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의 잭 윌셔(Jack Wilshere)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팀이 '바르셀로나'이다. 10-11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당시 19살의 어린 선수가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더를 휘저으며 본인의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까지 볼 수 있는 윌셔의 최고 모습이었다. 높은 기대감과 다르게 매년 지독히 부상에 시달리며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었고, 아스널에서의 생활도 장담할 수 없었다.

결국 지난 시즌 윌셔는 본머스로 임대를 갔다. 본머스에서도 물론 부상에서 자유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경기에 출전하며 조금씩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본머스에서 어느 정도 폼을 회복한 윌셔는 이번 시즌 다시 아스널에 합류했다. 시즌 초반에는 로테이션 자원으로 유로파리그와 컵대회에서 선발로 출전했다. 프리미어리그(아래 EPL)에서는 주로 교체로 출전하며 아스널에서 적응기를 가져갔다. 로테이션으로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윌셔는 좋은 활약을 펼쳤다. 여전히 창의적인 미드필더로서 본인의 장점을 잘 발휘했고, 많은 아스낼 팬들은 리그에서도 윌셔의 선발 출전을 기대했다.

결국 램지의 부상, 자카의 부진으로 EPL 17R 웨스트햄전에서 처음으로 선발 출전하며 부활을 알렸다. 그 후 윌셔는 계속해서 리그에서도 선발로 출전하며 아스널의 중원을 이끌었고, 이제는 없어서는 안될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중앙 MF' 그라니트 자카의 도우미

UEFA 챔피언스 리그 지난 23일(현지시각), UEFA 챔피언스 리그 16강전 아스널 FC와 FC 바르셀로나의 경기가 열리는 영국 런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의 전경.

▲ UEFA 챔피언스 리그 영국 런던에 있는 아스널의 홈 구장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의 전경. ⓒ 연합뉴스/EPA


지난 시즌부터 아스널 중원의 한자리를 차지한 선수는 자카였다. 자카는 정확한 킥 능력을 바탕으로 아스널의 볼 배급을 담당했다. 지난 시즌 준수한 활약을 펼친 자카는 이번 시즌에는 팀의 불안요소가 되었다.

정확한 킥 능력을 가지고 있는 자카는 순발력과 수비를 보호해주는 역할에서 명확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순발력이 떨어지면서 상대에게 중원의 공간을 내주고, 동시에 수비 라인을 보호해주지 못하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패스 미스까지도 남발하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물론 아스널에서 자카는 백 쓰리를 보호하는 수비형 MF로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원래 자카의 포지션은 중앙MF인데 수비적인 약점이 있는 선수에게 수비적인 MF의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그로 인해 자카의 단점이 더더욱 드러나게 됐다. 이러한 자카의 도우미로 윌셔가 출전해 도움을 주고 있다.

자카보다 패스 능력이 뛰어나고, 직접 볼을 가지고 운반할 수 있는 윌셔이기에 후방에서부터 직접 빌드업을 담당하고 있다. 윌셔가 후방에서 빌드업을 하는 동안, 자카는 중앙 MF에 위치하며 패스의 흐름을 이어주고 있다. 수비적인 역할에서도 윌셔가 더 나은 순발력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차세대 아스널의 핵심, '부상 없는' 잭 윌셔

산체스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면서 더더욱 아스널 공격의 핵심은 외질이 될 것이다. 산체스의 대체자로 미키타리안이 합류하고 오바메양의 아스널 이적이 가까워졌다는 소식도 있지만, 아스널에서의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기에 외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최근 외질은 폼을 많이 되찾으면서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질을 더욱 살릴 수 있는 것도 역시 윌셔다.

외질이 아스널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15-16 시즌은 카솔라의 존재가 대단히 컸다. 외질이 특히 공격 지역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카솔라가 3선에서 1차 빌드업 역할을 담당했다. 드리블을 통한 탈압박, 짧은 패스, 정확한 킥 능력을 바탕으로 한 롱 패스 등 카솔라의 능력은 외질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선수였다.

하지만 카솔라가 부상으로 장기간 전력에 이탈하면서 아스널의 후방 빌드업은 문제가 생겼다. 2선으로 볼이 배급되지 않자 외질이 직접 볼을 전개하기 위해 내려가기 시작했고, 이는 공격에서의 외질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없었다. 이는 아스널의 공격이 답답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카솔라의 역할을 이제는 윌셔가 대신하고 있다. 실제로 플레이 스타일에서도 카솔라의 역할을 가장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윌셔다. 윌셔의 후방 빌드업으로 외질이 공격 지역에서 창의적인 능력을 집중적으로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마무리 능력이 뛰어난 라카제트, 공격의 템포를 살려줄 수 있는 미키타리안이 동시에 살아나 아스널 공격의 다양성이 만들어질 수 있다. 최근 외질은 여러 이적설이 있었지만 재계약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윌셔와의 호흡이 더욱 기대되는 상황이다.

우승 경쟁을 하는 상황이든, 변화의 시기에 놓여 있는 상황이든 팀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코어라인의 구축이 대단히 중요하다. 아스널은 코어라인의 구성에 있어 절대적으로 경쟁팀에 비해 떨어진다. 현재 아스널은 아르센 벵거 그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코어라인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 짧게는 챔스 복귀를 위해, 길게는 벵거 이후의 새로운 아스널을 위해 코어라인의 핵심은 '부상 없는' 잭 윌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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