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백전노장 정성훈을 영입하며 전력보강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KIA 타이거즈 구단은 1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LG 트윈스에서 방출됐던 정성훈을 연봉 1억 원에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1999년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했던 정성훈은 2003년 박재홍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현대 유니콘스로 이적했다. 이후 우리 히어로즈(현 넥센 히어로즈)와 LG를 거쳐 무려 15년 만에 고향팀으로 복귀하게 됐다.

정성훈은 작년까지 프로에서 19년 동안 활약하며 2135경기에 출전해 통산 타율 .293 2105안타170홈런969타점1018득점을 기록했다. 양준혁과 함께 역대 최다 경기 출전 타이기록을 가지고 있는 정성훈은 고향팀에서 의미 있는 신기록을 작성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은퇴위기를 극복하고 20번째 시즌을 보낼 팀을 구했다는 점에서 정성훈의 KIA 복귀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6년 간 3할 타율 5번, 오른손 대타요원으로 활용가치 '쏠쏠'

추격 시작하는 LG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NC와 LG 경기에서 8회 말 2사 2·3루 LG 정성훈이 2타점 적시타를 쳐내고 있다.

LG 트윈스 시절 정성훈 ⓒ 연합뉴스


사실 정성훈은 이호준,이승엽,홍성흔,박용택처럼 모범적인 선수생활과 뛰어난 리더십으로 후배들을 이끄는 전형적인 '캡틴' 스타일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성격과 돌출행동으로 야구팬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해주던 선수였다. 그럼에도 2015년 음주운전으로 잔여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던 것을 제외하면 선수생활 동안 커다란 물의를 일으킨 적도 없다.

정성훈이 전설의 해태시절부터 현재까지 20년 가까이 현역 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역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개인타이틀이나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적은 없지만 정성훈은 통산 8번이나 3할 타율을 기록했을 정도로 정확한 타격 솜씨를 자랑하는 KBO리그의 대표적인 중거리타자다. 특히 2012년부터 작년까지 6년 동안 5번이나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기량이 무르익었다는 뜻이다.

정성훈은 작년 시즌에도 115경기에 출전해 타율 .312 6홈런3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828)를 기록하며 38세 시즌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느낀 LG에서는 노장 정성훈보다는 유망주 양석환을 주전 1루수로 중용했고 시즌 중반에는 외국인 선수 제임스 로니까지 가세하면서 정성훈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말았다.

결국 정성훈은 시즌이 끝나고 2차 드래프트를 앞둔 작년 11월22일 구단으로부터 충격적인 방출통보를 받았다. 그 해 3할 타율을 기록했고 역대 최다경기 출전을 눈 앞에 둔 'KBO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이 대기록에 단 한 경기 만을 남겨 두고 타의에 의해 유니폼을 벗게 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실제로 정성훈은 해가 넘어가도록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한 채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정성훈을 은퇴의 위기에서 구한 구단은 정성훈이 나고 자라 처음 프로생활을 시작했던 고향팀 KIA였다.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후 양현종, 김주찬과의 계약에 신경을 쓰느라 외부에 눈을 돌릴 틈이 없던 KIA는 양현종에 이어 김주찬과의 계약까지 마무리 지은 후 곧바로 정성훈에게 손을 내밀었다. 정성훈으로서는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고향팀에서 보내게 된 셈이다.

KIA 입장에서도 지역 연고 출신의 노장에게 기회를 줬다는 명분을 차치하더라도 정성훈 영입은 전력에도 충분히 보탬이 될 수 있는 선택이다. 2018년 KIA는 1루수 김주찬, 지명타자 나지완이 주전으로 활약할 예정이지만 마땅한 오른손 대타감이 없다. 타격 능력 만큼은 여전히 매섭고 누구보다 경험이 풍부한 정성훈이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대타로 등장한다면 상대 투수가 느끼는 압박감은 상당히 클 수 밖에 없다.

김기태 감독은 정성훈의 광주일고 대선배이기도 하고 LG 감독 시절 감독과 선수로 정성훈과 함께 생활한 경험이 있다. 무엇보다 정성훈처럼 경험 많은 선수의 합류는 기존 야수들의 긴장감을 높이는데 있어서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다수의 야구팬들 역시 정성훈이라는 '전설'이 허무하게 유니폼을 벗게 되길 바라진 않았다. 고향팀에서 마지막 불꽃을 터트릴 정성훈의 2018 시즌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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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 타이거즈 정성훈 김기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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