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한 충돌 지난 2017년 12월 16일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채널원컵 최종전(3차전)에서 세계 랭킹 3위 스웨덴과 경기를 벌이고 있다.

▲ 격렬한 충돌 지난 2017년 12월 16일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채널원컵 최종전(3차전)에서 세계 랭킹 3위 스웨덴과 경기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50초. 격렬하게 맞붙었던 선수들이 교체된다.

공격수 3명과 수비수 2명으로 구성된 한 '라인'이 벤치로 돌아왔다. 그들을 대신해 다음 '라인'이 다시 얼음 위로 투입된다. 벤치로 돌아온 '라인'의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최대 150초 정도. 감독이 부르면 또 다시 나선다. 쉴 새 없이 선수들이 투입되고 교체되다 보니 경기가 늘어질 틈이 없다.

높이 1.22미터 너비 1.83미터의 골대를 막아서고 있는 골리(골키퍼)를 뚫고 '최고 시속 177.7km(기네스 공식기록)'로 쏘아지는 '퍽(고무로 만든 아이스하키 공)'을 눈으로 쫓아가는 것도 쉽지 않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전체 입장 수익의 46%,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전체 입장 수익의 50%를 차지한 종목. 그리고 미식축구·야구·농구와 함께 미국의 4대 프로스포츠로 대우 받는 '흥행 보증수표' 아이스하키 얘기다.

아이스하키의 매력 중 하나는 스피디한 경기 운영이다. 네 개의 라인을 꾸려서 짧은 시간 안에 무한정 교체를 진행하기 때문에 축구 경기에서처럼 호흡을 조절하는 '지공' 전술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 골라인 아웃도 없다. 골라인 밖에서도 플레이가 이어지고 퍽을 펜스에 일부러 부딪혀 궤도를 조절하는 플레이도 인정된다. 마찰력을 줄이기 위해 영하 8~12도로 냉각돼 투입된 퍽은 경기당 총 30~35개 정도 소모된다.

올림픽 향한 마지막 담금질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22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겨냥한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갔다.

▲ 올림픽 향한 마지막 담금질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22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겨냥한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갔다. ⓒ 연합뉴스


또 다른 매력은 격렬함이다. 아이스하키는 몸싸움이 인정되는 종목이다. 퍽을 가지고 있는 선수나 직전까지 소유했던 선수의 어깨를 자신의 어깨로 밀쳐 퍽을 뺏어오는 '바디체크'가 수시로 벌어지고 가격당한 선수는 빙판 위에 나가떨어지기까지 한다. 선수들이 최대 20kg(골리의 경우) 무게의 보호 장비를 찬 것도 이처럼 격투에 가까운 플레이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양 팀의 선수 숫자가 동일하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경기가 진행되는 것도 특이하다. 심판은 바디체크 과정에서 반칙이 벌어지면 해당 선수를 2~5분간 퇴장시키는 페널티를 준다. 이 때 수적 우위에 있는 팀은 어떻게든 득점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열세에 있는 팀은 버티기 위해 노력한다. '파워플레이(PP)'·'패널티킬링(PK)'로 불리는 이 상황에서 어떤 라인을 투입시켜 이득을 얻느냐가 감독의 주요한 역량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무엇보다 '팀 스포츠'가 강조되는 종목이기도 하다. 아이스하키는 축구나 농구와 달리 골당 어시스트를 2개까지 인정하고 골과 어시스트를 거의 동일한 '공격 포인트'로 계산한다. 개인기가 아니라 팀플레이를 통해서 골을 얻는 경기라는 점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기적]'아이스하키의 히딩크' 백지선 감독 부임 이후 약진 중인 남자 대표팀

"평창 화이팅!" 22일 충북 진천군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백지선 감독을 비롯한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평창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평창 화이팅!" 22일 충북 진천군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백지선 감독을 비롯한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평창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올림픽 본선 무대를 처음 밟게 된 대한민국 아이스하키는 약체로 꼽힌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만 하더라도 세계 랭킹 21위. 12개 본선 진출국 가운데 가장 낮다. 조별 리그에서 맞붙을 캐나다(1위)·체코(6위)·스위스(7위)와 비교해도 그 격차가 크다. 국내 남자 실업팀이 단 3개(안양 한라, 하이원, 대명 킬러웨일즈)이고 여자 실업팀은 아예 없는 환경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현재 이변을 꿈꾸고 있다. 특히 2014년 7월 백지선(50) 감독 부임 이후 유의미한 성적을 내면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태어난 지 1년 만에 부모를 따라 캐나다로 이민을 간 교포인 백 감독 스스로가 동양인 최초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우승컵을 두 차례나 들어 올린 '스타'다.

