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의 라이벌들이 있다. 뉴욕주에서 시작돼 캘리포니아주까지 라이벌 구도가 이어지고 있는 내셔널리그의 LA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그 유명한 '밤비노의 저주'가 시작된 베이브 루스 이적이 화근(?)이 돼 라이벌 관계가 시작된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라이벌 역사는 100년을 넘나들고 있지만 여전히 만날 때마다 명승부를 연출하며 야구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메이저리그만큼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V리그에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클래식 라이벌'이 존재한다. 바로 실업배구 시절부터 라이벌 구도를 이어온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와 삼성화재 블루팡스다. 1995년에 창단된 삼성화재가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우수 선수를 싹쓸이하면서 기존 명문팀이었던 현대자동차서비스의 아성을 무너트렸다. 이후 삼성화재가 새로운 제왕으로 등극하면서 양 팀의 라이벌 구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양 팀은 V리그 출범 후에도 무려 7번이나 챔피언 결정전에서 맞붙었다. 2014년 로버트 랜디 시몬을 앞세운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의 등장으로 지난 세 시즌 동안 잠시 시들했던 양 팀의 라이벌구도는 2017-2018 시즌 삼성화재의 부활과 함께 다시금 불타오르고 있다. '꿀잼'을 보장하는 라이벌 구도가 살아나면서 전반기 V리그 남자부도 대단히 흥미롭게 진행됐다.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 클래식 라이벌이 살아났다

 신영석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V리그 남자부 전반기 최고의 센터였다.

신영석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V리그 남자부 전반기 최고의 센터였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은 상대적으로 위력이 떨어지는 외국인 선수 다니엘 갈리치(등록명 대니)를 데리고도 10년 만에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시즌에도 현대캐피탈은 외국인 선수 아르파드 바로티가 시즌 개막 직전에 부상을 당하며 안드레아스 프라코스로 교체되는 악재를 겪었다. 하지만 역시 '디펜딩 챔피언'의 위력은 어디 가지 않았다. 시즌 개막 후 11경기에서 6승5패에 그쳤던 현대캐피탈은 이후 11승2패로 질주하며 선두 자리를 차지한 채 전반기 일정을 마쳤다.

여전히 외국인 선수 안드레아스(득점9위)의 활약은 타 팀 외국인 선수에 비해 다소 부족했지만 득점 6위(414점, 국내 선수 1위) 문성민과 블로킹 1위(세트당 0.92개) 신영석이 외국인 선수 부럽지 않은 뛰어난 활약을 펼쳤고 신예 센터 차영석,김재휘의 활약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노재욱 세터가 허리 부상 속에서도 정확하고 과감한 토스워크로 팀을 든든하게 이끌어 줬다. 세터 출신 최태웅 감독은 후반기에도 노재욱 세터의 허리가 잘 견뎌주길 기원하고 있다.

지난 시즌 V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봄배구 진출에 실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던 삼성화재는 신진식 신임 감독을 중심으로 전반기 2위를 차지하며 명가부활을 외치는데 성공했다. 시즌 개막 후 2연패를 당했던 삼성화재는 이후 파죽의 11연승 행진을 달리며 '무적함대의 귀환'을 알렸다. 비록 4라운드 시작과 함께 3연패를 당했지만 전반기 마지막 3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좌우쌍포' 타이스 덜 호스트와 박철우가 전반기에만 1040점을 합작한 가운데 센터 김규민과 박상하도 블로킹 부문에서 각각 2,3위에 오르며 허전했던 중앙을 든든히 지켰다. 전반기 수비 부문(리시브+디그)  1위(세트당 6.17개)에 오른 '살림꾼' 류윤식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삼성화재가 후반기 1위를 넘보기 위해서는 전반기 10번에 달했던 풀세트 승부를 줄여 선수들의 체력과 승점 관리에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이번 시즌 전반기도 3위로 마감했다. 하지만 서재덕과 윤봉우 등 부상 선수들이 속출한 어려운 상황에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는 남다르다. 특히 노장 권영민을 제치고 주전 자리를 차지해 신인왕 레이스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이호건 세터의 활약이 기대 이상이다. 한국전력은 후반기 복귀가 예정된 부상 선수들과 함께 두 시즌 연속 봄배구 진출에 도전할 예정이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 대한항공의 부진과 꿈도 희망도 없는 OK저축은행

 우리카드의 성적을 떠나 파다르의 전반기 활약은 완벽, 그 자체였다.

우리카드의 성적을 떠나 파다르의 전반기 활약은 완벽, 그 자체였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 대한항공은 승점 35점으로 4위를 기록하며 다소 아쉬운 전반기를 보냈다. 승률(.542)에서는 한국전력(.500)을 앞섰지만 승점 관리가 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물론 그런 부분을 떠나서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했던 팀이 이번 시즌 중위권에 머물러 있다는 부분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대한항공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는 외국인 선수 미차 가스파리니가 득점(629점)과 서브(세트당 0.70개) 부문에서 각각 2위에 오르며 분전했지만 국내 선수들의 도움이 부족했다. 특히 지난 시즌 공격 성공률 1위(57.12%)에 올랐던 김학민이 시즌 초반에 당한 발목 부상 후유증으로 21경기에서 78득점에 그치고 있는 점이 치명적이다. 만33세 가스파리니의 체력부담이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후반기 반전을 보여주지 못하면 봄배구 진출도 장담할 수 없다.

의정부로 연고지를 옮기며 야심차게 새출발했던 KB손해보험 스타즈는 3라운드까지 5할 승률을 유지하다가 4라운드에서 2승 4패에 그치며 5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외국인 선수 알렉스 페헤이라가 득점 5위(546점)에 오르며 제 몫을 해줬지만 문성민,박철우,전광인 등 국내 거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기대했던 이강원이 기복을 보인 것이 아쉬웠다. 센터진 역시 여전히 이선규와 하현용의 노익장에만 기대고 있어 한계가 뚜렷하다.

크리스티안 파다르는 전반기 득점(688점)과 서브(세트당 0.71개) 1위, 공격성공률 3위(54.09%)에 오르며 최고의 외국인 선수다운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파다르를 보유한 우리카드 위비는 전반기 6위에 그치며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는 '원맨팀'의 전형을 보여줬다. 박상하의 이적과 박진우의 입대로 허약해진 센터진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우리카드는 7개 구단 중 유일하게 세트당 팀 블로킹이 2개가 채 되지 않는 1.92개에 그치고 말았다.

그럼에도 우리카드가 옅은 미소라도 지을 수 있는 이유는 '꿈도 희망도 없는' 시즌을 보내고 있는 최하위 OK저축은행이 있기 때문이다. OK저축은행은 전반기 24경기 중 단 5승에 그치며 승점18점으로 독보적인 최하위에 머물렀다. 특단의 조치로 취했던 외국인 선수 교체도 전혀 해답이 되지 못했다. 이제 후반기 OK저축은행에게 패하는 중상위권팀들은 순위싸움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그만큼 OK저축은행이 상대에게 만만한 팀이 됐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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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자부 전반기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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