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아무도 신경을 안 쓴다. 두 번까지도 우연이라 말한다. 하지만 같은 현상이 세 번 연속으로 이어지면 사람들은 그것을 '법칙'으로 받아 들인다.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월드시리즈 우승주기가 그랬다. 2010년 56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샌프란시스코는 2012년과 2014년 무려 세 번에 걸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를 두고 야구팬들은 '샌프란시스코 짝수 해의 법칙'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짝수 해 우승 법칙의 중심에는 브루스 보치 감독과 포수 버스터 포지, 그리고 메이저리그 최강의 빅게임 피처 매디슨 범가너가 있었다. 2010년 나란히 루키시즌을 보낸 황금 베터리는 짝수 해만 되면 신들린 듯한 활약으로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2010년 신인왕에 오른 포지는 2012년 내셔널리그 MVP에 오르며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로 등극했고 범가너는 2014년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와 월드시리즈에서 연속 MVP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이어지던 샌프란시스코의 '짝수 해 법칙'은 2016년 디비전 시리즈에서 시카고 컵스에게 1승 3패로 패하며 깨지고 말았다(가을야구에서 샌프란시스코를 탈락시킨 컵스는 그 해 108년 만에 감격적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어느덧 2년의 시간이 흘러 샌프란시스코에게 반가운 짝수 해가 다시 찾아왔고 샌프란시스코는 이 법칙을 다시 이어가기 위해 분주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롱고리아-맥커친-잭슨 차례로 영입하며 타선 대폭 보강

 롱고리아의 입단 소식을 전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공식 홈페이지

롱고리아의 입단 소식을 전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공식 홈페이지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홈페이지 화면캡처


쉽지 않은 시즌이 될 거란 관측은 있었지만 샌프란시스코의 2017년이 이렇게까지 비참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는 2017년 64승 98패 승률 .395에 그치며 아메리칸리그의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함께 메이저리그 승률 공동 꼴찌를 기록했다. 투타에 부상자가 속출했고 유망주들의 성장은 느린 악순환의 연속이었다(그 중에는 야심차게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던 황재균의 부진도 있었다).

더할 나위 없이 실망스런 시즌을 보낸 샌프란시스코는 2018년 명예회복을 위해 스토브리그에서 두 가지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일본의 '야구괴물' 오타니 쇼헤이(LA에인절스)와 2017년 내셔널리그 홈런왕 지안카를로 스탠튼(뉴욕 양키스)의 동시영입이었다. 하지만 두 선수는 모두 아메리칸리그를 선택했고 샌프란시스코는 차선 프로젝트를 가동할 수 밖에 없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첫 번째 영입은 템파베이 레이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에반 롱고리아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작년 12월 1: 4 트레이드를 통해 2023년까지 9400만 달러의 연봉이 보장된 롱고리아를 영입했다. 파블로 산도발이 팀을 떠난 이후 마땅한 3루 자원이 없던 샌프란시스코는 올스타3회 출전, 골드글러브3회 수상, 통산 261홈런에 빛나는 검증된 3루수 롱고리아를 영입하며 공수를 동시에 보강했다.

롱고리아 트레이드 때 주전 중견수 더나드 스팬을 보낸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각) 트레이드를 통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해적선장' 앤드류 맥커친을 영입했다. 2013년 내셔널리그 MVP 출신이자 올스타 5회 출전, 실버 슬러거 4회 선정에 빛나는 슈퍼스타 맥커친은 2017년에도 타율 .279 28홈런88타점94득점으로 건재한 기량을 과시한 바 있다. 피츠버그의 붙박이 중견수였던 맥커친은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우익수로 활약할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가 맥커친을 우익수로 활용할 수 있는 이유는 23일 FA시장에서 중견수 요원 오스틴 잭슨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잭슨은 2014년 이후 매년 팀을 옮겨 다니며 저니맨 이미지가 강해졌지만 작년 시즌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유니폼을 입고 85경기에서 타율 .318 7홈런35타점의 쏠쏠한 활약을 펼친 바 있다. 잭슨이 중견수,맥커친이 우익수로 활약한다면 기존의 우익수였던 헌터 펜스는 자연스럽게 좌익수로 변신하게 된다.

불안요소 가득한 마운드, 범가너 아프거나 쿠에토 부진하면?

롱고리아와 맥커친,잭슨이 합류하면서 샌프란시스코 타선의 무게감은 작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특히 맥커친,포지,롱고리아,펜스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은 지나치게 우타일색이라는 점만 제외한다면 전혀 나무랄 데가 없다. 타격에 살고 죽는 콜로라도 로키스(팀타율 .273) 정도는 못될 지라도 충분히 내셔널리그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타선이다.

문제는 역시 의문부호가 많은 마운드다. 샌프란시스코는 작년 시즌 팀 평균자책점 8위(4.50), 팀 피안타율 14위(.268)에 그치며 견고한 마운드를 구축하지 못했다. 선발진에서는 아무도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지 못했고 샌프란시스코가 불펜강화를 위해 4년 6200만 달러를 주고 데려 온 마무리 마크 멜란슨은 32경기에서 11세이브에 그친 채 시즌이 끝난 후 수술대에 올랐다.

보치 감독과 포지까지 나서 공을 들였던 오타니 영입에 실패한 샌프란시스코는 현실적으로 다르빗슈 유나 제이크 아리에타 같은 대형 FA투수를 영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작년 시즌 부상과 부진 등으로 실망스런 성적을 올렸던 투수들이 동시에 각성해 줘야 마운드의 부활을 기대할 수 있다. 여전히 만 28세로 부상만 없다면 15승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좌완 에이스 범가너는 그나마 '상수'에 가깝다.

하지만 2012년 19승, 2014년 20승, 2016년 18승을 올리다가도 부진한 시즌엔 10승도 채 올리지 못하는 조니 쿠에토는 상대적으로 변수가 많은 투수다. 범가너가 작년처럼 부상에 시달리거나 쿠에토가 기대 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샌프란시스코의 시즌 구상은 어긋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범가너와 쿠에토가 원투펀치로 활약하고 제프 사마자와 풀타임 2년 차를 맞는 타이 블락 등이 뒤를 받친다면 샌프란시스코는 견고한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작년 시즌 황재균이 활약했고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속한 LA다저스의 오랜 라이벌로 국내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팀이다. 만약 올해도 류현진이 다저스의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한다면 샌프란시스코전에 등판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과연 2018년의 샌프란시스코가 류현진과 다저스에게 위협적인 라이벌이 될 수 있을지 더욱 궁금해지는 메이저리그 2018 시즌 개막이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MLB 2018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에반 롱고리아 앤드류 맥커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