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일이 변했다?  우울, 염세적인 가사 + 공격적인 사운드

 지난 16일 신보 < ELEPHANT >를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정준일

지난 16일 신보 < ELEPHANT >를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정준일ⓒ 엠와이뮤직


'안아줘', '첫눈'(드라마 <도깨비> 삽입곡), '바램', '고백' 같은  발라드 정도로만 정준일을 기억하는 대중들에게 새 미니 음반 < ELEPHANT >은 충격을 전해줄 만한 음반이다.

5곡 중 머릿곡 'Say Yes' 등 3곡이 KBS를 제외한 방송국에서 금지 처분을 받을 만큼 암울하고 염세적인 가사로 꾸며진데다 사운드도 무겁고 어두움 속에 때론 격한 감정을 담을 만큼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그를 가리켜 "1990년대 발라드의 적자"라고 칭송하기도 했지만 < ELEPHANT >만 떼어 놓고 말한다면 이런 언급은 말 그대로 '번지수 잘못 짚은' 일이 아닐까 싶을 지경이다.

음반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2곡의 연주곡 '유월', 'Walk'는 그동안 정준일이 들려줬던 서정성 짙은 음악에서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런데 'Say Yes', 'Hell O', 'Whitney'로 이어지는 3곡의 보컬 곡에선 기존의 고정 관념을 송두리째 무너뜨린다.

[정준일 Say Yes 공식 뮤직 비디오]


이른바 '로우 파이'(Lo-Fi,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소리를 들려주는 음악 장르의 일종 - 기자 주)스러운 분위기로 흔들림 없이 노래하는 'Say Yes'는 염세적 혹은 비관적인 가사로 우울함의 끝을 보여준다.

이러한 정서는  웅장함을 연출하는 오케스트라 + 김세황의 격정적인 일렉트릭 기타 연주가 더해진 'Hell O'를 거치면서 분노로 치닫는다. 누군지 그 존재를 정확히 알순 없지만 '너(You)'라는 사람에 대한 증오, 적개심을 담은 가사는 마이너 톤의 록 발라드 혹은 아트 록의 분위기 속에 미친 듯이 표효한다.

그리고 라디오헤드 혹은 포큐파인 트리 같은 모던 록 + 프로그레시브 록의 기운이 강하게 드리워진 'Whitney'를 통해선 주위 모든 감정마저 송두리째 파괴해버린다.

스래쉬 메탈 밴드 크래쉬의 보컬리스트 안흥찬이 내뱉는 극단적인 쇳소리 + 이번엔 톤을 바꾼 김세황의 공격적인 기타 선율 속에 일말의 희망마저 마치 한줌의 재처럼 날려버린다.

정준일은 변하지 않았다? 빼어난 멜로디 감각은 '여전히 그대로'

 지난 16일 발표된 정준일의 새 미니 음반 < ELEPHANT >

지난 16일 발표된 정준일의 새 미니 음반 < ELEPHANT >ⓒ 엠와이뮤직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어요.
1/16 EP 'ELEPHANT'  
-정준일-  (단 3줄의 신보 소개 문구)


사실 < ELEPHANT >의 정서는 지난 2016년 발매된 미니 음반 < UNDERWATER >를 통해 잠시 맛보기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작품도 머릿곡 'Plastic'(비와이 협연), 'Useless' 등이 방송 금지처분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엔  상대적으로 절제된 감정으로 노래했기에 이번 신작을 접한 음악팬들은 당혹감을 느낄 법 하다.

실제로 주요 음원 사이트 댓글에서도 다양한 호불호 의견이 개진될 만큼 < ELEPHANT >는 역대 정준일 음반 중 가장 이질적인 작품으로 손꼽아도 크게 무리는 없어 보인다.

어떤 점에선 그간 정준일을 바라보는 '주위의 날 선 시선("대중적인 발라드만 한다", "엇비슷한 스타일의 답습이다" 등)에 대한 음악적 대답으로 이런 구성의 음반을 만든 것인가'라는 생각도 갖게 만든다.

그런데 가사, 일부 곡의 표현 방식을 제외하면 이번 새 음반은 오히려 기존 정준일이 들려준 음악 노선의 연장선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차분히 곡 하나 하나를 들여다 보면 여전히 건반+오케스트라라는 정준일 음악 속 2개의 중심 악기의 존재감은 그대로인데 멜로디의 전개 역시 큰 흔들림 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저 어느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어둡고 우울하고 때론 사악하고 악독한 감정을 가사와 소리를 통해 공개적으로 드러냈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강추]
실컷 울고 싶거나 화를 내고 싶을 만큼 격한 감정을 마음 한 구석 담아둔 분

[비추]
가볍게 생활 속 BGM이 필요한 분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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