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법정쇼 리턴,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고현정'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다. 설렘을 준다. 그의 연기는 남다르다. 대사의 여백을 활용할 줄 알고, 강약을 조절할 줄 안다. 자신감과 여유가 느껴진다. 쉽지 않은 일이다. 또, 그의 연기는 설득적이다. 캐릭터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선행되기 때문이다. 조곤조곤 어느새 납득시키고야 만다. 그리고 끝내 감탄을 자아낸다. 삶에서 설득당하는 게 마냥 유쾌한 일은 아닌데, 고현정은 그 설득되는 쾌감을 선물하는 몇 안 되는 연기자다.

 <리턴>의 한 장면

<리턴>의 한 장면 ⓒ SBS


SBS <리턴>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고현정이다. 그건 아마도 많은 시청자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리턴>은 1회 6.7%, 2회 8.5%의 시청률(닐슨 코리아 기준)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동시간대 지상파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전작인 <이판사판>의 마지막 회(7.1%, 8.0%)보다 조금 나아진 수치다. KBS2 <흑기사>는 7.9%로 지난 주에 비해 2%나 하락했다. 물론 전 채널을 통틀어 1위를 기록한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10.477%에 비하면 민망한 도토리 키재기다.

<리턴>은 사회파 스릴러를 표방한다. 의문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고, 진범은 자신의 존재를 어둠 속에 감췄다. 퇴폐적인 상류층 4인방 오태석(신성록) 김학범(봉태규) 강인호(박기웅) 고준희(윤종훈)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다. 피해자 염미정(한은정)과 불륜 관계였던 강인호가 긴급체포 됐지만, 그를 범인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이런 드라마에서 반전은 필수 요소니까. 한편, 'TV 법정쇼 리턴'의 진행자인 최자혜 변호사(고현정)와 촉법소년 출신인 독고영 형사(이진욱)가 살인 사건의 실체와 진실을 파헤치는 역할을 맡았다.

첫 방송은 캐릭터 소개에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기대와는 달리 고현정의 분량은 많지 않았다. 최자혜에 대한 설명은 'TV 법정쇼 리턴'에서 배심원을 설득하는 첫 장면과 파트너 변호사 박 변호사(박준규)를 쫓아내는 장면으로 충분하다고 여겼던 모양이다. 오히려 상류층 4인방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뤘다. 살인 사건의 용의자들에 대한 설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자연스럽게 <리턴>은 이들의 악행(惡行)과 비행(非行)에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자극적인 장면들이 계속적으로 이어졌다.

 <리턴>의 한 장면

<리턴>의 한 장면 ⓒ SBS


마약, 불륜, 성상품화, 자해, 폭력 등 선정적인 소재들이 한 시간을 가득 채웠다. 이에 대해 <리턴> 측 관계자는 "캐릭터를 표현하다 보니 그런 부분이 불가피하게 나온 것 같다. 현실 반영도 있다. 현실에서는 더할 수도 있다"고 이해를 구했다. 물론 캐릭터 설명과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성들의 수영복 차림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실내 수영장 장면이나 김학범이 술잔으로 여성의 머리를 내리치는 장면 등은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뿐인가. 친구의 아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설정은 도를 넘었다. 강인호의 순진한 아내 금나라(정은채)를 앉혀두고, 친구들끼리 농담 따먹기를 하는 장면은 가슴이 쫄깃하기보다 불쾌했다. 또, 마약에 중독된 고준희의 자해 장면도 보기 불편했다. 이처럼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연출 방식이 못내 아쉬웠다. 현실 반영이라지만 영화의 리얼함을 따라가지 못했고, 드라마 연출의 촌스러움이 묻어 있어 집중에 방해가 됐다. 안하무인의 봉태규를 제외하면, 다른 배우들의 연기는 기존에 봐왔던 패턴을 벗어나지 못했다.

 <리턴>의 한 장면

<리턴>의 한 장면 ⓒ SBS


오히려 고현정과 이진욱의 비중을 좀더 늘려서 초반부터 확실하게 시청자들을 몰입시켰으면 어땠을까. 그런 아쉬움이 남았다. 맛보기에 불과했던 두 주인공의 분량은 애매하기만 했다. 언론의 호들갑과는 달리 아직까지 고현정의 연기는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한 듯 보인다. 카리스마가 엿보이긴 했지만, 변호사로서의 면모를 완벽히 드러내진 못했다. 비음이 많이 섞인 발성도 지적의 대상이다. 성추문 사건 후 복귀한 이진욱은 특유의 수더분한 연기로 무난한 활약을 보였다.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주인공들의 분량이나 선정성 등의 문제들은 차차 나아지겠지만, 사실 <리턴>의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사건' 자체가 흥미롭지 않다는 점이다. 누가, 왜 염미정을 죽였는지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다. 애초부터 용의자가 제시돼 있고, 시청자들을 놀래킬(혹은 우롱할) 반전이 준비돼 있을 게 뻔한 구도가 재미를 반감시킨다. 과연 이번에도 고현정이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리턴>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유보적'이고, 그 분위기는 썩 달갑지 않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와 <직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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