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넴의 신보 < Revival >

에미넴의 신보 < Revival > ⓒ 유니버설뮤직


에미넴(Eminem)은 대체 불가능한 이름이다. 그는 '화이트 트래쉬'(미국의 저소득층, 육체노동자들을 경멸적으로 칭하는 단어다. 에미넴은 이 단어로 스스로를 규정했다.)에서 출발해, 유일무이한 랩 슈퍼스타가 되었다. 또한 흑인 중심의 장르인 힙합에서 최고가 된 백인이다. 현재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랩퍼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역시 자신의 가사 속 표현들은 에미넴으로부터 배운 것이라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 이름이 언제나 최고의 앨범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 Revival >은 발표와 동시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고, 60만 장의 판매량을 올렸다. 그러나 앨범에 대한 팬과 평단의 평가는 그 어느 때보다 부정적이다. 웹진 피치포크는 < Revival >에 대해 '에미넴의 명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흔한 앨범'이라는 혹평을 남기기도 했다.

여전한 기량 하지만...

물론 에미넴의 랩실력은 건재하다. 그는 여전히 감정 표현과 완급 조절에 능한 랩퍼다. 재치 있는 표현으로 듣는 사람을 감탄시키는 능력 역시 변하지 않는다. 인간으로서, 창작자로서 마주하는 한계를 고백한 'Walk On Water'의 진솔함이 좋다. 소중한 이들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는 'Arose'는 앨범의 마지막 트랙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 두 곡만 들어도 에미넴은 여전히 훌륭한 스토리 텔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신보 발표를 앞둔 지난 10월, 미국 BET 어워드에서 'Strom'이라는 제목의 무반주 랩을 선보였다. 이 영상 속에서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맹렬한 디스를 선보이며, 힙합 팬들에게 다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Untochable'은 'Storm'의 기세를 그대로 이어가는 곡이다. 트럼프와 인종 차별의 현실을 강한 어조로 공격하는 한편, 미국 사회가 수많은 사람의 피를 밟고 만들어졌음을 강조한다.

기량은 여전하다. 그렇다면 왜 에미넴의 새 앨범이 혹평을 받고 있는가. < Revival >의 문제는 프로덕션이다. 영원한 파트너 닥터 드레(Dr.Dre)와 릭 루빈(Rick Rubin)이 총괄 프로듀서로 나섰지만, 그 이름값이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Nowhere Fast'나 'Offended'는 비트가 랩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지경이다. 에미넴의 비트 선정 능력에 대한 팬들의 볼멘소리는 당분간 잦아들지 않을 것 같다.

 에미넴의 신보는 상업적으로는 흥행했으나, 평단에서는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에미넴의 신보는 상업적으로는 흥행했으나, 평단에서는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 유니버설뮤직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에드 시런이 피쳐링한 'River', 알리샤 키스가 힘을 보탠 'Like Home'을 비롯 팝 보컬 중심의 트랙들이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듣기에는 편한 곡들이지만,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Believe'에서는 트랩 사운드를 기반으로 미고스(Migos) 식의 플로우를 시도한다. 트렌드와 발을 맞추고자 한 그의 의도는 알겠지만,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껴입은 것처럼 느껴진다. 'Remember Me'처럼 록을 기반으로 한 곡들 역시 진부하다. < Revival >은 동어 반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 하며, 마지막 두 곡을 제외하면 트랙 구성 역시 중구난방이라는 느낌을 감추기 어렵다.

과연 에미넴의 음악적 목표가 '어디서 들어본 듯한 팝 랩'일까?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여름 발표된 제이지(JAY-Z)의 < 4:44 >를 들어보자. 제이지는 트렌드와 아티스트 고유의 멋을 잘 조화시키면서, < 4:44 >를 자신의 후반기 커리어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만들었다. '랩의 신' 에미넴에게도 새로운 계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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