 남자 아이스하키 백지선 감독이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대회 G-30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자 아이스하키 백지선 감독이 1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대회 G-30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권우성


그의 부임 이후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급변했다. 2010년만 하더라도 33위였던 세계 랭킹을 10계단 넘게 끌어올렸다. 3부 리그로 강등됐던 한국 대표팀을 2015년 4월 2부 리그로 끌어올렸고, 그로부터 1년 뒤인 2016년 4월엔 34년 만에 일본에 첫 승리를 거뒀다. 2017년 2월에는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오는 5월 덴마크에서 열릴 2018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월드챔피언십 출전권을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획득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축구대표팀 히딩크 감독을 대입해 그를 '아이스하키의 히딩크'·'백딩크'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백 감독의 전법도 히딩크 감독의 '압박축구'와 닮았다. 백 감독은 이를 '벌떼하키'와 '상어전법'이라고 부른다. 벌떼처럼 한 선수에게 두세 명이 달라붙고 상어처럼 한번 물면 끝까지 놓지 않도록 주문하다. 그래서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여느 강팀에 뒤지지 않는 견고한 수비를 자랑하고 있다.

마이클 스위프트, 맷 달튼 등 아이스하키 강국 출신 외국인 선수들을 귀화시킨 것도 전력 상승 이유 중 하나다. 특히 골리를 맡고 있는 맷 달튼 선수는 지난해 12월 러시아에서 열린 2017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의 캐나다 전에서 세이브율 94.6%에 달하는 경이적인 선방을 보이기도 했다.



[평화] 영화처럼 구성된 여자 대표팀, 남북 단일팀으로 또 다른 드라마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환경은 남자 대표팀에 비해 더욱 열악하다. 2018년 1월 현재 실업팀은 물론, 초·중·고·대학팀조차 없기 때문이다. 유일한 정식 아이스하키팀은 국가대표뿐이다(수원시는 23일 국가대표 여자 아이스하키팀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국내 첫 여자 실업팀을 오는 9월께 창단하겠다고 밝혔다).

선수 면면도 드라마틱하다. 피아니스트 출신 한수진(30) 선수, 미국 병원 연구원으로 있다가 귀화한 캐롤라인 박(29) 선수,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하버드 박사 과정 출신 랜디 그리핀 희수(30) 선수, 미국 입양아 출신 박윤정(25) 선수 등이 태극 마크를 달았다. 쇼트트랙 강제퇴출 선수, 협회 경리, 전직 피겨선수 등으로 꾸려진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활약을 그린 2016년 개봉 영화 <국가대표2> 못지 않은 팀 구성이다.

세계 랭킹은 남자 팀보다 한 계단 아래인 22위이지만 전 세계 38개팀을 대상으로 한 랭킹임을 감안하면 중하위권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최근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역시 기적을 만들고 있다. 2014년 부임한 새러 머리(29, 캐나다) 감독 때문이다. 대표팀은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사상 최초로 중국을 꺾었다. 또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2017 IIHF 4부리그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5전 전승을 거둬 사상 처음으로 3부 리그로 승격했다.

남북한, 평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추진 남북한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2017년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Ⅱ 그룹 A 대회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한 모습.

▲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 지난 2017년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Ⅱ 그룹 A 대회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한 모습. ⓒ 연합뉴스


현재 여자 대표팀의 최대 이슈는 남북 단일팀 구성이다. 남측 선수 23명에 북측 선수 12명을 합쳐 35명으로 구성하되, 경기 때 벤치에 앉는 출전 엔트리 22명에는 북측 선수 3명을 포함하도록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단일팀은) 올림픽 스포츠 통합의 힘을 보여주는 위대한 상징이 될 것(토마스 바흐 위원장)"이라고 평가했다.

일은 급작스럽게 진행됐지만 단일팀 구상 자체는 오래된 편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지난해 6월 방한했을 때,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추진 의사를 밝혔고 머리 감독도 북한 선수들의 경기 모습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선수들의 역량을 평가했다. 르네 파젤 IIJF 회장도 지난 4월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팀 대결을 관전하면서 관심을 내보이기도 했다.

남북한, 평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추진 남북한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2017년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Ⅱ 그룹 A 대회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한 모습.

지난 2017년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Ⅱ 그룹 A 대회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기량을 닦아온 남측 선수 3명의 출전 기회가 제약 당하는 탓에 부정적 여론이 불거진 상황이다. 보통 네 개의 라인으로 구성돼 쉴 새 없이 교체 투입되는 경기 특성상 남측 선수에게 고루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조직력 약화를 피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머리 감독은 지난 22일 취재진과 만나 "워낙 역사적인 일이라 그 일부분이 된다는 점이 흥분되지만 우리 선수 23명 중 일부의 희생을 담보로 했다는 점에서 만감이 교차한다"면서 "지금 우리의 계획은 북한 선수 12명 중에서 최고의 선수를 뽑아서 경기에 승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아이스하키(금메달 2개)
남자/ 여자


평창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백지선 남북 단일팀 여자 아이스하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