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오늘의 게스트 데이비드 레터맨 쇼 한 장면

▲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오늘의 게스트 데이비드 레터맨 쇼 한 장면 ⓒ 넷플릭스


"미셸과 놀러 나갔어요. 그동안 같이 놀지 못했었죠. 10일 동안 아내와 멋진 시간을 보냈어요. 새로운 집을 마련했고요. 업무에 사로잡혀 있던 때가 그립지는 않았어요. 집 안을 어슬렁거리는 걸 즐기면서 커피 메이커가 어떻게 작동되나 보고 옷장 안 공간을 두고 미셸과 다투기도 했죠."

버락 오바마는 대통령 직에서 물러난 직후 소회가 어땠느냐는 데이비드 레터맨의 질문에 위처럼 대답했다. 넷플릭스가 최근 방영을 시작한 토크쇼 <오늘의 게스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데이비드 레터맨 쇼>(My Next Guest Needs No Introduction with David Letterman)에서다.

오바마의 진단

레터맨은 미국 CBS 장수 토크쇼 <레이트 쇼 위드 데이비드 레터맨>(Late Show with David Letterman)을 22년간 진행했던 방송인이며, 지난 2015년 5월 은퇴했고 이번에 넷플릭스를 통해 새로운 토크쇼를 시작하게 됐다.

이 토크쇼와 관련해 얼마 전 미국 언론 매체들은 오바마가 정치 양극화와 소셜미디어 부작용을 이야기한 대목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 아니냐는 뉴스를 내보낸 적이 있다. 하지만 정작 그 부분에서 오바마가 강조한 것은 다른 것이다.

핵심은 지금 폭스 뉴스를 보는 사람과 NPR(미국 공영 라디오방송)을 듣는 사람이 다른 행성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는 그의 표현에 있다. 즉 이들이 공유하는 기본적인 사실이 점점 줄고 있다는 점이 오늘 미국 민주주의가 목도하고 있는 가장 큰 위협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것이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진단한다.

이 토크쇼는 이렇게 시사적인 이야기와 함께 오바마의 개인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데도 상당한 비중을 할애한다. 덕분에 정치인이 아닌 인간 오바마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가 아내 자랑, 딸 자랑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여염집 아버지의 그것과 영락없이 닮아 있고, 단순한 부품 서너 개짜리 전등을 조립하는 데 30분이나 걸렸다는 고백에서는 그도 빈구석이 있는 남자라는 의외의 면모가 드러난다.

인상적인 건 오바마가 가족 사랑과 관련하여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는 대목이다. 이미 많이 알려진 것처럼, 오바마의 성장기 때 그의 아버지는 줄곧 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오바마는 이에 대해 오히려 그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그의 부재가 결국 자신을, 곁에서 두 딸의 삶을 지키는 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는 것이다.

행동하는 시민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오늘의 게스트 데이비드 레터맨 쇼 홍보 이미지

▲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오늘의 게스트 데이비드 레터맨 쇼 홍보 이미지 ⓒ 넷플릭스


이 토크쇼에는 이 외에도 어머니에 대한 언급이라든가 지금은 고인이 된 뮤지션 프린스와 얽힌 일화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제법 많다. 그러나 오바마와 레터맨 두 사람이 이번 대담을 통해 가장 집중한 건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바꾸는 법이다.

두 사람은 1965년 앨라배마 주 셀마에서 불길이 타오른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민권 운동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들이 남긴 정신을 논하고, 그 유산이 퇴보하고 있는 '트럼프 시대' 미국사회 현실을 환기시킨다. 이와 관련하여 오바마는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결국 나라의 양심을 깨울 수 있는 건 행동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인들도 귀담아들을 만한 내용이다.

"아까 인종차별에 대해 얘기했었죠. 사람들의 침묵이 그런 일이 벌어지게 만드는 겁니다. 존 루이스나 마틴 루터 킹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은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법입니다. 학대, 불평등, 부당함을 목격했을 때 왜 그렇지? 나도 이 일부인가? 이를 위해 행동할 수 있는가? 이를 바꾸기 위해 어떤 희생을 치를 수 있는가? 늘 그렇듯이 보통의 사람들이 결정하는 겁니다."

레터맨은 이런 오바마를 앞에 두고 다시 집무실로 가야겠다는 덕담을 건넨다. 물론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 헌법에 따라 오바마는 다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그의 인기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듯하다.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 현직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걸 보면 오바마는 토크쇼에서 스스로에 대해 언급한 것처럼 정말 억세게 운이 좋은 남자인지도 모른다.


데이비드 레터맨 쇼 버락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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