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혐의 받는 조덕제, 반박 기자회견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조덕제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피앤티스퀘어에서 열린 반박 기자회견에서 여배우 성추행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성추행 혐의 받는 조덕제, 반박 기자회견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조덕제씨는 지난 11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실명을 공개하며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연합뉴스


영화 촬영 중 성추행 및 강제 치상이 이뤄졌다는 내용을 두고 법적 공방 중인 '남배우A(조덕제) 사건'의 피해자 B씨 측이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 영상전문가와 심리전문가에게 메이킹 영상 등의 정밀 분석을 의뢰한 결과다.

이중 의뢰를 받은 영상전문가는 지난해 10월 25일 연예 매체 <디스패치> 취재에 응한 윤용인 박사였다. 당시 <디스패치>는 "손의 거리와 어깨의 방향을 분석할 때, 여자의 음모를 만지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라는 윤 박사의 말을 근거로 사실상 조덕제씨가 강제 추행하지 않았다는 쪽에 힘을 실어 보도했다.

이 보도에 대해 <오마이뉴스>는 일부 분석 자료의 짜깁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취재 윤리 문제도 지적한 바 있다(관련 기사 : "강제추행 부정 아닌데..." <디스패치> 취재 응한 전문가 반박 http://omn.kr/oh11).

정반대의 감정

여배우 B씨 측은 23일 <오마이뉴스>에 "당시 <디스패치> 보도에 어떤 의도성을 느꼈다"며 "윤용인 박사께 문의를 한 결과 당시 취재가 어땠는지 말씀해주셨고, 그에 따라 정확한 자료를 드리고 의뢰할 필요성을 느껴  정식으로 분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여배우 B씨 측이 제공한 영상은 8분 분량의 메이킹영상과 조덕제씨가 강제로 상의를 찢는 장면 등이 담긴 사고 영상, 그리고 증인들의 진술서 등이다. 모두 2심 법원까지 증거로 채택된 자료다.

결과지는 13페이지에 달했다. 윤용인 박사는 'B(여기선 조덕제씨를 의미, 아래부터 실명 표기)가 A(여배우B씨)의 양쪽 뺨을 때리라는 감독 디렉팅과 달리, 여배우B의 왼쪽 어깨를 실제로 가격해 멍들게 한 점, 조덕제씨가 여배우 B씨의 오른쪽 등 부분을 오른손 바닥으로 가격해 여배우 B씨의 오른쪽 등 부분이 이동한 점 등을 봤을 때 폭행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우선 조덕제씨의 고의 폭행 가능성을 높게 봤다.

 남배우A 사건에 대한 윤용인 박사의 분석 결과지 일부.

남배우A 사건에 대한 윤용인 박사의 분석 결과지 일부. ⓒ 윤용인 박사


이어 강제추행 치상 여부에 대해 윤용인 박사는 여배우 B씨가 있을 때와 없을 때 감독이 조덕제씨에게 다르게 지시한 점을 구분하며 '여배우 B씨가 성적수치심을 느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석했다. 특히 여배우 B씨의 하체를 만진 혐의에 대해 윤 박사는 '조덕제씨의 왼손이 여배우 B씨의 하체 부분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분석되며, (중략) 왼손이 여배우 B씨 하체 부위에 닿아서 그가 허리를 굽혀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성적수치심을 느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윤용인 박사는 23일 통화에서 "당시 <디스패치>는 명확한 자료를 준 게 아니라 4분짜리 영상 하나를 주고 의견을 제시하는 수준을 요구했다"며 "정확한 영상이 없는 이상 배우들 연기는 감독 지시에 따라 하는 것이기에 판단하기 힘들다는 전제조건을 미리 말하고 <디스패치>에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 말했다.

윤 박사는 "그때 <디스패치>에선 기사를 바로 써야 하니 빨리 (분석을) 해달라고 요구했고, 그래서 하루 만에 답한 걸로 기억한다"며 "그때 분석은 (정확한 영상) 감정이라고 하기보단 하나의 의견서 정도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윤용인 박사는 "제대로 분석하려면 일주일이 넘을 수 있고, 의뢰를 하려면 관련한 모든 자료가 필요하다고 했더니 여배우 측에서 해당 자료를 다 줬다"며 "추가로 받은 영상에서 감독이 (조덕제씨에게) 따로 연기를 주문한 장면이 나오다 보니 폭행 여부 등을 구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영상 1초당 프레임이 엄청 많잖나. 분석을 의뢰할 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해달라고 하는 게 보통인데 알아서 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각 장면에서 대표되는 프레임 하나씩 뽑은 거다. (그것만 보니) 감독이 (조덕제씨에게) 연기를 시킨 것이고, 그는 그대로 한 거라 생각이 되는 것이지. 배우들 연기가 합의가 된 것이겠구나 생각된 거다. 이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말을 했다. 그런데 (<디스패치>는) 그걸 사실인 양 보도한 것이지. 제게 정확한 자료를 주고 정확하게 판단해 달라 해야 하는데 그 영상 하나와 양측의 공방이 담긴 문서만 줬으니까." (윤용인 박사)

"여배우B씨에게서 강제추행 겪은 사람 행동 나타나"

 남배우A 사건에 대한 윤용인 박사의 분석 결과지 일부.

남배우A 사건에 대한 윤용인 박사의 분석 결과지 일부. ⓒ 윤용인 박사



 남배우A 사건에 대한 윤용인 박사의 분석 결과지 일부.

남배우A 사건에 대한 윤용인 박사의 분석 결과지 일부. ⓒ 윤용인 박사



영상분석과 함께 여배우 B씨 측은 같은 자료와 증거물을 토대로 심리분석도 의뢰했다. 9페이지의 심리분석 감정서 역시 '고의 폭행 및 강제 추행을 겪은 사람으로서의 행동이 여배우B씨에게 나타난다'고 돼 있었다.

감정서에 따르면 폭행에 대해선 '(제공받은 영상에) 남자 배우가 감정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부분이 보이는데, 여배우의 기선을 제압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거부나 저항을 미리 억제하려는 심리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돼 있었다. 강제 추행에 대해서도 '여배우는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남자배우의 추행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몸동작을 하고, 여러 번에 걸쳐 카메라 반대 방향으로 얼굴을 돌렸으며, 세 번 정도 남배우의 손길을 피하려는 몸짓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해당 분석을 진행한 심리분석 전문가를 직접 접촉했다.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는 내용이라 실명을 공개하는 건 조심스럽다"라며 익명을 요청한 이 전문가는 "2, 3주에 걸쳐 피해자를 심층 면접했고, 주변 사람들의 진술과 영상분석 감정서, 법정 증언과 스태프들의 녹취록 등을 살폈다"며 "영상에 분명하게 나오진 않지만 (폭행과 강제 추행에 대해) 추정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에 있던 사람은 결국 남배우와 여배우인데 여배우를 만나 그가 당시 상황에 대해 말하는 걸 보면서 진실성이 있는지 등을 봤다. 다양한 범죄 사건의 피해자를 상담하다 보면 피해자들이 보이는 여러 반응이 있다. 그런 반응들이 여배우B에게 있었다. 남배우가 지금 보이고 있는 여러 행동들로 2차 피해 또한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한편 여배우 B씨 측은 해당 감정서들을 대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조덕제씨는 영화 <흥부> 등에 출연해 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며, 23일 <막돼먹은 영애씨16> 최종회에 깜짝 출연하는 걸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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