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추신수가 풀타임 1번타자로 활약했다면 올 시즌 성적은 더욱 올라갔을 것이다.

만약 추신수가 풀타임 1번타자로 활약했다면 올 시즌 성적은 더욱 올라갔을 것이다. ⓒ MLB.com


메이저리거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는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이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2000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며 미국무대에 진출한 이래 오랜 시간 험난한 마이너리그 생활과 이방인의 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메이저리그에 입성에 성공했으며 어느덧 연봉 2천만 달러를 받는 스타급 선수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추신수는 현재 '성공한 메이저리거'의 삶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13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어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약 1515억 원) 규모의 대형 장기계약을 체결하며 억만장자의 반열에 접어들었고 아직 계약 만료까지 3년간 60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이 남아있다. 최근 한 TV 프로그램을 통하여 미국 현지에서 추신수의 호화로운 자택이나 가족들과의 행복한 생활이 공개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겉으로 화려하고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정작 추신수를 바라보는 현지의 평가나 분위기는 딴판이다. 메이저리거로서의 성공과 텍사스와의 대형계약 등을 통하여 모두가 부러워하는 야구인생의 정점에 선 듯했지만, 정작 야구선수 추신수에 대한 평가는 이후 해마다 점점 하락하고 있다. 묘하게도 추신수의 연봉이 늘어날수록 명성은 점점 추락해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역대 최악의 계약? 연봉은 갈수록 오르는데

미국 유명 스포츠매체 ESPN은 지난 17일 메이저리그 30개 구단별로 '최악의 계약'을 선정했는데 텍사스에서는 추신수와 프린스 필더가 이름을 올렸다. 필더가 은퇴 선수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추신수를 현재 텍사스 최악의 선수로 지목한 셈이다. 이 매체는 추신수를 "리그 평균 정도의 타자"라고 평가하며 "가치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내지못하는 지명타자와 외야수에게는 적합한 몸값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추신수는 텍사스에서 4년 동안 46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9 448안타, 출루율 0.358, 64홈런 217타점 275득점을 남겼다. 2016년 부상으로 고작 48경기 출장에 그친 것을 비롯하여 4년간 각종 부상으로 결장한 경기만 무려 179경기로 벌써 메이저리그 한 시즌(162경기) 일정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2017시즌에는 모처럼 149경기에 출전하여 타율 .261(544타수 142안타) 22홈런 96득점 78타점 77볼넷 12도루 134삼진 출루율 .357 OPS .780로 반등했다.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출루율은 규정타석을 소화한 팀 내 타자 가운데 가장 높았고 홈런은 개인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타격에서는 나름 분전했다. 하지만 높은 몸값에 비하면 여전히 기대에 많이 못미치는 수준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수비에서도 외야수와 지명타자를 번갈아가며 출전했으나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며 점수를 까먹었다.

그런데도 추신수는 2018시즌에는 연봉으로 무려 2천만 달러를 받게되며 2019시즌과 2020시즌에는 2천100만 달러까지 몸값이 오른다. '먹튀'까지는 과하더라도 '계륵'이라는 표현은 부정하기 어려운 정도의 성적과 몸값이다.

추신수가 연봉 대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 ESPN만의 평가는 아니다. '댈러스모닝뉴스' 등 텍사스 지역언론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텍사스의 추신수 영입을 '실패한 계약'으로 평가하며 비판적인 언급을 지속해왔다. 추신수가 팀의 리빌딩에 방해가 된다는 주장이 나온 것도 여러 차례였다. 높은 몸값 때문에 현실적으로 당장 추신수를 트레이드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부에서는 "어차피 추신수가 있더라도 텍사스가 우승전력과는 거리가 있는만큼 과감하게 나이든 선수드을 정리하고 유망주들 위주로 새 판을 짜아야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처럼 "현재 텍사스에 추신수만한 생산성을 지닌 타자도 없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경우도 있지만 이마저도 30대 중반을 넘긴 추신수가 남은 계약기간 동안에는 그 정도의 생산성을 유지할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했다.

대표팀으로 병역 면제는 받았으나...

국내에서도 추신수에 대한 이미지가 썩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던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박찬호나 지금의 류현진같은 강력한 팬덤은 없어도 별다른 안티도 없던 긍정적이고 모범적인 이미지의 선수였지만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우승과 FA 대형 계약 이후 보여준 실망스러운 행보에 등을 돌린 팬들도 적지않다.

추신수는 광저우 AG 우승으로 병역혜택을 받았으나 이후로는 국가대표 소집에 단 한번도 응하지 않았다. 이듬해인 2011년에는 현지에서 음주운전으로 큰 물의를 빚기도 했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 FA를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국가대표 차출을 거부했던 추신수는 2017년에는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대표팀 합류에 모처럼 관심을 보이는 듯 했으나 부상을 우려한 구단의 만류로 이마저도 불발됐다.

장기계약 이후 고액연봉자로서 명백히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뒀음에도 인터뷰 등에서 자신의 성과를 옹호하거나 변명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도 아쉬움을 주고 있다. 비록 현재는 비시즌이기는 하지만 방송프로그램 고정 출연에 대해서도 '지금 시점에서 과연 맞는 선택인가' 호불호가 엇갈리는 반응들이 존재한다.

추신수와 텍사스와의 계약기간은 이제 3년이 남았다. 이 기간동안 추신수가 텍사스에 계속 남아있을지 혹은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선수생활을 이어갈수 있을지 무엇도 확신하기 어렵다. 어느덧 추신수도 36세의 노장이 되었고 기량은 전성기에서 서서히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있다. 과거에 박찬호가 그러했듯이 이대로라면 추신수의 텍사스 시절은 끝내 실패한 계약이라는 이미지로 남게될 가능성이 더 높다.

추신수의 야구인생 최고의 전성기는 신시내티 시절인 2013년이다. 남은 메이저리그 인생은 물론이고 텍사스를 떠나기 전에 한번 정도는 2013년급의 활약을 재현하며 명예회복하기를 기대하는 팬들이 적지않다. 문제는 해마다 연봉은 높아지는 반면 성적에 대한 기대치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나이들어가는 추신수에게 이제 가장 큰 적은, 더이상 언론도 부상도 아닌 바로 야속한 세월과의 싸움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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