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화> 관련 사진.

영화 <천화> 관련 사진. ⓒ 이선필


배우 이일화는 23년만의 주연, 하용수는 23년만의 출연이었다. 영화 <천화>는 그간 관객들과 멀리 떨어지거나 주목받지 못했던 배우들을 소환했고, 18일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배우들이 그 소감을 전했다.

해당 작품은 제주도를 공간적 배경으로 한 치매 노인과 그를 바라보는 한 여인,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민병국 감독 역시 <가능한 변화들>(2004) 이후 13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삶과 죽음의 경계

민병국 감독은 "천화는 고승이 죽는다는 불교 용어인데 영어 제목은 또 생명이다"라면서 "그만큼 삶과 죽음이라는 게 명확한 선이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이고 싶었다"고 밝혔다. 촬영 장소를 제주도로 잡은 이유도 비슷했다. 민 감독은 "처음 가보면 아름답지만 동시에 고립감이 느껴지는 곳이고 거기서 사시는 분들에게도 일종의 격리감이 느껴진다"며 "아름다움과 상충되는 고립감이 인물과 사건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말에서 예상할 수 있듯 영화는 일반적인 사건 중심 서사 진행이 아닌 의식과 각 등장인물들의 내면과 관련한 이미지 중심으로 진행된다. 출연배우들 대부분 시나리오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연기해 임했고, 완성된 영화를 여러 번 보며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았을 정도.

윤정 역의 이일화는 "23년 만에 꿈같은 촬영을 했다. 본래 20대 후반 역이었는데 30대 후반으로 감독님이 바꿔주셔서 감사하게도 참여하게 됐다"며 "이 순간에도 우린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데 다들 죽음하면 슬픈 생각을 하지만 아름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으로 삶을 최선을 다해 살 수도 있겠다는 걸 말하는 영화 같다"고 전했다

 영화 <천화> 관련 사진.

영화 <천화> 관련 사진. ⓒ 이선필


치매 노인 문호 역의 하용수 역시 "오랜만에 영화 찍어 낯설었다. 몇 십 년의 공백이 있어 배우라는 자각을 못했고, 촬영 때 몰입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며 "아직 감독님의 메시지를 잘 모르겠지만 관객 분들이 잘 봐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의문의 여인 수현 역의 이혜정은 "다들 시나리오를 관통할 수 없는 캐릭터라 연기하면서 몽롱하기도 불안하기도 했다"며 "사람들이 규정짓는 습관이 있는데 그걸 버리면 오히려 더 현실과 가까워지지 않을까 영화를 보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일화가 맡은 캐릭터는 단순 주연이 아니라 그간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였던 엄마 역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도 있었다. 영화에선 샤워신 등 약간의 노출 장면도 있다. 이에 대해 이일화는 "처음엔 수위가 어디까지 인지 몰라 걱정도 하고 감독님께 부탁도 드리곤 했다"며 "화면을 보니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다. 엄마 역과 다른 역할을 맡았는데 앞으로도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상대 남성으로 등장한 양동근에 대해서 그는 "둘 다 내성적이라 현장에서 소통이 많진 않았지만 힘든 점은 없었다"고 답했다.

한편 양동근은 이 행사에 오는 도중 건강 문제로 병원을 찾아 행사엔 불참했다. 영화는 오는 1월 25일 개봉한다.

이일화 천화 민병국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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