시 노선영. ⓒ 연합뉴스


연맹은 지난해 10월 국내 선발전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에 나설 대표 선수로 김보름(강원도청), 박지우(한국체대), 노선영을 선발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올림픽 쿼터 배정 방식은 다음과 같다. 팀추월 종목의 경우 개최국 자동출전권이 한 장씩 부여되는 가운데 월드컵 시리즈에서 상위 8개 팀이 출전하게 된다. 그런데 이 팀추월에 출전하는 개인 선수들은,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개인종목에서 일정 순위 이상 들어야만 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말 각 종목별 올림픽 출전 선수 명단이 발표됐다.

한국 대표팀의 경우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500m에서 이상화(스포츠토토), 김민선(의정부시청), 김현영(성남시청), 1000m는 이상화, 박승희(스포츠토토)가 뽑혔지만 중장거리인 1500m, 3000m, 5000m에서는 아무도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노선영은 1500m에서 예비순위 2위에 올랐다. 노선영은 팀추월을 목표로 훈련해왔기에 월드컵 시리즈에서 개인종목보다는 팀추월에 더 초점을 맞췄다.

빙상연맹은 23일 언론 보도가 나가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주요 경과 등을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다. 연맹 측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ISU 측에 올림픽 팀추월 경기 출전자격에 대해 개인종목 참가와 관계없이 기준 기록만 통과하면 되는 것이 맞는지 확인을 구했고 ISU는 '그렇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10월 연맹은 다시 ISU에 팀추월 규정 관련 해석을 요청했다. 연맹 측은 팀추월 엔트리 확보 시 세 선수가 개인종목 불참해도 기준기록을 통과하면 팀 멤버로 합류가 가능한지를 물었고, ISU는 개인 기준 최소 1개를 통과하면 가능하다는 답신을 보냈다. 연맹은 이를 바로 대표팀 감독에게 전달했고, 그에 맞춰 대표팀 선수들은 지난해 11~12월 월드컵 4개 대회에 출전했다.

그런데 지난 10일 연맹은 ISU로부터 개인종목에 참가해야 팀추월에 출전할 수 있다는 메일을 받았고 연맹은 바로 ISU에 해당 내용에 대한 항의와 설명을 요청했다. 그러자 ISU로 온 답은 "규정을 따라야 하며, 만약 선수가 19일에 추가로 발표되는 엔트리에서 개인종목 자격을 획득하면 팀추월 참가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20일 연맹이 ISU에 노선영이 개인종목 추가 엔트리에 추가 배정이 됐는지를 확인한 결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맹은 노선영의 훈련 집중을 위해 20일 이전까지 알리지 않았다가 이같이 최종 메일을 받고 난 후에야 감독과 선수 측에 알렸다고 전했다.

암으로 세상 떠난 노진규 선수의 누나... '동생 몫까지 뛰려 했는데'

노선영은 2016년 4월 골육종 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쇼트트랙 국가대표 출신 고 노진규의 누나로 잘 알려져 있다. 노선영은 동생 몫까지 함께하겠다며 큰 시련을 딛고 평창을 준비해 왔지만, 연맹의 저질러서는 안 될 실수로 인해 결국 꿈의 무대에 설 수 없게 돼 버렸다. 소치를 끝으로 은퇴를 할 예정이었지만 동생과 못다 한 약속을 위해 4년을 더 연장한 노선영은 하루아침에 기회를 빼앗기고 말았다.

팀추월 팀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림픽까지는 이제 보름 남짓 밖에 남지 않았는데 노선영이 빠지게 되면서 훈련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남은 한 자리는 박승희나 김현영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이지만 남은 기간 과연 얼마나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한 이들의 조합은 단 한 번도 실전 테스트도 해보지 못한 채 강릉 링크장 위에 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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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빙상연맹 노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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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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