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리미어리그 '꼴찌' 스완지 시티가 공식전 18경기 무패행진 중이던 리버풀을 잡았다. 직전 경기에서 맨체스터 시티에 올 시즌 '첫 패배'를 안긴 그 리버풀이다. BBC 등 영국 주요 언론도 경기 결과를 보도했다.

스완지가 23일 오전 5시(아래 한국시각) 영국 웨일스 스완지에 위치한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아래 EPL) 24라운드 리버풀과 맞대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스완지는 공식전 4경기 연속 무패(2승 2무)를 내달리면서 강등권 탈출 가능성을 높였다.

스완지는 수비에 중점을 두면서 경기에 임했다. 5-4-1 전형이었다. 좌우측 수비의 공격 가담은 많지 않았다. 중원에 배치된 기성용도 수비에만 집중하면서, 중앙선 부근을 넘어서지 않았다. 프리킥이나 코너킥 같은 세트피스가 아니면, 전방에 위치한 안드레 아예유를 포함한 2~3명의 선수만이 공격에 나섰다.

답답했던 리버풀, 선제골 터뜨리는 데 실패

 2018년 1월 23일(한국시간)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 스완지 시티 vs 리버풀의 경기 결과를 보도한 BBC 기사. 영국 스완지의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꼴찌' 스완지가 '무패 행진'을 하던 리버풀을 상대로 1-0 스코어로 승리했다.

2018년 1월 23일(한국시간)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 스완지 시티 vs 리버풀의 경기 결과를 보도한 BBC 기사. 영국 스완지의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꼴찌' 스완지가 '무패 행진'을 하던 리버풀을 상대로 1-0 스코어로 승리했다. ⓒ BBC


리버풀이 주도권을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홈팀 스완지가 완전히 내려서면서, 손쉽게 볼을 소유했다. 문제는 세밀함이었다. 바르셀로나로 떠난 필리페 쿠티뉴의 공백이 느껴졌다. 밀집해 있는 수비를 창의적인 패스와 드리블로 뚫어낼 수 있는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올 시즌 스완지가 기록한 득점보다 많은 골을 넣고 있는 모하메드 살라, 다재다능한 스트라이커 호베르투 피르미누, 재간둥이 사디오 마네가 조용했다. 공간이 생기지 않으면서, 전방의 위력이 떨어졌다.

위르겐 클롭 축구의 상징인 전방 압박도 통하지 않았다. 스완지는 자신들의 지역에서 볼을 잡으면 넓게 퍼졌다. 볼을 빼앗자마자 전방으로 걷어내기보단, 좌우로 돌리면서 압박을 뚫어냈다. 리버풀의 압박이 제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끝에서 끝으로 주고받는 스완지를 어찌할 수 없었다.

리버풀은 답답했다. 오랜 시간 볼을 소유하며 공격을 전개했지만, 전반 32분에서야 첫 유효 슈팅이 나왔다. 이적 후 첫 EPL 경기에 나선 중앙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가 날카로운 헤더와 예리한 침투 패스로 공격에 힘을 보탰지만, 선제골은 터지지 않았다. 살라의 중거리 슈팅은 골문을 크게 벗어났고, 알렉스 옥슬레이드 챔벌레인의 슈팅에는 힘이 실리지 않았다.

스완지, 리버풀 울린 결정적 '한 방'

스완지는 리버풀보다 18개가 적은 슈팅 3개를 시도했다. 그런데도 승점 3점을 챙겼다. 90분 내내 움츠린 채로 경기에 임했지만, 문제없었다. 전반 40분, 공격에 가담한 중앙 수비수 알피 머슨이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코너킥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반 다이크가 머리로 걷어낸 것이 페데리코 페르난데스 몸을 거쳐 머슨에 향했다. 머슨은 지체 없이 슈팅을 때렸고, 골망을 갈랐다.

스완지는 이 한 골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선제골에 흥분하지 않았고, 상대 공격에 당황하지 않았다. 리버풀이 강하게 올라올 땐, 중앙으로 최대한 밀집해 슈팅을 막는 데 주력했다. 무리한 압박보다는 자리를 지키며 공간을 틀어막았다. 볼을 빼앗으면 전반 초반처럼 경기장을 폭넓게 활용해 리버풀의 압박을 이겨냈다.

1-0 승리. 스완지는 후반 추가 시간 막판 골대 행운까지 따르면서 승점 3점을 챙겼다. 지난달 27일, 전반기 맞대결에서 0-5로 대패했던 아픔도 털어냈다. 이번 승리로 강등권 탈출이 코 앞이다. 19위 웨스트브롬과 승점 동률을 이뤄냈고, 17위 스토크 시티와 승점 차를 3점으로 좁혔다.

'칭송받지 못한 히어로' 기성용, 공격 시발점 역할 했다

국내 팬들의 관심은 역시 기성용이다. 대표팀 주장이자 핵심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둔 만큼, 기성용의 몸 상태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리버풀전 기성용은 눈에 띄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띌 수가 없었다. 프리킥이나 코너킥 키커로 나설 때가 아니면, 공격 진영에서 얼굴을 보기 어려웠다. 후반 3분, 아예우가 주도한 빠른 역습 상황에서 페널티박스 안쪽까지 진입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스완지 승리 중심에는 기성용이 있었다. 기성용은 최종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에 위치해 90분을 소화했다. 흐트러짐이 없었다.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스완지 골문을 향하던 리버풀의 패스를 5차례나 끊어냈다. 양 팀 통틀어 최다였다. 볼이 향하는 방향과 상대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한 결과다. 

기성용은 수비 가담에도 활발했다. 위험 지역 슈팅을 내줄 수 있는 상황에서 2번이나 볼을 걷어냈다. 예리한 태클로 역습을 끊기도 했고, 거친 몸싸움과 공중볼 경합도 피하지 않았다. 리버풀 중원을 책임진 엠레 찬, 챔벌레인의 순간적인 공간 침투도 철저하게 틀어막았다.

기성용은 공격의 시발점 역할도 확실히 했다. 특히, 스완지가 리버풀의 전방 압박을 이겨낸 데는 기성용의 역할이 컸다. 경기장의 폭넓은 활용을 가능하게 했던 패스를 기성용이 도맡았다. 가운데서 볼을 잡아 좌우로 넓게 벌려주고, 공격으로 나아가는 패스를 선보였다. 슈팅으로 이어진 키패스는 없었지만, 패스 성공률이 무려 97%였다.

월드컵을 앞둔 대표팀에 희소식이다. 올 시즌 기성용은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지난해 여름 무릎 수술로 인해 10월에서야 그라운드에 복귀했지만, 지난달 또다시 쓰러졌다.

그러나 기성용은 여전했다. 한 달여의 재활을 거친 뒤 13일 돌아왔고, 복귀 3경기 만에 '거함' 리버풀을 잡아내는 데 힘을 보탰다. 돋보이진 않았지만, 묵묵히 제 몫을 하면서 팀을 이끌었다. 잦은 부상과 결장, 감독 교체에도 불구하고 입지에 영향이 없는 이유를 보여줬다.   

이제는 꾸준함이 중요하다. 더 이상 다치지 않고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날처럼 강팀과 경기에선 수비에 치중하지만, 전력이 대등한 팀과 경기에선 공격적인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기성용은 2014·2015시즌 리그 8골을 뽑아내며 공격 재능을 과시한 적이 있다. 지난 시즌부터 현재까지 득점이 없는 만큼, 공수 능력을 겸비한 미드필더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기성용이 리버풀전 승리를 계기로 승승장구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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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지 시티VS리버풀 기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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